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백연식 기자]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추진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불허 결정으로 사실상 무산된 상황에서 앞으로 방송통신시장이 어떻게 변화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심사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사 과정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들이 공정위의 결정을 뒤엎고 승인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미래부는 18일 입장자료를 내고 “공정위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른 주식취득 및 합병 금지 결정으로 기업 결합은 불가능해 졌다”며 “전기통신사업법, ‘방송법’ 및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에 따른 미래부 절차를 계속 진행할 실익은 없어졌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무산에 따른 시장의 변화와 두 기업의 미래에 대해 업계의 이목이 커지고 있다.

■ SK텔레콤-CJ헬로비전 이의제기/행정소송 할까..."No"

공정위가 불허를 결정하고 미래부도 앞으로의 절차가 무의미하다고 밝힘에 따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공정위가 시장경쟁제한성 평가에서 불허라고 입장을 결정했어도 미래부가 이를 뒤엎고 승인하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아직 확정된 상태는 아니었다.

하지만 미래부가 기업결합 절차를 진행할 실익이 없다고 밝힘에 따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의 정부의 결정은 무산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만약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이 이 같은 결정을 번복하기 위해서는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 절차를 거쳐야 한다. 공정거래법에 제 53조에 따르면 공정위의 결정 이후 30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제기할 수 있다.

SK텔레콤이나 CJ헬로비전은 이의신청을 하지 않고 바로 행정소송도 할 수 있다. 행정소송의 경우 SK텔레콤이 할 수 있는 선택 가운데 가장 강한 것이지만 시간이 지연된다는 단점이 있다.

SK텔레콤이나 CJ헬로비전 모두 공정위의 결정을 존중하거나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을 낼 가능성은 적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행정소송이나 이의신청을 한다고 해서 정부의 결정이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수용한다는 입장을 냈기 때문에 법적 문제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 모두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최우선적으로 경영정상화에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 케이블TV M&A 이대로 멈춰지나

SK텔레콤이 케이블 TV 1위 업체인 CJ헬로비전 인수가 공정위의 불허로 끝이 나면서 앞으로 케이블TV 업체를 이통3사가 M&A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공정위는 CJ헬로비전이 서비스하는 현재 23개 권역 중 17개 권역에서 1위를 하고 있는데 SK브로드밴드와의 결합 시 21곳으로 늘어난다며 불허 이유를 밝혔기 때문이다.

케이블 TV는 각 지역에서 한 사업자가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한 권역만 전체 78구역 중 42구역이다.

2개 이상 케이블 TV 사업자가 경쟁을 벌이는 곳은 13구역이다. 나머지 권역에서는 사실상 독점이 일어나고 있다. 합산규제로 묶여 있는 KT뿐 만 아니라 LG유플러스도 CJ헬로비전이나 현대 HCN 등의 케이블 TV 인수가 어려워 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저희가 금지한 이유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1위와 1위 사업자끼리 결합이기 때문에 경쟁 제한 정도가 강한 것”이라며 “경쟁 제한 정도가 적은 기업 결합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략적으로 보면 1위와 1위 사업자간의 경쟁 제한성이 높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경쟁제한 판단이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즉, 공정위는 1위 사업자간의 기업 결합이기 때문에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CJ헬로비전의 운명은?

조건부 승인이 될 경우 업계는 CJ헬로비전의 알뜰폰 사업이 매각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CJ헬로비전이 가입자 대부분이 KT망을 사용하고 있어서 SK텔레콤이 인수 할 경우 KT망을 사용하는 이용자가 SK텔레콤에게 요금을 내는 모순된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CJ헬로비전 M&A가 무산되면서 알뜰폰 사업은 CJ헬로비전이 계속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계속 감소되는 케이블 TV 가입자이다. CJ헬로비전이 지난해 11월 M&A를 추진한 이후부터 가입자는 계속 감소되고 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 따르면 2015년 11월 416만4119명이던 CJ헬로비전 가입자는 지난 3월 414만9504명으로 1만4615명(0.4%) 줄어들었다.

유료방송 경쟁 업체들이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가입자 유치에 나섰지만 CJ헬로비전은 신사업 투자 등을 멈춘 상태이기 때문에 다시 경영 정상화를 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지난 7개월 이상 SK브로드밴드에 영업기밀을 공유한 것에 대한 보여준 것에 대한 피해도 나타날 것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M&A를 추진하면서 CJ헬로비전의 상황에 대해서 살펴봤다.

M&A 무산으로 경쟁관계로 바뀐 상황에서 CJ헬로비전은 다시 이들과 동지가 아닌 적으로 만나게 됐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M&A가 7개월 이상 장기화되면서 CJ헬로비전의 기업 경영 활동은 큰 차질을 거듭해왔다”며 “현재는 CJ헬로비전의 내부 안정화를 최우선으로 하여 경영정상화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의 미디어 사업 강화 전략은?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은 지난해 4월 취임 간담회를 열고 ‘생활가치 플랫폼’, ‘통합 미디어 플랫폼’,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플랫폼’을 기업 비전으로 제시했다.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추진이 알려졌던 지난해 연말에는 미디어 플랫폼 강화를 위해 미디어부문을 신설하고 이인찬 SK브로드밴드 대표를 부문장에 임명했다. 올해 2월에는 콘텐츠 펀드를 조성해 미디어 플랫폼과 콘텐츠 산업이 함께 성장시키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은 공정위의 불허로 모두 없었던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7월부터 계획으로 잡혀있었던 3200억원 콘텐츠 펀드 구성이 어려워 졌다.

발표 당시 이인찬 SK브로드밴드 대표는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콘텐츠 투자는 상당히 축소되고 지연될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SK텔레콤도 새로운 사업 전략을 다시 구상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글로벌 미디어 기업은 OTT 서비스를 중심으로 ‘국경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국내 시장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는 만큼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위해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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