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경탁 기자] 1950년대 중국 마오쩌둥(모택동) 집권 시절 모택동은 논밭에서 좁쌀을 먹는 참새들을 ‘해로운 새’로 규정, 중국 전역에서 2억 마리의 참새가 소탕됐다. 하지만 참새들의 먹이였던 해충들이 급증해 중국 대륙은 흉년을 거듭해 약 4천만 명이 굶어 죽었다고 전해진다. 제살 깎아먹기의 대표적인 사례다.

RDMBS(관계형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 솔루션의 최강자인 오라클은 최근 IaaS-PaaS-SaaS를 아우르는 클라우드 전문 기업으로 변신 중에 있다. 하지만 오라클의 클라우드 전략이 기존 매출을 깎아 먹을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향후 클라우드 기업으로서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면 현재 시기를 과도기로 평가할 수 있다. 단, 오라클은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아이비엠(IBM), 구글 등 클라우드 강자의 존재감에 밀려 시장에서도 기타로 분류되고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시너지리서치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에서 오라클의 시장 점유율은 AWS가 31%, MS 9%, IBM 7%, 구글 4% 순이다. 오라클은 매년 PaaS-SaaS 부분에서 두 자릿 수 매출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알리바바, HPE 등과 ‘넥스트20’이란 이름으로 함께 묶여 기타 사업자로 분류된다. 상위 클라우드 업체들은 더 큰 폭으로 성장 중에 있어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 자료=시너지리서치그룹

오라클이 클라우드 사업 드라이브를 늦게 걸기 했을 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IaaS(서비스형 인프라)에서 클라우드 상위 업체와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PaaS(서비스형 플랫폼)와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가 아무리 강해도 IaaS의 뒷받침이 없으면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오라클은 클라우드 사업 초기 회사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DB(데이터베이스)를 건드리지 않는 차원에서 SaaS 부분에 중점을 뒀다. 하지만 오라클의 주력 SaaS는 HCM(인적자원관리), ERM(전사적자원관리)등 기업 내부 기밀에 가까운 정보가 많이 들어가는 솔루션이라 글로벌에서는 몰라도 특히 한국에서의 성공 여부는 더욱 불투명한 상황이다.

▲ 마크 허드 오라클 CEO (사진=위키피디아)

DaaS 내세워 PaaS 보완한다지만...글쎄?

오라클은 최근 가상머신(VM)을 활용해 DB를 빌려 사용하는 DaaS(서비스형 데이터베이스)를 내세우고 있다. 오라클의 최고 강점이 DBMS인만큼 이 부분을 고객들에게 강조하겠다는 전략이다.

PaaS의 DB는 데이터베이스를 인프라에 배치하기 위한 패키지 같은 존재였다면 DaaS는 DB에 바로 접속할 수 있는 개념이다. SaaS와 유사한 형태라고 볼 수 있지만 DB 벤더들이 DaaS란 용어를 마케팅용어로 사용하기 좋아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 고객들이 기존 온프래미스 환경에 중요 데이터를 두고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형태로 구축하려는 상황에서, 오라클의 DaaS로 데이터를 관리한다는 것은 수용하기 쉽지 않은 개념이다.

▲ 오라클은 최근 VM을 활용해 DB를 빌려 사용하는 DaaS를 내세우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익명을 요구한 한 DBA는 “데이터를 RDBMS 뿐 아니라 비정형데이터를 많이 활용해야 되는 상황에서 꼭 오라클 제품이 아니더라도 클라우드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는 새롭게 검증된 많은 대안들이 생겼다”며 “오라클이 라이선스 비용도 낮추지 않는데 이런 것을 제시한다고 사용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또, 오라클이 DB 패키지 시장을 DaaS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자사의 매출액 대부분을 깎아먹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과거 IBM이 x86서버 사업부와 클라우드 사업을 병행하며 내부적인 모순에 빠지자 x86서버 사업부를 레노버에 매각한 것이 좋은 예다. 현재 IBM은 클라우드 사업과 병행할 수 있는 유닉스 및 메인프레임 사업만큼은 유지하고 있다.

오라클도 기존의 DB서비스를 완전히 버리지 않는 한 DaaS로 넘어가기 어려운 것이다. 클라우드 업계 한 관계자는 “오라클의 중심은 DB인데 신사업이라 할 수 있는 PaaS와 SaaS는 아직 시장 상황이 불투명하고 남은 방법은 DaaS와 기존 DB 솔루션의 배타적인 관계를 해소하는 것 뿐인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오라클, "누가 뭐래도 클라우드 비즈니스 박차가 할 것"

이 같은 지적과 무관하게 오라클은 기업에 최적화된 맞춤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러한 고객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대대적인 클라우드 전문 인력 채용 캠페인을 개최해 클라우드 전문 인력 영입을 통해 클라우드 비즈니스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 국내 시장에서도 오라클 SaaS 도입 사례로 대교, 씨디네트웍스 등이 있고 최근 동원홈푸드 등 서비스, 통신 제조업체 수십 곳에서 오라클 PaaS를 도입해 사용 중이고 특히 PaaS의 경우 한국오라클이 아태 지역 최고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오라클 측은 전했다.

▲ 오라클은 기업에 최적화된 맞춤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러한 고객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사진=위키피디아)

또, 오라클은 오라클 클라우드가 업계 유일하게 애플리케이션, 소셜, 플랫폼 인프라까지 통합된 크로스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단 하나 또는 두 개의 레이어만을 제공하는 다른 클라우드 서비스와 차별화된다고 설명한다.

오라클에 정통한 한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는 “오라클이 아직 클라우드 분야에서 후발주자라 네임벨류에 비해 괄목한 만한 성과는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며 "하지만 오라클이 DBMS에서 전통적인 강자이고 포트폴리오도 다양하다. 특히 최근 클라우드 전문 인력을 많이 채용하고, 아직 클라우드 시장 자체가 여물지 않은 상황에서 오라클 클라우드 사업을 속단하기는 이른 면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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