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경탁 기자] #직장인 정 모씨는 우리은행에 다니는 지인에게 카카오톡으로 ‘위비톡’ 설치 링크를 받았다. 지인은 위비톡 가입을 부탁하면서 자신의 행번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정씨는 지인의 부탁으로 앱을 내려 받아 가입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삭제했다. 스마트폰 용량도 부족한데 잉여 앱을 놀리고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어느날 정 모씨는 TV 광고에서 “위비톡! 위비톡”하면서 춤을 추고 있는 장면을 보았다. 정 모씨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저걸 누가 쓰지?”

최근 우리은행은 자사의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위비톡’이 출시 3달 만에 가입자 10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에 위비톡이 국민메신저의 잠재력을 갖췄다는 보도까지 이어졌다.

우리은행은 위비톡을 기반으로 자체 핀테크 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개그맨 유재석씨를 광고모델로 기용해 대대적인 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 우리은행이 '위비톡' 광고에 총력을 펼치고 있다.(사진=위비톡 광고 한 장면)

우리은행은 새로운 서비스 경쟁에 뛰어들고도, 가입자 유치는 기존의 낡은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입자 유치도 중요하지만 이를 활발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다양한 성공 사례를 보이고 있는 스타트업들에서 볼 수 있듯이 모바일 시장에서는 앱 경쟁력만 있다면 사용자들이 알아서 찾게 되는데 우리은행은 직원들에게 1인당 100명의 가입 할당을 내리는 구 시대적인 사고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은행 임직원수가 약 1만 5천명으로 직원 당 할당 숫자인 가입자 100명을 기준으로 계산해봤을 때 위비톡에 가입해야 되는 유저는 150만 명이다. 우리은행이 발표한 100만명 이상의 가입자는 실질적으로 직원들의 지인 동원을 통한 가입이 대다수라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인터넷 기업들이 핀테크 사업에 진출, 장기적으로 기존 시중은행의 존재를 위태롭게 하자 우리은행도 핀테크 사업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은행 직원들도 위비톡을 활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위비톡이 어떻게 발전하고 나아갈지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모바일 앱 경쟁력을 평가할 때는 다운로드 수가 아닌 월간활성이용자(MAU) 기준으로 본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위비톡의 MAU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위비톡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얼마나 되겠냐는 의문이 일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권모씨 또한 “우리은행을 거래하고 있어 금리 혜택 같은 것이 있다해서 위비톡을 삭제하지는 않았는데 사용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며 “지인에게 위비톡으로 말을 걸어봐도 아무런 응답이 없어 허공에 소리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 (좌) 우리은행 한 직원이 지인들에게 위비톡 가입을 요청하고 있다 (우) 많은 사용자들이 위비톡을 가입했지만 실 사용자 수는 미미한 상황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네티즌 반응을 살펴봐도 "한달 있다가 앱 삭제했다", "가입 할 때 사원번호 입력하더라, 내 친구가 우리은행다녀서 해줌..돈드는 것도 아니니", "나도 친구가 우리은행 다님..앱은 삭제해도 상관없다더라", "우리은행 예금 다 빼야겠다.. 사업비 저런데 낭비하고 희망이 없네", "뜬금없이 우리은행에서 왠 메신저 앱.. 실험삼아 만들 수는 있어도 광고모델을 유재석까지 쓰면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붇고 이해가 안된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인터넷 업계 한 관계자는 “메신저 서비스의 경우 지인간 연결의 확산성이 중요한 만큼 카카오톡처럼 국민 메신저로 성장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메신저의 경우 한 나라에 보통 대표 메신저 한 개 만 성장하는 경우가 많아 정말 유저들이 대대적으로 통합해 이동하지 않는 이상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은 카카오가 잡고 있어 네이버 라인도 국내 시장에서는 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또한 카카오톡이 최근 페이서비스, 송금 서비스 등 핀테크 기능을 강화하고 있어 위비톡을 사용해야 하는 메리트는 더욱 떨어지는 실정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 측도 메신저 자체로는 카카오톡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잘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라며 “실제 우리은행의 포석은 위비톡을 통해 가입자들의 전화번호를 확보,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대출 상품 등의 영업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라고 귀띔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