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경탁 기자] 한국 드론 산업이 나아갈 길은 드론의 항공 기술 개발에 집착하기 보다는 우리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영상 등 ‘미디어 콘텐츠’와 ‘사물인터넷(IoT)’등 통신 분야와의 응용, 연관 서비스에 집중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정부가 지난달 30일 국내 드론 시장에서 국산업체의 점유율을 현재 18%로에서 5년 뒤 60%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이 계획이 현실성 있는지에 대한 업계의 지적이 일고있다.

우선 용어부터 정리하자면 한국 정부에서는 드론을 초경량 비행장치로 분류, 사람이 타면 드론이 아니다. 반면 중국, 인도네시아 등은 크기와 상관없이 사람이 탑승해도 조종사만 없으면 드론이다. 유인 드론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같은 까닭이다.

현재 전 세계 드론 시장은 드론계의 애플이라 불리는 ‘DJI’를 중심으로 이항, 유닉 등 중국 업체들이 약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앤설리번에 따르면 특히 DJI는 전 세계 민간 드론 시장 점유율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 한국 드론 산업이 나아갈 길은 드론의 항공 기술 개발에 집착하기 보다는 우리가 잘하는 영상 등 ‘미디어 콘텐츠’와 ‘사물인터넷' 분야와의 응용에 집중해는 서비스에 집중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위키피디아)

현재 드론 시장은 연평균 22%씩 성장해 5년 뒤 673억 달러(한화 약 77조원)이 될 것으로 전망되어 정부는 이를 한국경제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는다는 목표다. 각 부처가 5년 동안 무인이동체를 두루 육성하고자 연구개발(R&D) 지원, 관련 법·제도 정비, 산업 생태계 조성, 시범도로 등 인프라 확충 등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과거 산업화 시대가 아닌 21세기에 정부 주도의 정책만으로 얼마나 실효성이 있겠냐는 지적이다. 한국과 중국 정부가 드론에 투자하는 금액은 비교 자체가 안된다. 정부가 3년간 400억을 투자한다는데 이는 중국의 한해 드론 관련 예산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특히 국내에 민간시장을 주도 할 이렇다 할 드론 기업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드론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은 물론 드론 산업에 투자하려는 중견기업 상장사들이 많지 않은 실정이다.

박성종 한국드론산업협회 협회장은 “드론 시장은 민간에서 시장을 주고하고 개발 및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 한국은 너무 공공기관 주도로 예산이 치우쳐 있는데 이는 밥그릇 문제가 달려있어 민간 쪽으로 이전되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 정부가 예측한 미래의 무인이동체 환경(자료=미래창조과학부)

특히 드론 관련 기술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독점하며 민간에 풀기를 꺼려하는 것도 문제다. 민간 드론업계에서는 드론을 꼭 항공분야로 한정 지을 수 없는데 항공 기술 개발 및 보안을 명목으로 예산 대부분을 가져간다는 것이다. 항우연이 대한항공에 개발비용을 지원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기술 이전이 없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 민간 드론업계의 불만인 것이다.

박종서 한국항공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특수목적의 기체를 개발하는 부분은 가능할 수 있지만 정부의 드론 시장 점유율 60% 목표는 현실성이 없다”며 “소형 드론기체는 중국산을 따라 잡기가 어려우므로 중국산 소형 드론 기체를 활용한 SW 및 드론이 수집한 영상 데이터관련 응용분야 개척을 하는 것이 답이다. 이부분은 IOT 하고 AI 부분과 연결되어 엄청난 시장이 될 것이다”고 조언했다.

드론 제품 및 부품의 생산 가격과 관련해 중국을 따라잡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중국은 드론의 제품 가격 경쟁력 뿐 아니라 품질까지 압도적이다. 이 같은 분야에 한국이 투자하기 보다는 드론을 활용한 통신 서비스 및 콘텐츠 등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韓 드론업계의 롤모델… DJI 성공 비결은 ‘R&D 집중’과 함께 ‘콘텐츠 접목한 마케팅’

스마트폰 및 기타 업계에도 잘나가는 중국 기업들이 있지만 이는 제품 기술보다는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가격을 떠나 메이드인 차이나가 제품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인식을 처음으로 깬 중국계 기업은 DJI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세계 드론 시장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DJI는 지난 3월 한국에 상륙한 뒤에도 좋은 제품과 마케팅으로 국내 고객들의 마음을 홀리고 있다. DJI에 따르면 오픈 이후로 매주 주말 평균 방문객이 약 2천 명에 달한다.

DJI는 애초 촬영을 전문으로 하는 고객들이 주로 방문하실 것이라는 예상을 했으나 부모와 함께 드론을 구경하러 오는 어린이부터 중장년 층까지 다양한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단순히 취미생활로 구입하는 소비자 외에도 웨딩 촬영 사업, 부동산, 토지 측정 등 상업적 목적으로 구매하는 고객들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DJI 측은 전했다.

▲ 프랭크 왕 DJI CEO (사진=DJI)

DJI가 전 세계 드론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기타 제품에서 찾아볼 수 없는 제품 기술력이다. DJI는 2006년 회사를 설립해 처음에는 완제품이 아닌 비행제어장치(FC) 등 드론 내에 탑재되는 핵심 부품을 개발해 납품했다.

FC라고 부르는 비행제어 장치는 스마트폰의 AP처럼 드론의 뇌 역할을 하는 부분으로 드론이 어떠한 환경에서도 수평을 유지하고 안전한 비행을 할 수 있게끔 해주는 핵심 부품이다. 속도를 측정하는 가속도 센서와 평형 상태를 측정하는 자이로스코프로 구성된 IMU로 이뤄져있다.

2011년부터 완제품을 내놓기 시작한 DJI는 드론 업계에서 선발주자는 아니지만 기술 투자에 집중하며 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갔다. 현재 조직 인원 3분 1정도가 R&D인력이고 미국 실리콘벨리와 일본 등에도 R&D 센터를 두며 테슬라모터스, 애플 인력들을 흡수했다.

▲ DJI가 지난 3월 출시한 팬텀 4 모델

DJI의 첫 드론 '팬텀1' 출시 이 후 회사 브랜드 인지도 및 회사 규모는 급성장하게 되어 준 전문가용 항공 촬영용 드론인 ‘인스파이어’, 지상에서 사용하는 짐벌 카메라 시스템 ‘로닌’ 그리고 핸드 짐벌 카메라 시스템 ‘오즈모’를 잇달아 출시하며 영상촬영의 대명사로도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실제 대부분의 방송계나 영화계 등 항공 영상 촬영에는 DJI 드론이 사용되고 있다.

이를 통해 DJI는 단순히 드론 제작을 뛰어 넘어 드론을 통한 콘텐츠 제작에도 주력하고 있다. DJI코리아 오피스가 홍대에 위치한 것도 주변의 아티스트, DJ, 영화감독을 초대하며 드론을 이용한 영상 콘테츠 제작을 연계한 마케팅을 펼치기 위해서다. DJI코리아는 현재 ‘안녕 여름’이라는 주제로 첫 항공 사진 콘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DJI코리아 관계자는 “드론을 장난감처럼 생각하는 고객들이 많은데 한국 시장에서 드론 규제가 급격히 풀렸을 때를 대비해 DJI는 소비자 교육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누구나 드론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도록 내부에 스토어 비행존을 설치, 전문 파일럿들의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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