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김효정 기자] 샤오미가 초심을 잃지 않은 ‘높은 가성비’ 전략만이 스스로의 살 길이라고 천명했다.

레이쥔 샤오미 창업자는 최근 중국 CCTV의 한 토크 프로그램에 출연해 “샤오미의 최대 동력은 ‘싼게 비지떡’이라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놓는 것”이라며 저렴하고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회사의 중심 축이라는 사실을 상기했다.

레이쥔이 내놓은 답은 IT업계에서 일본의 ‘무인양품’ 같은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다. 최근 중고(中高)급 시장으로 진입을 시도하다 하이엔드 스마트폰 브랜드와 중저가 제품 사이에서 부침을 겪고 있는 샤오미의 정체성을 확립하겠다는 속내가 담겨있다.

■ 휘청이는 샤오미, ‘무인양품’식 사고로 다시 일어선다

무인양품을 뜻 그대로 풀이하면, 상표는 없지만 품질이 좋은 제품이라는 의미다. 일본전쟁 시기 실용적인 물품을 뜻하던 대명사로, 가격 대비 높은 성능으로 해외에서 유명세를 탔다.

이같은 샤오미의 전략 수정은 최근 중국에서 샤오미의 ‘하이엔드 시장’ 진입 시도에 따른 정체성 상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과 직결돼 있다. 중국경영보는 “사실 중고(中高)급 제품 시장에 뛰어들려는 것은 샤오미의 숙원이며 최근 홍미 휴대폰 판매량 누적이 1.1억대에 달한다”며 “샤오미의 공동 창업자 黎万强은 2016년 하반기 하이엔드 제품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저급 시장에서 중고급 시장을 향해 이동하는 샤오미에 대해, 이미 ‘레드오션’이 된 중고급 시장에서 샤오미가 받을 압박이 보다 커질 것이란 비판을 잇따라 내놓고 있었다. 이에 중고급 시장 진입 대신 현재의 우위를 활용해 무인양품식의 가성비 전략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평가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레이쥔 샤오미 회장은 지난 10일 저녁 중국 CCTV의 ‘대화’ 프로그램에서 “샤오미의 최대 동력은 ‘가성비’”라며 “‘싼게 비지떡’이라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레이쥔 샤오미 창업자(가운데 빨간 옷)과 주요 임원들. 레이쥔은 샤오미를 다시 저가 브랜드 전략으로 이끌어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낮은 가격에 높은 사양을 갖춘 제품은 샤오미 발전의 ‘기본’인 것이다. 중국경영보는 “최근 레이쥔이 여러 강연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는 IT업계의 ‘무인양품’이 되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말은 레이쥔의 다음 말을 보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레이쥔은 “샤오미가 지난 5년간 온라인 샤오미 홈페이지를 운영해 왔지만 향후 5년 간 ‘샤오미의 가게’를 만들 것이며 마치 무인양품처럼 가게 안에 50~100건의 상품만 있어도 50~100개의 상품이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무인양품은 일본전쟁 시기 경제 실용 불품의 대명사로 품질이 매우 좋지만 가격이 저렴해 높은 가성비로 해외에서 유명세를 떨쳤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무인양품 매장의 모든 상품은 브랜드 상표를 붙이고 있지 않으며, 높은 품질로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으면서 충성도 높은 팬층을 끌어당기고 있다.

하지만 쉬운 길은 아니다. ‘품질’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경영보가 인용한 베이징사범대학경제및공상관리학원의 전략경영과 주임 쟈오하오(焦豪) 설명에 따르면 “차세대 ‘무인양품’이 되기 위해 기업은 최소한 두 가지를 지녀야 하는데 첫 번째는 브랜드를 뒷받침할 정도로 상품의 품질이 좋아야 한다는 점이며, 두 번째는 회사의 판매량 성장을 이끌 정도로 충성도 높은 팬 층이 두꺼워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점에서 샤오미는 상당한 팬 층을 보유해 이미 두 번째 요구는 충족시키고 있지만 상품의 품질 측면에서는 아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최근 샤오미는 이미 무인양품식의 유통 소매점을 시도하고 있다. 레이쥔은 “매출액의 5~6%를 소매 환경 기반을 개발하는 데 사용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원가에 가까운 가격을 책정하면서 대규모 유통 채널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샤오미는 ‘샤오미의 가게(小米之家)’란 오프라인 매장을 내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중국의 한 전문가는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개발은 분명 샤오미의 유통 채널 부족 문제를 보완해 더 많은 사용자를 모을 것”이라며 “하이엔드 시장에 진입하는 것 보다 ‘무인양품’ 식으로 회귀하겠다는 생각이 샤오미에 더 적합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 하이엔드 시장에는 설 자리가 없다

