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김효정 기자] 델의 연이은 ‘M&A 손실’ 때문에 델이 중국에 수년 내 투자키로 한 1250억 달러(약 147조9375억원) 규모의 투자금 계획이 사실상 공염불이 될 것으로 현지 언론은 예측하고 있다.

중국 언론은 지난 3개월 간 델이 두 번이나 큰 손실을 입었음을 주지했다. 지난 6월 21일 프란시스코 파트너스와 엘리엇은 공동성명을 통해 델 산하의 퀘스트 소프트웨어 및 소닉월을 인수하는 안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 거래 금액은 약 20억 달러이며 4년 전 이 두 사업체의 인수 금액이 36억 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델의 손실액은 12억 달러에 달한다.

이와 동시에 지난 3월 일본 기술 서비스 회사 NTT 데이터와 델 산하의 페롯시스템 인수 거래를 진행한 델은 역시 4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입었다.

델이 왜 산하의 자산을 매각하려고 하는 것일까. 중국경영보(中国经营报)에 따르면 2015년 10월 670억 달러의 EMC 인수 협상 이후 미국의 한 금융업계 애널리스트는 “델이 미국 증권거래소에 제출한 내역에 따르면 EMC를 인수하는 것은 하이레버리지 거래이며 510억 달러의 채무를 담당해야만 이 거래를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설명했다. 산하 자산을 매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델의 공식적으로 이같은 ‘손실 M&A’를 화두로 삼고 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델의 중화권 총재 황전훙(黄陈宏)은 이전에 중국 경영보와 인터뷰에서 “델의 사유호와 EMC 인수가 채무적 압박을 가져왔으나 델의 클라우드 기업으로의 성장모델 전환에는 유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 델 본사 전경 (사진=위키피디아)

■ 3개월간 20억 달러 손실

델의 EMC 인수 협상은 2015년 10월 이뤄졌다. 로이터가 2015년 11월 초 보도한 바에 따르면 EMC 인수로 인한 채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델은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사업 내 비핵심 자산을 포함해 약 100억 달러 규모의 매각 계획을 세운 상태다. 이 매각 대상 자산에는 IT관리 솔루션 공급업체 퀘스트 소프트웨어, 이메일 기밀 및 데이터 보안 업체 소닉 월, 그리고 백업 솔루션 부문인 앱 어슈어(App Assure)와 IT 서비스 공급업체 페롯시스템이 포함돼 있다.

최근까지 델은 이미 이중 대부분 자산을 매각했으나 돌아온 자산은 100억 달러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페롯 시스템 매각 과정에서 델은 시티은행과 협력하는 방안을 택했으나 최초 매각 가격은 50억 달러에서 60억 달러 사이였다. 하지만 이후 델과 타타 컨설턴시 서비스 등 여러 회사들이 협상을 벌였으나 최종 가격 합의를 보지 못했다. 이러한 기업들과의 담판에서 델이 제시한 가격은 50억 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3월에 델은 결국 일본 NTT 데이터와 협상에 이르렀으며 35억 달러의 가격에 페롯시스템을 매각키로 했다.

페롯 시스템은 미국의 전 대통령 입후보자가 창립한 회사이다. 2009년 델이 39억 달러 가격에 페롯 시스템을 사들이면서 델의 IT 컨설팅 부문으로 편입했었다.

델은 페롯 시스템을 사고 판 7년간 그다지 이익을 얻지 못했으며 도리어 자산이 4억 달러 가량 줄어든 셈이다.

유사한 상황은 퀘스트 소프트웨어와 소닉월의 매매 과정에서도 재연됐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델은 2012년 잇따라 퀘스트 소프트웨어와 소닉월을 인수했으며 각각 24억 달러와 12억 달러를 지출했다.

