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김효정 기자]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과거 삼성전자가 170만원이 넘는 고급폰을 내놓았던 이후, 270만원이 넘는 중국산 고가폰이 출시됐다. 이는 지나치게 가성비 만을 강조하던 스마트폰에 반감을 가지게 된 중국 중산층들의 취향을 저격하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기업들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가격대가 9999위안(약 170만8700원) 부터 시작하는 하이엔드 중국 스마트폰이 출시돼 화제다. 20일 공식 예약 접수에 돌입했다.

중국 언론들에 따르면, ‘E人E本’이란 이름으로 잘 알려진 중국 이른이번(壹人壹本)이 비즈니스맨을 위한 ‘8848’ 브랜드의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이 8848 티타늄골드 휴대폰은 세 가지 버전으로 출시됐으며 판매가격은 9999위안부터 시작해 15999위안(약 273만4000원)에 이른다.

제품 발표회에서 8848 티타늄골드 브랜드 창업자 두궈잉(杜国楹)은 보안을 갖춘 품격있는 휴대폰이라며 “연내 10만대 판매량을 달성하면 성공”이라고 밝혔다.

▲ ‘8848’ 출시 이런이번(壹人壹本) 공식 홈페이지 캡처

■ 중국 언론, “과거 삼성전자도 내놨는데”...막강한 ‘보안 기능’ 주목

이에 대해 중국의 인민망은 “중국 휴대폰 시장 규모가 매우 크다보니 어떠한 세부 영역에도 모두 기회는 있다”며 “알려진 바에 따르면 중국 휴대폰 시장의 판매가격 대로 보면 수만대의 제품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과거 삼성전자가 중국 통신사와 협력해 고가 휴대폰을 판매한 사례도 들었다. “4~5년 전 한국 삼성전자는 이미 3대 통신사(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 차이나텔레콤)와 함께 여러개의 W 시리즈 플래그십 휴대폰을 내놓은 바 있으며, 이 제품의 판매가는 1만 위안(약 170만8000원)이 넘었다”고 덧붙였다.

8848 휴대폰의 창업자 두궈잉은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명성이 자자하다. 이전에 베이베이쟈(背背佳), 하오지싱(好记星), E人E本 등 제품을 내놔 선풍적인 인기를 주도한 바 있다.

가격 관점에서 봤을 때 8848 휴대폰의 주요 타깃은 고급 비즈니스맨들이다. 이 휴대폰은 외관에 매우 심혈을 기울였으며 바디에 네덜란드산 송아지 가죽을 입히고 순수 수작업으로 세공한 티타늄골드에 사파이어 크리스탈 유리와 도자기를 채용했다.

하드웨어 스펙 관점에서 보면 8848은 그렇게 뛰어나지는 않다. 5인치 1080p 화면에, 퀄컴 옥타코어 프로세서, 저장 용량은 4GB 램에 128GB ROM, 후면 카메라는 2100만 화소(전면 300만 화소)이다.

회사 측은 이 하이엔드 스마트폰이 보안 기능을 위해 별도의 ‘이중 운영체제(OS) 방어벽’을 친다는 것”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이 제품의 두개 OS는 모두 완전한 시스템 및 OS처럼 쓸 수 있으며, 연결되는 사람과 통화기록, 메일, 위챗, 모바일 은행 등 앱 프로그램 측면에서 완전히 독립적으로 쓸 수 있도록 보장한다. 이와 동시에 비밀 통화 기능을 두 단계 이상 업그레이드 하면, 통화 기록의 추적이 불가능하다.

8848의 홍보 관계자는 “유명 기업가, 등산가 역시 이 브랜드에 확신을 표했다”며 미래를 확신했다.

■ ‘중국 엘리트 층을 가장 잘 이해하는 휴대폰’ 표방

중국신문망에 따르면 이 제품 발표회에서 가장 강조된 내용은 이 제품이 ‘중국의 일류 재력가들과 엘리트 등 부유층을 관찰하고 심층적으로 분석해 이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회사 측은 엘리트들은 그들만의 특유의 가치관과 성향이 있으며 일반인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며 이러한 부분이 대중으로부터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휴대폰에 대한 요구에서, 정보보안에 매기는 가치가 일반인들 대비 훨씬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엘리트층에 맞춤화된 제품이라는 의미다. 이번에 출시된 8848의 세 종류 휴대폰 중 하나인 ‘M3’는 네덜란드산 송아지 가죽에 스위스 손목시계급의 티타늄 골드를 더했으며 사파이어 크리스탈 유리에, 자기 등을 통해 고급스러운 외관을 지향했다. 마모와 긁힘 방지 기능이 명품 수준으로 구비 됐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명품 손목시계 세공 기술이 접목됐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바쁜 엘리트층을 위해 ‘정체성’을 드러내보여 줄 뿐 아니라 쉽게 보안 성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두 개의 OS를 사용해 두 개의 위챗, 두 개의 저장 공간을 사용할 수 있어 일과 업무의 분리가 가능하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정보 보안을 보장하면서 비밀 통화의 도청이 불가능하고 통화 보안을 가능케한다는 것이다. 통신과 앱 등이 모두 엘리트 층에 특화돼 있다는 것이다.

▲ ‘8848’ 출시 이런이번(壹人壹本) 공식 홈페이지 캡처

■ 8848 기기에서 읽는 ‘중국 제조업’의 단면

중국신문망은 중국 경제 영역에서 가장 영향력을 가진 전문가 중 하나인 우샤오보(吴晓波)가 이 제품을 통해 휴대폰 업계를 이해할 수 있다는 관점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중국산 휴대폰의 출혈 경쟁이 심화되고 가성비가 강조되다 보니, 8848처럼 1만 위안이 넘는 제품이 인정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우샤오보는 “‘다른 사람 보다 저렴한 내 것‘을 찾는 것과 비교할 때 ’다른 사람 보다 귀중한 내 것‘을 찾게 되는 것이 낫다”며 “좋은 제품은 비싼 가격이어야 하며 이는 경제의 법칙에 가장 충실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휴대폰 업계 상황을 훑어보면 가성비를 과도하게 추구하다 보니 중국산 휴대폰의 ‘박리’ 현상이 결국 적자를 내면서 산업의 혁신도 고갈되고 제품은 동질화되는 현상이 심각해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끊임없이 강렬한 반감을 보이고 있으며 중국 휴대폰의 ‘돌파구적’ 발전 역시 동력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이후 중국의 각 휴대폰 브랜드들이 가격을 높이면서 이윤을 늘리기 위한 시도를 진행해 오고 있지만 아직 가격을 상한선을 돌파하지는 못했다. 이 가운데 1만위안의 고급 하이엔드 시장 제품은 8848 뿐이라는 것이다. 8848의 성공이 바로 새로운 경제 현상이며 중국 제조업과 중산층 부상 등 사회적인 배경과도 긴밀한 연관을 가진다고 덧붙였다.

중국신문망에 따르면 우샤오보는 “8848이 대변하는 정신을 지지해야 하며,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이라고 치켜 세우며, “귀하고 아름다운 것이야 말로 경제 법칙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길”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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