샤오미는 줄곧 하이엔드 시장 진입 계획을 짜왔다. 올해 3월 샤오미의 공동 창업자 겸 총재 린빈(林斌)은 ‘샤오미의 가게’ 개업식에 참석해 “가격이 높아지는 것은 휴대폰 시장의 대세”라며 “지난해 휴대폰 시장 변화가 샤오미를 일깨웠다”고 전했다.

최근 샤오미로 복귀한 공동 창업자 리완챵(黎万强)은 “홍미 휴대폰의 누적 판매량이 1.1억대에 이르렀다”며 “2016년 하반기 하이엔드 상품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곧 발표되는 샤오미 ‘노트2’ 역시 샤오미가 하이엔드 시장을 향하는 행보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하이엔드 시장은 레드오션이다. 중국의 한 전문가는 “최근 휴대폰 업계의 발전은 이미 심각한 레드오션이며 애플, 삼성전자, 화웨이가 점령하고 있는 하이엔드 시장의 잠재 공간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 샤오미의 '홍미3X'. 나쁘지 않은 사양에 지문인식, 전제기기 제어 기능 등이 포함된 이 스마트폰의 가격은 한국돈으로 15만9천원에 불과하다.

 
IDC에 따르면 2016년 1분기 스마트폰 시장의 출하량 5위는 삼성전자, 애플, 화웨이, OPPO, vivo 였다. 샤오미는 OPPO와 vivo에도 추월당한 상태다.

중국 시장에서 샤오미의 출하량은 이미 하락 위기를 맞았다. IDC 데이터에 따르면 2016년 1분기 중국 대륙 휴대폰 출하량에 있어서 중국 출하량 5위는 화웨이, OPPO, vivo, 애플, 샤오미 순이었다. 샤오미의 출하량은 920만대에 그쳐 연 성장률이 32% 떨어졌다.

또 다른 전문가는 중국경영보와 인터뷰에서 “스마트폰 시장의 포화로 경쟁상대들이 중고급 시장으로 뛰어드는 상황에서 중고급 시장의 샤오미 노트 시리즈 판매 가능성은 희망적이지 않은 상황”이라고 예상했다.
 
■ 샤오미, “반등에 시간이 필요”

최근 샤오미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는 점은 중국 휴대폰 업계가 모두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반등’은 빨리 이뤄질 경우 반년 가량 소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 발전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가트너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은 이제 더 이상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기 어려울 전망이며 올해 판매량 성장폭은 7%로 예측되고 있다. 지난해 14.4%, 2010년 73%에 이르렀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치다.

단 인터넷 기업으로 명성을 떨친 샤오미는 여전히 ‘가성비’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 최근 ‘국민 휴대폰’이라고 불린 샤오미 홍미 시리즈의 3년간 누적 판매량은 이미 1.1억 대를 넘어섰다. 향후에도 중저가 제품 시장에서 ‘제왕’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있다.

이와 동시에 하이엔드와 가성비라는 이 두 가지 개념이 양립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가성비는 저가 제품에서 효과를 발휘하는 만큼 샤오미가 하이엔드 시장으로 뛰어들면 중저가 시장에서 이미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중국경영보는 “많은 전문가들은 최근 샤오미의 전략 정체성이 매우 모호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하이엔드 시장으로 진입하겠다는 전략은 샤오미에 비교적 높은 이익을 줄 수 있겠지만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고 경쟁을 하다 보면 시장에서 받는 압박 역시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하지만 샤오미가 현재 갖고 있는 우위를 활용하고 ‘무인양품’ 식의 기업으로 잘 자리잡는 다면 판매량과 여론의 ‘반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나, 시간은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약 반년에서 1년 가량의 ‘반등’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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