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경탁 기자] 최근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AI) 알파고가 한국사회에 가져다 준 충격이 컸다. 알파고 뿐 아니라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솔루션이 각 전문직 영역에 들어오자 국내 전문직 종사자들은 설마 인공지능에 밥그릇을 빼앗길까 하면서도 내심 불안함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전문직이라 하면 의사와 변호사를 쉽게 떠올린다. 의학계는 인공지능으로 인해 불안함 마음이 있다면 법조계 종사자들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3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미래기술의 영향력을 연구해온 칼 베네딕트 프레이와 마이클 오스본 교수의 분석모형을 활용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방대한 임상 데이터를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병 진단과 약 처방 등에서 일반의사를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IBM 인공지능 시스템 왓슨은 암 진단률 정확도가 인간 의사보다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매우 깊이 있는 지식과 경험, 정밀한 수술 실력 등을 요구 받는 전문의사의 직무대체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방대한 임상 데이터를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병 진단과 약 처방 등에서 일반의사를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강북삼성병원에서 십 수년째 근무하고 있는 의사 A씨는 “현재 병원에서 삼성전자와 같이 인공지능 기술이 들어간 초음파 기계를 도입하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최종 판단은 의사가 하겠지만 실제 주변 의사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신입 인턴이나 레지던트들이 병리검사나 영상의학 쪽으로 오기를 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졸업반 학생인 B씨는 “알파고 이후 수업시간에도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인공지능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실제 영상 진단이나 내과 등 기계에 많이 의존하는 과들의 경우는 수년내에 대체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기계가 대체하기 힘든 외과 등 수술관련 전공이나, 아니면 차라리 수십 년 내에 현재 일자리가 다 사라질 것인데 피부과나 재활 쪽 등 응급이 필요치 않는 편안한 쪽으로 가려고 하는 추세도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6일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에 방한한 줄리 바우저 IBM 글로벌 생명과학분야 상무는 인공지능이 의사 대체는 어렵다고 전하면서도 “의사가 활용하는 데이터를 보면 유전자와 환자의 각종 치료·임상시험 같은 검사기록 등 25%에 불과하고 나머지 환자의 생활습관과 사회적 환경 등 비의료분야 정보 75%는 쓰이지 못하고 있는 반면 왓슨은 100%의 모든 데이터를 활용한다"며 왓슨이 앞으로 더욱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법조계는 어떨까. 미국 뉴욕에 위치한 대형 로펌 베이커앤드호스테틀러는 지난 5월 로스인텔레전스가 개발한 인공지능 변호사 로스(ROSS)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로스인텔레전스는 IBM 왓슨 API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파산 관련 판례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업무를 수행할 것으로 알려진 로스는 왓슨을 기반으로 개발되어 인간의 자연어를 이해할 수 있다. 초당 10억 장의 법률문서를 분석하고 솔루션을 만들며 알파고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학습능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한다.

▲ 실제 한국고용정보원은 판검사나 변호사는 인공지능이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직종으로 평가했다 (사진=유튜브)

김앤장로펌에 근무하는 변호사 C씨는 “해외 뿐 아니라 국내 로펌들 중에서도 인공지능을 실제 효과보다는 마케팅용도로 도입하려는 곳이 몇 군데 있다”며 ”법률이란 것이 정형화된 일들도 많지만 스팩트럼이 굉장히 넓어 자료 수집 및 분석, 지급명령 신청 같은 업무는 금방 대체될 수 있겠지만 변호사의 모든 영역을 대체하기는 아직 막연하고 먼 훗날의 이야기 같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고용정보원은 판검사나 변호사는 인공지능이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직종으로 평가했다.변호사 등의 직업군은 협상능력이나 직관과 감성 등 인간 특유의 기질이 많이 필요한 직종이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쉽게 넘볼 수 없다는 이유다.

한편,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던 D씨는 “최근 CPA를 계속 준비해오다 포기했는데 시험이 어려워서도 있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알파고 때문이다”며 “초지능을 가진 이세돌 9단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을 보고 심적인 충격을 받았다. 현재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인공지능 분야 권위자인 장병탁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알파고에서 볼 수 있듯이 바둑 수만 계산했지 직접 두는 건 사람이 했다"며 "인공지능 특성상 면대면 접촉이 필요한 직업보다 디지털화된 정보를 많이 활용하는 전문직들을 잘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병탁 교수는 “한국을 살펴보면 당장은 전문직 등 고급업무에 사람이 충분치 않아 모두 대체되기는 힘들겠지만 특히 IBM 왓슨의 한국어 학습 완료가 국내 일자리 시장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직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국도 인공지능으로 인한 일자리 대책 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롭 하이 IBM 왓슨 최고기술경영자(CTO)도 “IBM이 오래 전부터 연구하고 있던 인공지능의 기술의 핵심인 딥러닝과 신경망 등이 최근 구글 알파고 등 기업이나 학계 등을 통해 더욱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며 “IBM은 인공지능 관련 기술이 악용되는 것을 막는 등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어 사람들의 일자리를 완전히 대체하는 쪽으로 AI가 개발되는 것은 지양하고 있다. IBM은 인공지능이 사람들이 기존 능력을 더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역할로 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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