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경탁 기자] 국내 최대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메르스 갤러리’ 회원들을 중심으로 탄생한 여초 커뮤니티 ‘메갈리아’가 미디어, 인터넷 업계를 발칵 뒤집어놨다. 메갈리아는 여성 혐오에 대한 반작용으로 생겼다. 메갈리아의 방식은 한국 사회의 양성평등을 위해 사회에 필요악이라는 주장과 특정 지역과 한국 여성에 대한 혐오를 일삼는 ‘일베저장소(일베)’와 다를 바 없다는 의견이 공존하고 있다.

메갈리아 커뮤니티 뜻의 이름은 메갈리아의 어머니 커뮤니티라 할 수 있는 메르스 갤러리와 고전적인 남성과 여성의 지위가 바뀐 가상의 세계를 바탕으로 한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을 합친 것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페미니즘 성향을 띄고 있는 커뮤니티다. 문제의 발단은 메갈리안(메갈리아 회원)들이 기존 여초커뮤니티(여성시대, 쭉빵카페) 등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공격성이었다.

일베가 시작한 ‘김치녀(한국 여성 비하 용어)’에 대한 미러링으로 ‘한남충(한국남자벌레)’란 단어를 만들고 극단적인 표현과 썰(이야기)들을 커뮤니티에 올리며 점점 비판을 받기 시작했다. 이 단어들이 몰지각한 일부 성별 전부를 포함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지만 인터넷 상에 널리 퍼지며 극단적인 성대결로 가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 국내 최대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메르스 갤러리’ 회원들을 중심으로 탄생한 여초 커뮤니티 ‘메갈리아’가 미디어, 인터넷 업계를 발칵 뒤집어놨다 (사진=메갈리아)
▲ 메갈리아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

메갈리아로 인해 화들짝 놀란 넥슨-레진코믹스-JTBC

메갈리안에 대한 비판이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불을 지핀 것은 넥슨 게임 ‘클로저스’의 신규 캐릭터 ‘티나’ 역의 성우를 맡은 김자연 사태였다. 김자연 성우가 지난 18일 트위터에 메갈리아 티셔쳐를 인증샷을 올리자 남성 게이머들이 반발하고 넥슨도 이를 문제 삼아 해고했다. 메갈리안들과 여성단체에서는 넥슨 규탄시위와 불매 운동 등을 진행했지만 큰 효과는 보지 못하고 수면으로 가라앉는 듯 했다.

대체로 여성 단체에서는 메갈리아를 옹호하는 분위기다. 여성 단체들은 넥슨코리아 본사 앞에서 성우 김자연 씨의 '클로저스' 하차와 관련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소라넷, 일베 등으로 인해 선량한 한국 여성들이 상처를 입은 메갈리아들을 이해해줘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메갈리안들도 이렇게라도 해야 한국 남성들이 정신을 차리고 정상적인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 메갈리안을 인증한 김자연 성우 (사진=트위터)

불똥은 국내 유명 웹툰 서비스 기업 레진코믹스로 튀었다. 레진코믹스에 연재 중인 여성 작가들이 김자연 해고 사태에 반발해 메갈리아 회원을 잇달아 인증했다. 또 레진코믹스 편집부 또한 메갈리아 활동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며 남성 독자 중심 층으로 레진코믹스 보이콧이 일어났다.

현재 레진코믹스는 메갈리아와 일체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레진코믹스 관계자는 “일부 네티즌들이 레진코믹스 편집장이 메갈리안이라는데 사실이 아니다”며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에 유감이고 특정 커뮤니티와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종합편성채널인 JTBC 까지 가세했다. JTBC는 지난 27일 일베 회원들이 여성 웹툰 작가들을 메갈리안으로 규정하고 있고 메갈리아에 대한 비판은 여성혐오와 같다고 보도를 하자 남성 네티즌들은 극단적인 커뮤니티에 대해 비판하면 전부 일베냐고 반발했다. 기존의 메갈리아에 대해 비교적 호의적이던 오늘의 유머(오유), 루리웹, 클리앙 등 진보 성향의 커뮤니티 회원들까지 JTBC를 때리기 시작했다.

메갈리아를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인식은?

평소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나서는 진중권 동양대학교 교수(교양학부)도 27일 매일신문 기고를 통해 자신도 메갈리안이라고 전하며 “극성 마초들이 문제이고 메갈리안 티셔츠에 적힌 문구도 정치적으로 완벽히 올바르다. 한국여성들이 대체 왜 저렇게 화가 났을까 하는 것이 초점이다. ”라는 의견을 남기며 메갈리아에 힘을 실어줬다. 

이 같은 사태를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생각은 어떨까. 30대 직장인 여성 A씨는 “메갈리아가 처음에는 여혐에 대한 미러링으로 시작됐지만 지금은 좀 과격화됐다”며 “취지는 좋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사회적 분위기에서 정상적으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적으로 건강한 논쟁이 이뤄지는 사회가 아니고 메갈리아 보다 이상한 커뮤니티가 많은데도 여성 커뮤니티라 더 달달 볶이는 것도 없지 않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 여성 B씨는 “현재 행보를 살펴보면, 메갈리아의 등장과 이슈화는 여성 차별을 해소하기 보다는 불필요한 인식을 생성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와 같은 자극적인 이슈화들로 인해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올바르지 못한 인식을 심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닐까 매우 염려스럽다”고 말하며 메갈리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20대 직장인 남성 C씨는 “한편으로는 메갈리아의 행동은 이해는 가지만 남성이지만 한국 남자 입장에서 메갈리아의 글들을 보면 달갑지는 않다”고 말했다. C씨의 친구 직장인 남성 D씨는 “메갈리아를 보면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일베나 메갈이나 똑 같은 쓰레기들이다”고 메갈리아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뿔난 메갈리안들의 행동들…이해는 가지만 진짜 ‘문제’를 푸는 것에는 도움 안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20년 전과 마찬가지로 OECD 국가 중 꼴찌인 상태다. 여성 고용률도 밑바닥이다. 한국 대부분의 여성들은 한국 사회가 여성들에게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있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또, 과거부터 일베나 소라넷 등의 커뮤니티가 한국 여성을 몰지각하고 성적인 도구로 비하하는 상황에서 많은 젊은 여성들이 상처를 받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을 오래 걸리더라도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문제를 계속 지적하며 정당한 제도나 법을 통해 해결해야지 메갈리아의 행태는 문제를 푸는데 더욱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대다수 사회 식자층들의 의견이다.

▲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성평등이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위키피디아)

함무라비 법전 식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논리 강도가 점점 강해지면 성별 대결 뿐 아니라 모든것 이 대결 구도로가 사회 전체의 신뢰가 극단적으로 무너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최진봉 성공회대학교 교수(신방과)는 “여성 혐오에 대한 반대로 남성혐오를 한다면 혐오가 혐오를 낳고 강도가 더욱 강해질 수 밖에 없다”며 “일베 등이 한국 여성에 대해 비판을 한다고 해서 똑같이 한다는 것은 폭행을 당했으니 폭행을 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진짜 문제는 일베나 메갈로 인해 성별 대결의 강도가 더욱 강해지면 이들의 생각과 사상에 공감하지 않던 일반 사람들까지 포비아 효과로 오염되어 건강한 사회 시스템을 구축할 수 없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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