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김지영 기자] 단순히 생각만 하는 것과 그것을 실천하는 것, 둘의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레고 렌털 스타트업을 시작한 권정근 대표는 창업 아이디어를 실현하기까지 10년이 걸렸고 그 전과 후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한다. 지난 1일 오전 역삼동에 위치한 오렌지가든의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인터넷 광고 마케팅, 미디어 본부장을 거쳐 2007년 보험 영업까지 도전했다. 창업에 대한 생각은 10년 동안 품고 있던 중 42세가 되던 해 무작정 1인 사무실을 대여해 본격적인 아이템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는 초기에 인맥 연결 서비스로 시작해 동영상 커뮤니케이션을 거쳐 2014년 12월 지금의 레고 렌털 사업에 정착하게 됐다.

그가 사업을 시작할 때 주변 지인들에게 엔젤투자로 받은 1억 6천만원이 전부였다. 레고 렌털이 입소문을 타면서 첫 달 50만원을 시작으로 매출이 발생하긴 했지만 임대료, 직원 임금, 레고 구매비용 등을 합쳐 한 달 3천만원의 비용을 지불하기엔 턱 없이 부족했다. 2015년 6월부터 급격히 악화된 자금난은 2015년 9월 권 대표가 살고 있는 집 담보 대출, 어머니와 누나 등의 도움도 부족해 마지막엔 카드의 현금 서비스까지 얻어 회사의 비용을 충당했다고 권대표는 회고했다.

▲ 레고 렌털 서비스 '레츠고'의 권정근 대표(사진=오렌지가든)

지난해 12월 부터 직원들의 월급을 주기가 어려워지고 올해 2월 생사에 위기에 접어들며 폐업까지 생각하는 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던 중 지난해 12월 본엔젤스로부터 투자 기회를 얻게 돼 올해 3월 말 4억원을 수혈받았다. 이를 시작으로 중기청에서 2년 간 5억원을 지원하는 TIPS 프로그램에도 채택, 현재 협약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케이브릿지와 외부 엔젤 투자자로부터 4억원을 투자받는 등 후속 투자가 이어졌다.

권 대표는 레고 렌털 사업에 대해 단순한 렌털 사업이 아닌, IT 에 기반한 비즈니스라고 강조했다. 레고는 현재까지 1만 8천 종의 피스가 시판됐다. 고객에게 대여를 하기 위해서는 피스 하나라도 빠짐없이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검수 과정이 필수적이다. 그는 각 피스의 무게 모양 길이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사람 손이 아닌 기계가 제품을 보다 효율적으로 구분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다. 레고 렌털 비즈니스에서도 예외 없이 가장 중요한 이슈는 비용과 시간인 것이다. 그는 내년 하반기에는 현재 검수과정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인 마크4가 출시될 것으로 예상했다.

▲ 레고 피스의 각 무게, 사이즈 등을 기계가 분류 및 데이터화 할 수도록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를 개발 중이다.(사진=오렌지가든)

레고 렌털 서비스는 한 달 M 사이즈 박스 9900원, L 사이즈 1만9900원, XL 사이즈 2만9900원이다. 고객은 렌털 시 배송기간까지 약 4 주 동안 이용 가능하며 매월 정기 구독 시 배송비를 아낄 수 있다. 고객이 사용 후 반납된 레고의 모든 피스는 고온 살균 및 건조가 되어 재포장돼 위생까지 꼼꼼히 신경 썼다. 또한, 고객이 레고 렌털 중 분실한 피스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비용을 받지 않고 있다.

▲ 고객들이 사용을 마친 레고를 살균 세척 후 검수 과정을 거친다.(사진=오렌지가든)

글로벌 레고 시장은 지난해 약 6조 원으로 전년 대비 25% 성장, 10년 대비 5배 성장했다. 국내 시장은 5년간 5배 성장해 지난해는 1천520억원의 매출 규모를 보였다. 곽대표는 향후 자체 소프트웨어 개발이 완료되면 국내 시장의 성인 레고 시장뿐만 아니라 해외의 레고 렌털 사업까지 확장시킬 목표를 갖고 있다. 그는 렌털 서비스에 그치는 것이 아닌 예술가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레고 모형을 제작해 판매까지 이어지는 창작 레고 문화 플랫폼을 더욱 확산시킬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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