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경탁 기자] “메인프레임이 아직도 있어?”라고 업계에서 흔히들 말한다.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메인프레임을 보고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하정우와 같이 “마 살아있네~ 살아있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메인프레임은 대용량의 메모리와 고속도의 처리속도를 기반으로 인구조사 및 통계, 금융, ERP 같은 범용 목적의 대형 서버 컴퓨터다. 1960년대부터 IT 서버 인프라를 주름 잡았던 메인프레임은 유닉스 서버, 특히 최근은 리눅스 기반의 x86서버에 밀려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업계의 중론이었다.

가격적인 측면을 제외하고 메인프레임의 스토리와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오랫동안 대중의 친구가 되어준 라디오가 있다. 라디오는 ‘유닉스서버 같은 TV’, ‘x86 리눅스서버 같은 인터넷·모바일’ 플랫폼 시대에도 건재하다. DMB 방송이 나오며 바로 사라질 것으로 예상됐던 ‘라디오 방송’이 팟캐스트 바람을 타며 다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처럼 메인프레임 역시 ‘클라우드’와 ‘블록체인’ 바람을 타고 새로운 역할을 찾아가고 있다.

▲ 배우 하정우는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살아 있네"라는 명대사를 남겼다 (사진=쇼박스)

'메인 프레임'...국내 금융 시장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전 세계적으로 메인프레임을 판매하는 기업은 여러 곳이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IBM만이 거의 유일하게 사업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은행, 보험사 등 금융권에서는 메인프레임을 핵심 코어뱅킹시스템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IDC 김민철 선임연구원은 “메인프레임을 다들 교체하는 분위기라 상황이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메인프레임이 가진 안정성으로 인해 오랫동안 사용되고 있다”며 “가격이 비싸고 무겁다는 단점이 있지만 여전히 IT 인프라 환경에서 메인프레임이 가진 안정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IBM에 따르면 현재 IBM 메인프레임은 전세계 적으로 92개 은행과 10대 보험회사에서 사용 중으로 신규 수요보다는 유지보수 비용에서 대부분의 매출이 일어나고 있다.

▲ 현재 은행, 보험사 등 금융권에서는 메인프레임을 핵심 코어뱅킹시스템으로 사용하고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이미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 서버로 교체를 진행 중이고 국민은행도 오는 차세대 주전산기 교체 시점인 2020년에 메인프레임을 퇴출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지난 2014년 국민은행이 메인프레임을 교체하려다 다시 메인프레임을 사용하게 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

이에 IBM은 메인프레임 사업을 되살리기 위한 IBM의 새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최근 클라우드가 IT 인프라 구축에 있어 대세를 자리잡자 보안이 더욱 강화된 클라우드 기반의 메인프레임 서버 ‘z13s’와 리눅스 OS 전용의 메인프레임 ‘리눅스원’을 각각 지난 2월, 지난해 8월 출시하고 클라우드 환경에서의 보안성 및 오픈소스 기반의 확장성을 강조하고 있다.

메인프레임, 보안성과 함께 유연성도 강화... 핀테크 시대 필수 장비될까

또한, 최근 핀테크, 인터넷전문은행 등도 금융 신(新)사업으로 뜨고 있지만 보안에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최근 핀테크 환경에서 보안성을 높일 수 있는 블록체인(분산형 거래기록 시스템)이 각광을 받고 있다.

블록체인은 대표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의 뼈대로 사용된 기술로 거래 내역 정보들이 특정 금융회사의 중앙 집중형 서버에 기록되지 않고 온라인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의 컴퓨터에 똑같이 저장된다. 사용자에게 거래 내역을 보내 주며 거래 때마다 이를 대조해 데이터 위조를 막는 방식을 사용해 해킹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 IBM 시스템z 메인프레임 (사진=IBM)

시장조사업체 BI인텔리전스는 블록체인을 핀테크 혁명의 와일드카드라고 평가하며 현재 주요 메이저 은행은 물론 스타트업까지 블록체인 기술을 위해 투자하고 있고 이 기술로 인해 금융 활동에 드는 한계비용을 제로비용으로 만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메인프레임은 큰 덩치와 맷집으로 인해 속도와 유연성은 뒤쳐지지만 보안에 있어서는 유닉스서버나 x86서버에 비해 뛰어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에 보안 우려를 받고 있는 클라우드 및 핀테크 환경에서 높은 보안성과 블록체인 호환성을 가진 메인프레임의 수요가 다시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IBM 측의 분석이다.

IBM, '클라우드', '블록체인' 기술 양 날개로 고객에게 어필

한국IBM 관계자는 “한국 금융계를 꽉 잡고 있던 메인프레임이 유닉스와 리눅스 기반 서버로 인해 과거에 비해 영향력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리눅스를 기반으로 한 신제품 런칭 등 클라우드와 블록체인 같은 전환기를 타고 메인프레임 사업을 다시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IBM에 따르면 두바이 ‘에리메이트항공사’는 발권 및 예약 시스템 데이터 암호화 문제로 메인프레임 시스템Z를 30년 이상 사용하고 있었는데 지난 7일 다시 10년 기술 서비스 계약을 IBM과 3억 달러(한화 약 3500억원)에 체결했다.

▲ IT인프라에서 존재감이 사라지전 메인프레임이 클라우드와 블록체인의 핵심 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지난 4월에는 사천성을 기반으로 한 운송 기업 ‘난총땅따이(Nanchong Dangdai)’는 매일 중국 64개 도시 내 지역 창구를 통해 5000장의 티켓을 팔았는데 리눅스원을 도입하고 빠른 원격 발권 처리와 함께 고객 데이터 분석까지 가능해 졌다고 IBM은 설명했다.

한편, IBM은 고객들이 메인프레임을 이용해 서비스 운영 및 데이터 분석을 쉽게 할 수 있게 할 목적으로 지난 1일(현지시각) 이스라엘에 기반을 둔 디스커버리 애플리케이션 회사 EZ소스(EZSource)를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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