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아이티투데이 이경탁 기자] 주술, 정령을 뜻하는 토템은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서 ‘버프(기본 능력치를 증가시키는)’를 주는 ‘특수효과 아이템’이라는 뜻의 유행어로 사용된다. 최근 문화콘텐츠 산업이 저성장의 늪에 빠져 허덕이는 한국 경제의 토템으로 변모하고 있다.

20세기가 군사력, 기술력 등의 하드파워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문화, 예술 등의 소프트파워 시대다. 문화력으로 전 세계를 리드하고 경제력까지 결정 짓는 시대다.

전 세계 글로벌 국가 브랜드 순위에서 상위권에 있는 미국, 영국, 일본 등의 선진국은 문화 콘텐츠 강국이다. 문화콘텐츠 경쟁력이 국가 브랜드를 결정짓고 국가브랜드가 곧 기업의 경쟁력이 된다.

▲ 문화콘텐츠 산업이 저성장의 늪에 빠져 허덕이는 한국 경제의 토템으로 변모하고 있다 (사진=CJ E&M)

전 세계 문화산업을 리드하고 있는 미국의 중심 뉴욕 한복판에서 한류가 울려 퍼지고 있다. 과거 미국에서 한류라 하면 LA 등 서부에 많이 거주하는 한인들 위주의 인기였다. 하지만 이제 황인, 백인, 흑인 가리지 않고 한류에 열광하고 있다.

90년대 홍콩영화, 2000년대 초반 일본 에니메이션 등이 서구권에 아시아 문화 열풍을 일으켰다면 현재는 ‘한류 음악’이 있고 그 중심에는 CJ E&M이 있다.

■ CJ E&M, 문화콘텐츠 산업으로 한국 선호도를 전 산업 확대...코리아 프리미엄 창출 기여

CJ E&M이 미국 뉴욕에 위치한 ‘푸르덴셜 센터’에서 24일, 25일(현지시각) 이틀간 ‘케이콘 2016 뉴욕’을 개최하며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화콘텐츠 산업의 중요성과 이 속에서 CJ E&M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케이콘은 K팝, K드라마, K뷰티, K푸드 등 한국의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종합 한류 페스티벌이다.

이 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신형관 CJ E&M 콘텐츠부문장은 “CJ E&M은 문화콘텐츠 산업을 통해 한국의 브랜드를 높이고 경제 체질을 업그레이드하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것에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케이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 행사는 처음으로 양일간 행사로 변하고 지난해보다 컨벤션 참여부스가 크게 늘어나 미국 동부에서도 한국문화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형관 부문장은 “특히 도요타, 맥도날드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의 문화행사의 메인스폰서 행사에 참여하며 마케팅을 하고, K 콘서트 중심으로 일어나는 한류의 효과는 실제 한국 기업들의 경제적 진작효과를 내는데 큰 도움을 주고있다. 과거 이소룡이 서구권에서 동양인 남자에 대한 이미지를 한번에 바꾼 것만 봐도 콘텐츠의 힘은 절대적이다”고 덧붙였다.

▲ (좌) 신형관 CJ E&M 콘텐츠부문장 (우) 안젤라 킬로렌 CJ E&M 미국법인 COO <사진=CJ E&M>

케이콘 행사는 단순히 공연 뿐 아니라 비문화 기업들의 참여를 받아 컨벤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행사 스폰서로 참여한 아시아나항공과 농심, 롯데호텔의 컨벤션 부스 관계자들은 “이번 행사 참여로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생소한 기업 브랜드 인지도를 알리는데 매우 긍정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한류 팬 대부분이 한국을 여행국가로 방문하는 만큼 실제 내수 매출과도 연결되는 고리가 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이 올해 초 발표한 ‘2015 해외한류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한국에 대한 연상 이미지는 ‘케이팝’이 23.8% 포인트로 가장 높았고 한식(15.4%), IT첨단산업(8.2%)였다. 이는 1년 전 조사에서 ‘한국전쟁(8.8%)’, ‘북한(8.0%)이 큰 비중을 차지하던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한국 문화콘텐츠 소비량이 많은 계층일수록 한국 이미지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높고 한국산 제품 구매율도 높게 나타났다고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은 분석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KOTRA가 지난 3월 발표한 ‘2015 한류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한류로 인한 총 수출액은 70억 3천만 달러(한화 약 8조 2천억원)으로 이는 2014년 대비 2.2% 증가한 수치다. 한류의 생산 유발효과는 15조, 부가가치는 5조원으로 분석되어 한류가 경제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타 산업 전반으로 경제 효과를 확산 시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 (좌 ) 방탕소년단의 멤버 랩몬스터, (우) 에일리 <사진=CJ E&M>

또한 외신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특히 월스트리트저널, CNBC 등 미국 주요 매체들은 CJ E&M의 이번 행사에 큰 관심을 보이며 기사를 내보냈다.

