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김효정 기자] 도시바를 인수한 메이디(美的)그룹이 독일의 로봇 대기업 쿠카로보틱스 인수를 계획하고 있다. 하이얼이 GE의 가전 제회사를 인수 하는 등 불과 5개월간 중국 백색가전 업계 유명 기업이 해외 가전업체를 인수하는 세 차례의 ‘빅딜’이 일어나는 것이다. 중국 가전업체들은 왕성한 식욕을 통해 글로벌화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 메이디, 292억위안 투입 로봇 산업 진출

중국경영보(中国经营报)에 따르면 지난 25일 메이디그룹의 이사회는 ‘쿠카 인수안’ 심의를 통과시켰다. 인수 총 금액은 순 자산의 50%가 넘으며 중대한 자산의 구조조정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 인수안은 이미 메이디 그룹의 주주 결의와 관련 감독 기관의 심의와 반독점 심의 등을 거친 바 있다.

지난 18일 메이디그룹은 40억 유로(약 292억 위안)의 가격에 쿠카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수 완료 후 메이디가 보유한 쿠카 주식은 현재의 13.5%에서 30%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쿠카는 로봇과 자동화 기술 영역의 선두 기업이다. 독일의 ‘국가적’ 기업인 동시에 스웨덴의 ABB, FANUC, 일본의 YASKAWA 등과 함께 세계적인 4대 산업 로봇 기업으로 꼽혔다.

메이디의 이번 인수는 성장 전략에 있어 중요한 행보라고 할 수 있다. 메이디는 2015년 지능형 가전에 스마트 기능을 더하는 결합하겠다는 ‘더블 스마트’ 전략을 제창하면서 ‘제 2의 성공가도’를 천명했다. 메이디그룹 로봇 산업 프로젝트에 대해 전샤오치앙(甄少强) 사장은 “메이디가 로봇 산업에 뛰어드는 것은 메이디의 더블 스마트 전략에 있어 매우 중요한 발걸음”이라며 “동시에 메이디는 제2의 길을 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 중국의 메이디 그룹이 도시바에 이어 독일의 쿠카로보틱스를 인수할 계획이다. 하이얼 또한 GE의 가전 부문을 인수하는 등 중국 가전기업의 해외 유명기업 인수합병 '빅딜'이 이어지고 있다.

로봇 산업의 구조 안에서 보면 메이디는 사실상 빠르게 움직여 왔다. 2015년 글로벌 로봇 ‘4대 기업’ 중 하나인 일본 YASKAWA와 함께 산업용 로봇 및 서비스 로봇 회사를 설립한 동시에 중국 내 로봇 기업 안후이성 아이푸터스마트설비유한회사 지분을 17.% 사들였다.

중국경영보에 따르면 2012년 이래 메이디가 1000대 가량의 로봇과 자동화 개선에 투입한 금액은 50억 위안에 달한다.

이번 인수에 대해 메이디는 “인수 완료 후 ‘더블 스마트’ 전략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며 스마트 제조와 산업용 로봇을 통해 회사의 제조 수준과 생산 자동화 효율을 전면적으로 끌어올리고, 스마트 가전과 서비스 로봇의 결합을 통해 메이디 지능형 가전의 발전을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디가 최근 내놓은 2016년 1분기 재무 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은 383억4000만 위안이며, 전년 대비 9.63% 하락했다. 순자산은 538억5700만 위안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9.46% 늘었다. 중국경영보는 “이번에 투입하게 되는 292억 위안은 메이디 순자산의 절반을 넘어서는 것이며 메이디에게는 적지 않은 크기의 ‘도전’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가전기업의 해외 인수를 보면 실패 사례도 적지 않다. 2004년 TCL이 프랑스 ‘톰슨’의 가전 사업을 인수한 이후 TCL-톰슨 유한회사 TTE를 세우고 TCL이 중국에서 가장 첫 번째로 글로벌화된 기업이라는 간판을 얻기도 했지만 이후 2년간 거대한 손실을 입은 바 있다. 당시 가전 기술의 발전 추이를 잘못 판단했을뿐 아니라 프랑스 정책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경우로 문화 역시 융합하지 못하면서 실패의 쓴 맛을 봤다.

하지만 이어 최근 중국 시장이 새로운 국면에 처한 상황에서 가전 기업들이 해외로 나서고 있으며 글로벌화를 추진하고 있다. 메이디뿐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추세다.

■ 중국 가전 기업의 글로벌화 러시

지난 3월 30일 메이디는 자신의 보유한 자금 537억 엔(약 4억7300만 위안)을 들여 도시바의 백색 가전 사업의 80.1% 지분을 사들였다. 이와 동시에 도시바 가전의 250억 엔 규모 채무까지 짊어졌다. 메이디는 40년 역사를 가진 도시바 브랜드의 글로벌 사용권을 가지게 됐으며 5000개가 넘는 백색 가전 관련 특허를 보유하게 됐다.

올해 1월 15일 칭다오의 하이얼과 GE가 ‘지분과 자산 매각협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하이얼은 54억 달러의 가격으로 GE와 자회사의 가전 비즈니스를 사들였다. GE가 보유한 연구개발 및 제조 역량도 품에 안았으며 미국의 9개 공장과 글로벌 각지의 유통채널 및 AS 네트워크까지 손에 넣게 됐다. 이는 하이얼의 인수 역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해 7월 31일 하이센스그룹과 일본 샤프는 하이센스가 2370만 달러로 샤프의 멕시코 공장 지분 및 자산 인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하이센스는 샤프의 미주 지역 TV 브랜드 사용권과 유통 채널도 확보했다.

이같은 중국 가전기업의 해외 원정 ‘인수’는 일종의 열풍처럼 번지고 있다. 하이얼, 하이센스, 등 중국 가전 기업은 모두 자금을 투입해 해외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로이터 통신 데이터에 따르면 2014년 이래 이러한 기업들의 투입액은 310억 달러 규모이며 거의 2010년~2013년에 이뤄진 54억 달러의 6배에 이른다.

중국 가전업계의 한 전문가는 “불과 5개월 만에 3개의 중국 유명 가전 기업이 해외 브랜드를 사들였다는 것은 중국의 백색 가전이 ‘대폭발’의 전야에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10년 전 중국 소비자들이 하이엔드 가전을 살 때는 지멘스, 마츠시다 등 해외 기업을 떠올렸지만 올해는 다르다”며 “중국의 소비자가 백색 가전을 살 때 가장 먼저 중국 토종 브랜드를 염두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 브랜드가 중국 시장에서 다른 입지에 놓이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앞으로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게 될 것이란 의미다. 그간 중국 백색 가전 업계가 자국에서는 비교적 강세였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사실상 입지가 약했지만 이같은 해외 진출 노력이 한발 두발 더해져 폭발적인 힘을 만들어줄 것이란 기대다.

특히 메이디의 쿠카 인수는 산업 사슬의 ‘하위’에서 ‘상위’ 스마트 연구개발 단계로의 이동에 있어 매우 중요한 행보라고 중국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특허’와 ‘유통 채널’ 확보하는 인수가 ‘하위’ 사슬을 강화하는 M&A 라면, 쿠카를 인수한 것은 ‘상위’ 사슬 즉 제품과 기술을 확보하는 M&A 라고 중국경영보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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