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홈 시대가 코 앞이라고 언론과 업계가 호들갑을 떤 지도 꽤 되었다. 최근에는 말을 조금 바꾸어 '로봇 홈' 시대라고 말한다. 최근에는 사물인터넷(IoT)을 앞세운 TV 광고도 부쩍 늘었다. 예전 스마트 홈보다 뭔가 좋아진 것은 맞지만, 선뜻 서비스를 신청하기에 뭔가 모자란 감이 있다.

이를 메울 재료로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빅 데이터 기반 기계 학습’이다. 학습으로 지능을 높이고, 이를 통해 감성과 사회성을 갖춘 로봇이 오랜 기간 지지부진한 스마트 홈 사업을 본 궤도에 올려 좋을 수 있을까?

■ 지지부진한 스마트 홈 사업...3대 키워드 ‘빅 데이터, 기계 학습, 로봇’

현재 로봇 홈에 가장 열성을 보이는 곳은 이동통신 업계이다. KT의 오토(OTTO), SK텔레콤의 브이요(Vyo), LG유플러스의 지보(JIBO)가 출격 준비 중이다. 이들 로봇은 각자 내세우는 특징이 조금 다르지만, IoT로 수집한 정보를 기계 학습으로 분석해 가족 구성원의 행동, 감성을 이해한다는 목표는 모두 같다.

집 안 곳곳에 장착된 센서는 가능한 모든 정보를 수집한다. 센서부터 로봇과 사용자가 나눈 대화가지 모든 정보가 수집 대상이다. 정보가 쌓이면 기계 분석을 통해 사용자의 심리, 신체 상태를 판단해 거기에 맞게 조명, 공조, 엔터테인먼트 등 가전 기기를 자동으로 작동시킨다.

▲ 국내의 경우 스마트홈이 이동통신 사업자를 중심으로 전파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스타트업들도 대기업과의 협력 모델을 찾을 필요가 있다. (이미지=스마트폰4유럽)

■비용에 대한 소비자의 심리적 저항

로봇 홈 서비스는 더 나은 주거 환경을 제공한다.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조금 더 편하기 위해 사용자가 기꺼이 매월 비용을 지급할 것인가? 이 질문은 여전히 고민거리다. 매월 들어가는 통신 비용에 가뜩이나 민감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가격에 대한 심리적 저항 없이 시장에서 자리 잡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결합 상품을 잘 만들어 가격 저항을 낮추어도 소비자의 호감을 끌기 어려울 것이다. 대안이 너무 많다. 가정용 로봇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곳은 많다. 상거래 기업, IT 제조 업체, 가전 기기 업체, 교육 기관, 헬스케어 조직 등 가정용 로봇을 안 내놓는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최근에는 네이버까지 미래 기술 개발 영역에 로봇과 스마트 홈을 넣고 있어 향후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처럼 큰 판에 스타트업이 낄 자리가 있을까? 협력에서 답을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협력으로 돌파구 마련이 필요 한 때

스마트 홈 시장의 빅 데이터, 기계 학습, 로봇이 새로운 활력소가 되면서 협력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스마트 홈 초기만 하더라도 시장은 이동통신사가 주도하였다. 협력 역시 대기업이 모든 사업을 다 하는 국내 시장 특성상 그룹 내 이동통신사, 시스템통합(SI), 건설사 간에 이루어졌다.

그나마 협력도 개념 검증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빅 데이터, 기계 학습, 로봇이 주요 관심사가 된 2016년 현재 업계는 새로운 협력 방안을 모색 중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협력을 어떻게 끌어내야 할까?

■미국 스타트업의 재미있는 실험

브레인오브띵스(Brain of Things)라는 신생 기업이 최근 로봇 홈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브레인오브띵스의 로봇 홈은 20개가 넘는 모션 센서, 첨단 조명과 공조 시스템, IoT가 결합된 상하수도,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집주인을 알아보는 도어락, CCTV, 반려견에게 자동으로 밥을 주는 장치 등으로 구성된다.

모든 요소는 음성으로 동작한다. 여기까지는 스마트 홈, 로봇 홈 분야 다른 신생 업체와 크게 다를 것 없다. 브레인오브띵스가 다른 점은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방식이다. 이 기업은 부동산 개발 회사를 통해 자사의 비전과 기술을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브레인오브띵스의 로봇 홈 서비스는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로사에 있는 부동산 개발 회사를 통해 제공된다. 개발, 매매, 임대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부동산 개발 회사가 고객에게 로봇 홈을 파는 것이다. 부동산 개발 회사는 로봇 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집의 경우 월 125달러를 사용료로 받는다. 임대료 외에 추가 수익이 발생하는 것이다. 브레인오브띵스는 부동산 개발 회사에 설치비와 유지보수 비용으로 월 30달러는 받는다. 주택 임대 시장 상황과 조건이 다른 미국의 예이지만 국내 시장에도 어느 정도 통할 수 있는 접근법이다.

■높은 문턱을 넘기 보다 눈 높이 맞는 파트너 찾는 것이 현명

솔루션을 만든 기업이 직접 고객, 그것도 최종 소비자를 대상으로 영업할 수 없다. 특히 스타트업은 더욱 그러하다. 소셜 펀딩으로 화제 거리도 되고 초기 판로도 확보하는 방식은 한계가 분명하다. 조금 더 멀리 보고 시장에서 판로를 개척하는 확실한 방법은 고객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업자를 찾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스마트 홈, 로봇 홈 관련해 고객과 거리가 가장 가까운 사업자는 이동통신사업자, 건설사, 부동산 개발 회사다. 이 중 이동통신사업자는 시장 독점을 꿈꾼다. 그렇다면 나온 답은 명확하다. 스마트 홈, 로봇 홈 시장에서 꿈을 키우는 스타트업은 기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려는 사업자가 가장 좋은 파트너다.

한국의 상황을 고려할 때 건설사와 부동산 개발 회사는 여전히 문턱이 높다. 차라리 부동산 중개, 인테리어 등의 분야에서 활동하는 기업이 더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