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IBM이 3년 내에 차세대 메모리로 불리는 자기저항램(MRAM: Magnetoresistive RAM)을 양산할 계획이다. 이번 양사의 협력은 사물인터넷(IoT) 메모리 시장의 경쟁 판도를 뒤바꿀 전망이다. IoT라는 금맥으로 향하는 수많은 IoT 장치 제조사에게 누가 핵심 부품을 더 많이 공급할 것인가? 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아성은 IoT 시대에 더욱 굳건해질 것인가? 이 두 가지 질문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 바로 MRAM이다.

■IoT 장치용 메모리 선택의 폭넓어져 

지금까지 IoT 장치를 위한 메모리 선택은 정해져 있었다. IoT 장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유형이 다양하므로 모든 장치에 딱 맞는 메모리는 없다. 따라서 장치의 목적과 특징에 따라 쓰인다. IoT 장치 개발 시 메모리 선택은 임베디드 장치 개발 옵션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격, 용량, 전략, 내구성을 따져 장치 용도에 맞는 유형을 고르면 된다.

가령 성능 확보가 필요한 IoT 장치에는 임베디드 MTP(Multiple-time Programmable)나 OTP(One-time Programmable) 메모리가 적합하다. 임베디드 MTP는 실행 코드를 메모리에서 받지 않고 플래시에서 직접 처리하는 XIP(Execute-in-Place) 기능이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에 어울린다. 임베디드 리눅스 등의 운영체제가 올라간 장치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OTP 메모리는 한 번만 프로그래밍이 가능하지만 용량 측면에서 임베디드 MTP보다 유리하다. 이런 이유로 키, 인증서, 디지털 서명 등 보안 정보(Security Credential)을 저장해두어야 하는 보안이나 네트워크 관련 IoT 장치에 잘 맞는다. 한편 센서, 미터, 웨어러블 장치와 같이 초소형의 저가 장치 시장에서는 경쟁 관계에 있는 eMMC와 UFS 메모리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외에 전통적인 NAND 플래시와 NOR 플래시 그리고 DDR/LPDDR 메모리의 경우 스마트 TV, 커넥티드 자동차용 내비게이터나 엔터테인먼트 장치 등 안정적으로 전원을 공급받을 수 있고 유형의 장치에 주로 쓰인다.

IoT 시장에서 가장 높은 관심을 받는 것은 임베디드 플래시 메모리이다. 임베디드 플래시 메모리의 경우 빠른 읽기로 코드 실행에 적합하고, 가격 대비 큰 용량으로 데이터 저장도 넉넉하다. 또한, 늘 전원이 들어와 있는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IoT 장치에 적합한 에너지 효율도 갖추었다. 이처럼 다양한 목적의 장치에 적합한 기능, 가격, 용량을 갖추고 있다 보니 IoT 장치에 이상적인 메모리로 평가받는다.

■IoT 메모리 시장의 판을 바꿀 MRAM

MRAM은 임베디드, 모바일, IoT 업계에서 쓰이는 다양한 메모리를 공급하는 삼성전자의 제품 포트폴리오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까?

IoT 메모리 시장에서 부가가치가 큰 영역은 범용성이 높은 플래시 메모리가 될 것이다. 관련해 삼성전자와 IBM이 발표한 MRAM은 IoT 센서, 웨어러블 장치, 모바일 장치 시장에서 임베디드 및 NAND 플래시 메모리의 강력한 대안 기술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DRAM 영역까지 넘볼 수 있다고 본다. 양사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MRAM은 장치 전원을 꺼도 기록된 정보가 지워지지 않는 비휘발성 메모리의 특징을 지니면서 동시에 NAND 플래시 보다 쓰기 속도는 10만 배, 읽기 속도는 10배 빠르다. 또한, 읽기와 쓰기 횟수에 따른 수명 제한도 NAND에 비할 수 없이 길다.

■거대한 시장 잠재력 앞에 경쟁에서 협력으로 전환

PC, 서버, 모바일 시대를 거치면서 우리는 메모리 시장의 잠재력을 목격했다. 그 다음 흐름인 IoT 메모리 시장 역시 기대감이 크다. 삼성전자와 IBM이 손을 잡은 것은 함께 나눌 것이 크다는 판단이 배경에 깔렸을 것이다.

사실 양사는 목표는 같지만 서로 다른 길을 걸어 왔다. 메모리 시장에서 MRAM에 주목한 것은 2011년부터다. 당시 삼성전자는 MRAM 원천 기술을 가진 그란디스(Grandis)란 회사를 인수했다. 같은 해 IBM은 하이닉스, 도시바와 MRAM 개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각자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던 양사는 이번 협력을 통해 IoT 영역에 도전장을 던진 인텔, 마이크론 연합과 격차를 더 벌릴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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