퀘스트 소프트웨어와 소닉 월의 매각에서 델은 골드만삭스와 협력했으며 골드만삭스가 제시했던 두 회사의 합산 가격은 20억 달러에 불과했다. 델이 벌어들인 돈은 인수 금액에 비하면 미미하다. 결국 6월 21일 공동 성명을 통해 퀘스트 소프트웨어와 소닉 월 거래가 20억 달러 가량에 매각 됐다고 발표하면서 델은 약 16억 달러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경영보는 “위 사례를 종합하면 델은 과거 3개월간 90~1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매각하려고 했지만 실제 팔린 자산 금액은 75억 달러에 불과하다”며 “매각을 통해 55억 달러를 회수했을 뿐 20억 달러의 손해를 봤다”고 분석했다.

EMC로 인해 다급해진 델의 마음을 아는 ‘매수자’들이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중국 핑안증권의 IT 애널리스트는 중국경영보와 인터뷰에서 “전 세계가 델이 EMC를 인수하기 위해 자산을 매각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델이 협상에서 불리한 지위에 있을 수 밖에 없으며 이 때문에 자산이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델의 중국 사업 전망 ‘암담’

최근 몇 년간 과거 PC의 제왕이었던 델, HP와 레노버는 새로운 성장모델로 전환을 꾀해왔다. 레노버만 하드웨어와 스마트폰 방향으로 성장모델을 전환하고 HP와 델은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등 기업용 시장으로 돌아선 것이다. 하지만 그 효과는 뚜렷치 않은 상황이라고 언론은 평가하고 있다.

중국경영보는 “특히 중국 시장에서 ‘프리즘 사태’의 발생 이후 중국 정부의 인터넷 보안 요구 수위가 높아지면서 미국의 일부 IT 대기업들은 자연스럽게 정부 및 은행, 통신 등 민감한 부문의 구매 명단에서 제외됐다”며 “중국 시장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중국 정부의 이같은 정책 변화는 미국 IT 기업들에게 큰 영향을 입혔다”고 부연했다.

델도 그 중 하나다. 델의 파트너 업체 관계자 중 한 중견 관리자는 중국경영보 기자에게 “정부의 조달 대상 명단에서 빠지면서 많은 미국 IT 대기업들의 중국 매출이 큰 영향을 받았으며 이 때문에 중국 시장 투자에 소극적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황전훙 총재는 인터뷰에서 “델이 중국 경제에 대한 믿음이 크기 때문에 이미 향후 5년 내 1250억 달러 규모의 투자금액을 이미 승인한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파트너 업체 관계자는 “최근 2년간 여타 미국 IT 대기업들이 중국에서 공장 건설을 하던 중국 기업과 합작을 하던 델은 줄곧 중국에 125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혀 왔지만 현실화 된 건은 사실상 없다”며 특히 델의 사유화와 EMC 인수가 가져온 거대한 채무 상황 아래에서 델이 가까운 시일 내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다는 것은 현실화 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델은 EMC 인수 성명에서 합병이 완수된 이후 18~24개월간 델은 업무 중점을 채무 감소에 둘 것이며 목표는 투자 금액 등의 신용 수준을 높이기 위함이다. 델이 우선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중국 시장 투자는 난망해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한 것이다.

2013년 사유화를 완성한 이후 델은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등 기업용 시장으로 성장 모델을 전환해 왔다. 중국에서도 델은 귀저우성 정부, 귀양시 정부와 협력해 클라우드 합자 회사를 설립했으며 합자회사 플랫폼을 통해 중국의 수백만 중소기업 고객이 델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중국경영보는 “비록 클라우드 및 빅데이터 시장이 사실상 여전히 시작 단계 이지만 글로벌 선두 기업, 예를 들어 아마존은 클라우드에서 이미 십년이 됐다”며 “여기에 알리윈(阿里云) 등 자금이 두둑하고 투자 통이 큰 대기업들이 맹렬히 뛰어들고 있어 델이 중국 클라우드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는 길은 가시밭길이 될 것”이라고 델의 중국 사업 미래를 어둡게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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