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김효정 기자] 최근 노키아가 미국 텍사스주에서 화웨이를 상대로 4건의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이 전세계 모바일 업계를 강타했다. 관련된 특허는 총 9개이며, 제품은 넥서스6p, 아너5x, P8라이트 등이다. 이에 대해 중국 현지 언론은 노키아가 왜 이 시점에 미국에서 화웨이의 특허 침해를 주장하는 것인지 분석하고 나섰다.

■ 화웨이의 스마트폰‧태블릿PC, 노키아에 특허 침해 소송 당해

최근 화웨이를 둘러싼 ‘특허전쟁’은 심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노키아는 미국 텍사스주 법원에서 화웨이를 상대로 4건의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으며 넥서스6p, 아너5x, P8라이트, GX8, 어센트 메이트2, 스냅투앤미디어패드 T1(SnapTo and Mediapad T1) 8.0프로 등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제품이 줄줄이 포함됐다.

중국 블로그 미디어 바이두 바이지아는 “왜 노키아가 이 시점에 미국에서 화웨이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나”라며, “궁극적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라고 반문했다.

사실 노키아가 화웨이에 소송을 제기하기 얼마전, 화웨이는 미국 켄터키주 동부지역 법원에서 미국의 4대 통신사 중 하나인 T모바일을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고소 내용에 따르면 화웨이와의 특허 협의가 성사되지 않았지만 화웨이의 4G LTE 관련 통신 특허를 지속적으로 사용해 온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안건은 T모바일이 사용한 노키아 통신 설비도 포함하고 있다.

바이두 바이지아는 “이 두 건의 소송 시간 차가 매우 짧기 때문에 최근 업계 전문가들은 노키아가 이번에 화웨이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주요 목적이 바로 화웨이가 T모바일에 제기한 소송에 대한 반격이라고 해석한다”고 설명했다. 원인은 매우 간단하다. T모바일은 노키아에게 있어 최근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고객이다.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면, 구체적인 통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몇 년간 T모바일은 노키아 통신설비 비즈니스의 4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볼 때 노키아가 화웨이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그 이전에 화웨이가 T모바일에 제기한 소송이 노키아의 핵심 비즈니스에 있어 신경을 건드렸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또 만약 화웨이가 T모바일에 제기한 소송이 화웨이에 유리하다고 가정할 때 T모바일을 제외한 최대 피해자는 바로 노키아다. 심지어 이러한 피해가 피소 주체인 T모바일에도 영향을 안 끼칠 수 없다.

▲ 노키아가 화웨이에 스마트폰 관련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사진=SK텔레콤, 위키피디아)

■ 알카텔루슨트 인수는 노키아에 ‘특허’를 안겨줬다

이미 많이 알고 있는 사안이지만 노키아는 모바일 업계에서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면서, 시장 점유율과 매출 및 이익 등을 도모하기 위해 통신사를 메인으로 하는 통신설비와 솔루션을 사업을 주력으로 삼아왔다.

이 ‘최후의 핵심 비즈니스’를 존속하기 위해서 노키아는 2015년 156억 유로(약 166억 달러)의 가격을 들여 통신설비 제조업체 알카텔루슨트를 인수했다. 비록 이 거대한 합병을 통해 노키아는 전 세계 통신설비 3대 업체로 진입했으며, 매출 방면에서 2위인 에릭슨과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1위인 화웨이와 비교했을 때 격차는 여전히 컸다. 예컨대 2015년, 화웨이의 매출은 3950억위안으로 608억 달러에 맞먹는다. 알카텔루스트를 합병한 이후의 노키아의 매출이 291억 달러(노키아 136억 달러, 알카텔루슨트 155억 달러)에 불과해 화웨이 매출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또 전체 비즈니스 이익 역시 다르지 않다.

많은 분석가들이 노키아가 알카텔 루슨트 합병을 통해 통신설비 시장에서 1+1은 2보다 높은 효과를 도모하려고 했다고 인식하지만 노키아는 알카텔루슨트를 인수하기 전에 수 년간 손실을 입어왔으며 채무도 짊어졌다.

2013년 초, 골드만삭스와 크레디스위스가 모기지 협의를 체결하면서, 보유하고 있던 3만여건의 특허 모기지를 22억 달러의 차입금 및 지식재산 전문가들이 추산하는 알카텔루슨트의 특허 가치는 54~122억 달러에 이르렀으며, 노키아가 알카텔루슨트를 인수한 것은 단순히 규모적인 것 때문이 아니라 알카텔루슨트의 특허에도 의미를 뒀다는 것이다. 인수 이후, 노키아는 특허 방면에 있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됐다.

■ 노키아에게 있어서 특허의 의미는...

특허가 목적은 아니겠지만, 특허 배후의 혁신적인 업무 경쟁력을 어떻게 기업과 시장 및 사용자의 가치로 제공하느냐에 있어서 ‘특허 자체’에 얽매여서는 안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노키아의 모바일 사업은 블랙베리, 팜 등 제조업체들의 특허 축적을 통해 당시 높은 입지를 차지했지만 휴대폰 사업에서 결국 특허만 남게 된 바 있다.

현재 통신설비와 솔루션을 메인으로 하는 노키아를 보면, 시장 관점에서 화웨이와 비교할 때 특허 보유량을 핵심 업무경쟁력으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특허 자체로 화웨이 보다 강한 면모를 갖고 있으나 매출과 이익은 화웨이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와중에, 화웨이는 T모바일 특허 침해로 노키아의 핵심 비즈니스를 위협했으며, 노키아가 손을 놓고 있는다면 특허 소송은 T모바일에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노키아는 부득불 통신설비 시장 1위인 화웨이와 경쟁할 수 밖에 없으며 매출 2위인 에릭슨이 지금처럼 계혹 제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도 난망하다.

통신설비 비즈니스 이외에도, 노키아의 스마트폰 사업이 잘 나갔을 당시, 화웨이의 모바일 사업은 아직 명함도 못내밀 정도였지만 몇 년만에 화웨이는 스마트폰 세계 3위 브랜드로 올라선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화웨이의 특허 침해를 주장한 노키아는 화웨이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을 소송에 포함시켰다.

업계 전문가들은 노키아 수중의 발명특허가 매년 100개 가량씩 효력을 잃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향후 4년 내 노키아의 최소 400여개 발명특허가 힘을 잃게 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10년이면 노키아의 특허 가치가 크게 떨어질 것이란 이야기다. 이에 특허 가치가 있을 때 화웨이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이번 화웨이와 노키아의 소송은 양자의 핵심 업무를 겨냥하고 있어 매우 민감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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