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경탁 기자] 델(Dell)은 클라우드 환경에서 진정한 의미의 SDN(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을 이루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운영체제(OS)도 서버처럼 리눅스 기반으로 운영되야 한다며 지난 4월 순정 리눅스 기반의 네트워킹 운영체 ‘OS10’을 출시했다. 하지만 시스코나 주니퍼네트웍스 등 기존의 네트워크 업계 강자들은 델의 이 같은 전략에 수긍하지 못하는 분위기로 델의 목표가 미생(未生)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델에 따르면 기존의 네트워크 인프라는 벤더들의 독자적인 솔루션으로 타 장비와의 호환에 있어 폐쇄적인 시스템으로 운영, OS10은 리눅스 커널 자체를 변경하지 않은 순정 OS로 다운로드 받아 화이트박스 스위치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윤석로 델 코리아 네트워크사업부 상무는 “x86 서버는 물론 소프트웨어정의스토리지(SDS)마저 리눅스 기반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네트워크 장비만 따로 놀고 있다”며 “이제 네트워크 스위치 장비도 대표 오픈소스 OS인 리눅스로 바뀌어야 하고 이에 델도 리눅스 기반의 OS10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 델 OS 10 아키텍쳐 (사진=델)

문제는 델의 목표와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여주는 시스코와 주니퍼와의 이해관계가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스코, 주니퍼는 리눅스 커널을 기본으로 사용하더라도 자사 장비에 맞춘 독자적인 네트워크 OS를 사용한다.

성일용 시스코코리아 부사장은 “시스코를 포함한 다른 네트워크 벤더들은 이전부터 리눅스 커널 기반의 스위치 제품들을 출시해왔다”며 “하지만 네트워크 환경이 리눅스 커널로만 돌아가면 시스템 보안상 안정적이지 못하다. 벤더 장비간 종속성을 갖지 않는 마이크로용 커널도 있는데 네트워크 환경에서 리눅스를 반드시 쓰고 안쓰고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현준 한국주니퍼네트웍스 기술영업본부 이사도 “주니퍼가 지난 20년 동안 쌓은 네트워크 기술력을 전부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며 “모든 네트워크 환경이 리눅스 기반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다시 최적화의 과정이 필요해 고객 입장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전했다.

▲ 델의 순정 리눅스 OS 전략은 시스코와 주니퍼 등 기존 네트워크 업계 강자와 이해관계가 맞지 않는 상황이다.

과거 시스코의 제품들은 전용 네트워크 OS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 넥서스 시리지는 리눅스 컨테이너, 오픈스택(OpenStack)등 오픈소스 기반의 자동화 툴을 지원하고, 주니퍼의 JUN OS도 리눅스 커널에 대한 개방적인 접근을 제공한다는 것이 양사의 설명이다.

한 네트워크 업계 관계자는 “시스코와 주니퍼 입장에서야 자사가 가진 점유율을 바탕으로 전용 네트워트 플랫폼을 만들어 가고 싶을 것이다”며 “우리 회사도 델의 전략에 공감은 하지만 최근 리눅스 기반의 오픈 스위치를 만들고 있는 회사는 매우 많아 델 OS10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다”고 귀뜸했다.

한국IDC 김민철 선임연구원은 “진정한 하이퍼컨버지드 구성을 위해 네트워크 OS 환경이 모두 리눅스로 돌아가야 된다는 것은 반은 맞고 반을 틀렸다고 볼 수 있다”며 “리눅스 기반으로 점차 옮겨 가고 있는 단계인 것은 맞지만 아직 깔려 있는 전용 OS가 많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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