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서비스 구독 모델을 따르는 앱의 경우 85(개발자)대 15(애플) 수익을 배분할 계획이다. 구글도 바로 동참을 선언했다. 앱 유통의 길목을 지키며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두 기업이 새삼 개발자를 위하는 척하는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새로운 앱 시장의 부흥을 이끌기 위한 배려(?)다. 속을 들여다보면 개발자에게 헛된 희망을 더는 심을 수 없는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 7:3의 달콤한 유혹과 가혹한 현실

스마트폰이 시장에서 성공한 가장 큰 이유는 앱 시장 활성화다. 애플과 구글은 7:3이라는 파격적인 수익배분율을 내세워 전 세계 개발자의 재능과 아이디어를 쓸어 담아 성공의 발판으로 삼았다. 각국 정부는 일인 창업을 실업 해소 대책의 한 축으로 삼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고, 더 많은 개발자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뿌렸다. 독서실처럼 칸막이가 가득한 창업보육센터에서 일인 개발자를 키우겠다고 내건 우스운 예도 많았고, 하루가 멀다고 대학과 기관에서 일인 창업 세미나가 열렸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회사를 박차고 나와 뜻 맞는 이 몇 명과 앱을 만들며 성공에 들뜬 이들은 곧 현실의 벽과 마주했다. 차트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인기 앱 만들기는, 일반인이 스타 연예인이 되는 것만큼 어렵다. 1년 이상 버틴 앱 관련 스타트업들을 가면 자사의 앱 차트 순위가 높다고 말을 약속이나 한 듯이 똑같이 하는데,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애틋하다. 차라리 초반부터 싹이 안 보이면 속이라도 편하다.

앱 사용자 수가 어중간하면 기능 개선, 보안 업데이트 등 유지보수에 품이 들고 앱 운영에 필요한 클라우드 비용도 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앱 개발은 시쳇말로 앞으로 벌고 뒤로 까이는 사업이란 말도 심심찮게 들렸다.

■ 등 돌린 개발자 마음 돌리기

이번 애플과 구글의 행보는 등 돌린 개발자에게 또 한 번 달콤한 제안을 하는 것이다. 구독 서비스의 경우 개발자 몫을 85%로까지 늘려 주겠다는 것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소프트웨어 수익 창출(monetization) 방식은 분야를 떠나 같은 패턴을 따른다. 기업용 소프트웨어는 제품 단위로 판매하던 방식에서 이제는 클라우드 기반 가입형 서비스로 바뀌고 있다.

앱 역시 독립적인 제품 판매에서 부가 제품/서비스 판매, 가입형 서비스 등 수익 창출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게임의 앱 내 구매(in-app purchase), VPN이나 클라우드 스토리지의 년단위 가입, 영상이나 잡지 같은 컨텐츠의 월 단위 구독이 대표적인 예이다. 나름 앱 개발자, 개발사는 앱 하나를 만들면서 크로스 셀링, 업 셀링 등 새로운 수익 창출 방안을 고민해왔다.

■ 차트 주도권을 버려야 공생이 가능

그렇다면 애플과 구글의 통 큰 양보가 앱 시장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개발자의 꺼진 열정을 불사를 수 있을까? 일단 수익률 조정은 먹힐 것 같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잘 만든 앱, 유익한 구독 서비스가 제공하는 혜택을 어떻게 더 많은 이들이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인가?

현재와 같이 앱 시장의 길목에 서 있는 기업은 단순히 카테고리를 분류하고 스스로 객관적이라 평가하는 랭킹 알고리즘으로 인기 차트를 정리하지 말고 더 많은 앱 개발사의 수익 창출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가장 현실적인 제안은 ‘추천’이 되지 않을까? 7:3으로 그동안 돈 많이 벌었으면, 좀 제대로 된 추천 시스템 하나 만들어서 더 많은 앱과 서비스가 사용자에게 효과적으로 노출될 수 있게 했어야 했지 않을까 싶다. 사용자의 앱 사용 패턴을 이용자 동의로 추적할 수 있고, 분석할 수 있다.

빅 데이터까지 이야기할 필요도 없는 추천 서비스를 왜 정교하게 다듬지 않을까? 수익배분율이란 현실성 없는 숫자 보다 더 구체적인 제안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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