이 날 신 부문장과 함께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안젤라 킬로렌 CJ E&M 미국법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번 행사로 미국 주요 매체들과 많은 인터뷰를 진행했다”며 “이번 행사에 비한(韓)인이 90% 이상이고 단순히 아시안 뿐 아니라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와 미국 주요 매체들은 이 현상을 어떻게 봐야할지 놀라했다”고 전했다.

한편, CJ E&M에 따르면 미국의 대안학교인 차터스쿨 중 하나인 데모크라시 프랩 파터 스쿨의 학생들은 대부분이 뉴욕 할렘가 출신으로 한국식 교육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이 시스템에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 큰 요인에도 역시 한류가 있었다.

이 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유혜진 선생님은 “학생들이 아이돌 음악, 태권도 등 한국 문화에 열광하고 있다”며 “남학생들에게는 다이나믹듀오, 여학생들에게는 방탕소년단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한류로 긍정적인 효과를 받은 미국의 학생들이 자라나면 향후 한국은 미국에 수 많은 친한파를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저력의 ‘일본’과 진격의 ‘중국’과 대응하기 위한 숙제는 "아이돌 중심 콘텐츠서 탈피"

업계전문가들은 한류가 잘나간다고 방심하다가는 80-90년대 홍콩영화산업처럼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은 같은 유교문화권인 중국과 일본과 글로벌 문화콘텐츠 시장에서 경쟁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서구권에서 일본이 가지는 문화의 힘은 대단하다. 이미 ‘스시’류의 일본 음식은 미국 라이프스타일에 스며들어 누구나 먹고 싶어하는 고급음식으로 통한다. 특히 토토로의 ‘지브리스튜디오’, 나루토, 원피스 등 일본 에니메이션이 가지는 힘은 전세계 만화 시장에서 절대적이다.

중국도 최근 문화 부흥을 국가 주요 기조로 내걸고 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내건 중국의 꿈의 마지막 단계는 경제가 아닌 문화로 세계를 지배하는 것으로 음악, 미술, 영화, 미디어 등 소프트파워로 슈퍼차이나의 마지막 단계를 완성시킨다는 비전이다.

▲ 한국은 같은 유교문화권인 중국과 일본과 글로벌 문화콘텐츠 시장에서 경쟁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사진=위키피디아)

한류가 대세를 타고 있기는 하지만 아이돌 가수 중심의 콘텐츠로 편중되어 있다는 것은 풀어야 할 숙제다. 아이돌 가수는 틴에이저 위주로 ‘핫’하게 뜨지만 금방 식어버린다는 것도 특징이다.

과거 유럽 클래식 음악이 현재까지 전 세계 음악 콘텐츠 비중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하는 것도 음악적 깊이다. 한류를 장기적으로 지속하기 위해서는 음악적 다양성을 한류팬들에게 더욱 어필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주문이다.

▲ 케이콘 2016 뉴욕 행사 전 싸이 강남스타일의 말춤을 추는 한류 팬들(사진=CJ E&M)

신형관 CJ E&M 콘텐츠부문장은 “이 같은 부분에 대해 CJ E&M은 충분히 고민하고 공감한다”며 “이를 위해 현재 아이돌 음악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는 크지만 한국 음악 시장에서는 비교적 협소한 힙합, EDM, 락 등의 비주류 장르들을 발굴,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및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 부분장은 “최근 아이돌 가수들의 실력이 과거에 비해 일취월장하고 CJ E&M도 아이돌 가수들의 실력을 높여 단순히 아이돌과 아티스트의 구분을 없애 화려한 퍼포먼스와 좋은 가창력을 모두 보유한 스타들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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