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백연식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에 대해 5일 이례적인 불허 결정을 내려 인수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모두 입장자료를 내고 유감의 뜻을 표현한 상태다.

공정위는 이르면 20일 열릴 전원회의에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의견을 듣고 최종 결정을 내린다. 공정위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의 주식 매매와 합병을 모두 거부하는 불허 결정을 내렸고, SK텔레콤 등은 이에 대한 소명을 할 예정이다.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무산될 위기에 몰리면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SK텔레콤 이의신청 또는 행정소송 불사할까?

SK텔레콤은 지난 4일 오후 공정위의 심사보고서를 받고 밤 늦게까지 대책회의를 진행했다. 다음 날인 5일 오전에도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은 6시 30분 경 일찍 출근해 각 부문장들과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보고서가 아직 확정된 결정사항은 아니기 때문에 전원회의에서 입장을 강력하게 전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공정위의 입장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선례를 보면 조건부 승인의 경우 공정위가 업체의 의견수렴을 통해 구체적인 조건이 조금 바뀌는 경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번의 경우 주식 매매와 합병을 불허했기 때문에 협상의 여지가 있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이 이의신청 또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추진의 경우 그룹 차원에서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추진된 중요 사안이다.

공정거래법에 제 53조에 따르면 공정위의 결정 이후 30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제기할 수 있다. 이의 신청은 SK텔레콤 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인 KT나 LG유플러스도 가능하다.

SK텔레콤은 이의신청을 하지 않고 바로 행정소송도 할 수 있다. 행정소송의 경우 SK텔레콤이 할 수 있는 여건 중에 가장 강한 선택이지만 시간이 지연된다는 단점이 있다. 공정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는 것도 회사 차원에서 부담스러운 일이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 SK텔레콤 자진 철회로 돌릴까?

SK텔레콤이 자진 철회로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정위의 결정이 생각보다 늦어졌는데 이번에 갑자기 '이례적인' 결정을 내린 이유는 윗선의 신호가 있다는 일각의 시선도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심사보고서가 전원회의에서 뒤바뀔 가능성은 낮고, 심사주체인 미래부도 공정위와 반대 입장을 내기는 부담스럽다.

사실상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행정소송을 제기 하는 것 보다는 정부 또는 공정위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SK텔레콤 입장에서는 판단할 수 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업환경에서 공정위 등 정부를 상대로 강하게 항의할 수 있는 기업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 CJ헬로비전이 변수

피인수주체인 CJ헬로비전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인수에서 SK그룹 보다는 CJ그룹이 더 적극적이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CJ그룹은 사양 산업이라고 볼 수 있는 케이블TV업체 CJ헬로비전을 매각하고 CJ E&M을 주축으로 한 콘텐츠 사업에 집중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CJ헬로비전을 SK텔레콤에 매각할 시 1조원의 자금이 생기는 데 영화 1편 제작이 50억원이 들 것이라고 가정할 경우 200여편 제작이 가능하다.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물 건너가게 되면 CJ그룹이나 CJ헬로비전도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SK텔레콤이 자진철회로 입장을 돌리고 싶어도 CJ헬로비전 입장을 고려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자진 철회로 입장을 바꿀 경우 CJ그룹에 1천억원의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위약금 또한 SK텔레콤의 행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미래부 등 정부가 합병을 불허했다는 것이 결정이 나면 SK텔레콤은 위약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위약금을 떠나 SK텔레콤은 공정위 이의신청 등을 통해 인수합병 추진에 최선을 다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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