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경탁 기자] 재벌부터 아르바이트까지 모두 위기라고 말하는 시대다. 수출·제조업 중심인 한국경제의 기둥이라 했던 조선업의 존폐위기에 내몰리는 등 대기업의 고용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이때, 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을 많이 탄생시켜 경제 뿌리를 다시 단단히 해야한다는 진단들이 나오고 있다.

모든 산업이 IT와 접목되는 디지털 변혁시대에 강소기업이 많이 창출되기 위해서는 결국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들이 흥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건전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 해외 스타트업이 IPO(주식공개상장)를 통해 스타기업으로 부상하는 사례가 많이 거론된다. 그러나 좁은 국내시장 여건 상 IPO 보다는 대기업에 흡수되는 M&A(인수합병)이 더욱 현실적이라고 분석한다.

2000년대 초반 벤처사업 열풍이 불며 네이버, 카카오(다음), 넥슨 등 당시 신생기업들은 IPO를 통해 국내 굴지의 기업들로 성장했다. 최근 O2O(온오프연계)서비스 열풍이 불며 배달의 민족(우아한 형제들), 야놀자 등의 소수의 대표적 성공 기업만이 IPO 이야기가 조금씩 흘러나오지 근 몇 년간 스타트업 중에 대기업에 인수된 사례는 많아도 IPO를 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소프트뱅크 계열 VC인 소프트뱅크벤처스 관계자는 “아직 국내 스타트업 중 좋은 엑시트(EXIT) 사례는 그렇게 많지 않다”며 “엑시트의 결과를 보려면 최소 7~8년이 걸리는게 일반적인데 스타트업 입장에서 가능성만 놓고 본다면 IPO보다는 더 짧은 시간애에 승부를 볼 수 있는 M&A가 수월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엑시트란 스타트업 업계에서 투자금 회수로 스타트업에서 벗어나는 것을 말한다. M&A또는 IPO의 방법이 있다.

▲ 업계에서는 국내 스타트업들이 좁은 국내 시장 여건 상 IPO보다는 대기업에 흡수되는 M&A가 더현실적이라고 분석한다 (사진=플리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 투자금 회수에 있어서는 M&A보다는 IPO가 유리한 것이 많지만 맥킨지 컨설팅에 따르면 중국 및 미국의 신생기업들 IPO 기간은 평균 4~5년인데 반해 한국 같은 경우는 주식 및 상장 시장 여건의 열악으로 평균 13년이 걸려 IPO를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은 투자자들 입장에서 매력적이지 않다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 등 벤처기업들이 과거에는 좋은 조건으로 인수되도 대기업 특유의 조직문화 등의 색깔에 묻혀 융합이 잘 되지 않아 존재감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네이버, 카카오, SK플래닛 등 스타트업 생태계와 서비스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IT 기업들이 적극적인 스타트업 인수에 나서고 있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유망한 스타트업이 대기업에 흡수되는 것이 스타트업 창업가 입장에서 자신의 아이디어와 서비스를 장기적으로 끌고갈 수 있고 대기업 입장에서도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어 꼭 나쁜 시각으로 바라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국내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생각은? “M&A든 IPO든 중요치 않아요”

최근 한국에서 취업난으로 인해 창업가 정신이 강조되며 많은 인재들이 취업 대신 스타트업 창업에 나서고 있다. 이들이 스타트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일까.

대기업 계열 IT 서비스기업에 종사하는 한 직원은 “예전에 기업 내에서 사내벤쳐를 꾸리면 억지로 참여하는 케이스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직원들 중에 자신감을 가지고 회사를 관두고 스타트업을 하러 나가는 사례가 많다”며 “진짜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들 중에는 IPO를 통해 한국의 주커버그를 목표로 하는 친구들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다 최근 인터넷 포털사에 인수되어 관련 조직을 이끌고 있는 한 대표는 “스타트업 창업 전이나 구글 래리페이지, 페이스북 마크 주커버그 같은 사례만 보고 환상에 젖어 IPO를 목표로 하지 실제 현실에 뛰어들면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고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며 “처음에는 IPO를 꿈꿀지는 모르겠지만 사업을 하다 보면 당연히 M&A를 목표로 하게된다”고 전했다.

▲ 최근 많은 인재들이 자신만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지고 스타트업 창업에 뛰어들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초기기업 투자전문 VC 본엔젤스 벤처파트너스 관계자는 “관련 통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스타트업 대표들의 생각이 전부 달라서 일반화하기 쉽지 않다”며 “하지만 이들의 공통적인 부분은 M&A와 IPO 같은 것을 고심하기 보다는 기본적으로 자신이 가진 아이디어를 실제 서비스로 하는 것 자체를 재미있어 하고 목표로 하는 분위기다. 겉으로 보기에 돈을 목적으로 하는 스타트업들의 생존율은 체감적으로 떨어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카카오 계열 VC 케이큐브벤처스 관계자도 “창업가들마다 다르겠지만 금전적인 목적으로 단기간에 M&A를 목표로하는 스타트업보다는 하고자 하는 사업의 비전과 방향이 명확하고 팀의 역량이 갖춰진 곳이 오랜 여정을 극복해 나갈 수 있다"며 “M&A든 IPO든 투자자 입장에서는 좋은 서비스와 기술을 보여주는 스타트업들에게 관심이 가게 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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