신자유주의는 불평등의 골을 깊게 한다. 자유 무역을 외치던 이들이 이제는 보호 무역을 말한다. 브릭시트는 이런 시대 흐름을 보여주는 예다. 더 큰 물결은 미국 대선 이후 일어날 것이다.

미국의 정책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점치는 기준 중 하나다. 우리는 누가 차기 대통령이 돼도 보호 무역 정책이 펼쳐질 것을 알고 있다. 미국의 보호 무역 전략의 가장 큰 희생자는 중국이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역시 무관하지 않다. 이를 IT 산업에 대입해 풀어 보자.

■아이폰을 미국에서 만들면 얼마?

도널드 트럼프 어록 중 애플에 대한 언급이 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애플 아이폰과 맥북 컴퓨터를 중국과 브라질이 아닌 미국에서 만들도록 하겠단 것이다. 참고로 애플은 중국 내 6개 공장과 브라질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한다. 해외 공장에 근무하는 이는 11만 명이고, 전 세계 28개국에 있는 부품 공급사에는 160만 명이 다닌다. 트럼프가 모든 것을 미국에서 만들어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떠들만한 수치다.

이와 관련해 MIT 테크놀러지 리뷰에서 발 빠르게 분석 기사를 냈다. 아이폰을 중국에서 만들 때, 부품은 현재와 같이 해외에서 공급받고 제조만 미국에서 했을 경우,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모든 일이 미국에서 처리되는 예를 들어 원가를 분석했다.

결과는 아이폰 6S 플러스 가격을 기준으로 볼 때 중국에서 만들면 749달러, 제조만 미국에서 하면 779에서 789달러 사이, 부품과 완제품 모두 미국에서 만들면 809~849달러로 가격이 바뀐다. 미국 국민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아마 20~30%를 더 지급하더라도 자국 내 일자리 창출에 한 표를 전질 것이다.

▲애플은 중국 내 6개 공장과 브라질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한다. 해외 공장에 근무하는 이는 11만 명이고, 전 세계 28개국에 있는 부품 공급사에는 160만 명이 다닌다. 도널드 트럼프는 애플의 제품을 미국 내 생산으로 돌리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출처=MIT 테크놀러지리뷰)

■뉴발란스 운동화가 잘 팔리는 이유

건강한 경제는 탄탄한 제조 산업을 바탕으로 서비스 산업이 발전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세계화를 외치며 더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곳에 생산 기지를 세우던 미국 기업이 하나둘 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미국인 역시 더 비싼 값을 지급하더라도 자국 내 생산 제품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상품이 뉴발란스 운동화이다. 뉴발란스는 자유 무역 시대에도 미국에서만 생산한다고 고집한 기업으로 유명하다. 뉴발란스는 운동화 제조가 노동집약적 산업이지만 설비 혁신으로 생산성과 효율성을 개선에 버텨왔다. 그 덕에 미국제 제품(Made in USA)이 일자리를 만든다는 생각이 널리 퍼지면서 자국민의 사랑을 받는 브랜드로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미국 소비자의 변화...자국 내 생산 아이폰 더 선호할 것

IT 산업계도 뉴발란스같이 자국 내 생산을 할 수 있을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보호 무역 대상은 원자재에서 시작해 공산품 그다음은 첨단 기술 기반 제품과 서비스까지 범위가 넓어질 것이다. 인텔이 14나노 첨단 공정을 따르는 공장을 괜히 중국에 짖는 것이 아니다. IT 산업의 원자재 역시 자국 내 생산이란 조건을 달고 장벽을 치는 나라가 늘고 있다.

지금 원자재 관련 장벽만 걱정할 때가 아니다. 첨단 기술과 서비스 역시 역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애플이 100% 미국 생산을 해도 소비자들은 제품을 살 가능성이 크다. 더 싼 것 보다, 내가 아는 주변 사람들이 더 잘 살 수 있는 가치를 창출하는 소비를 지향하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 IT 업계의 보이지 않는 보호막

사실 미국 IT 산업은 이미 자국 내 생산과 소비에 익숙하다. IT 산업의 혁신 일번지는 예나 지금이나 실리콘밸리다. 실리콘밸리는 외국의 기술, 인력, 자본을 끌어 들인다. 최근 실리콘밸리는 움직이는 힘 중 하나인 오픈소스 프로젝트의 발전에 기여하는 이들은 인도, 중국 등 외국인이지만 이들 중 스타급 인재는 대부분 미국에 거주한다.

시쳇말로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사업은 백인이 주도해 돈을 벌고, 일은 인도와 아시아 개발자들이 한다는 소리가 있다. 오픈소스가 모든 분야의 중심에 위치하면서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버는 구조가 소프트웨어 산업에 더 빨리 굳어지는 분위기다.

모든 혁신을 주도하는 일번지이다 보니 소프트웨어 중심 사회인 현재 미국은 적어도 IT 분야 만큼은 보호 무역 걱정이 없다. 원래 안에 있었고, 밖에 나가서도 현지에 세금도 내지 않고 돈을 잘 벌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IT 제조까지 메이드인 USA를 고집한다면? 외산 제품이 주도하는 IT 장치와 장비를 더 비싼 값을 주고 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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