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경탁 기자] 미국 공화당 경선 주자인 테드 크루즈가 경선에 사퇴, 도널드 트럼프가 사실상 2016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됐다. 공화당 경선 초반만 해도 반짝 돌풍에 그칠 것이라 예상되던 트럼프가 백인 남성들의 분노를 기반으로 대선에서도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에게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쳐지며,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 같은 미국을 대표하는 정보기술(IT)기업들은 긴장을 놓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빌 클린턴과 조지 부시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정치학계는 미국 민주당을 공화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친(親) IT 성향으로 보고 있다. 미국 월가에서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집권하면 IT 및 미디어 산업 기업들을 수혜주로 보고 공화당이 집권하면 에너지 및 유통 기업들을 수혜주로 선정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사진=위키피디아)

미국 정치학계에서는 실제 과거 빌 클린턴 행정부가 IT를 미국의 주력 산업으로 선정, ‘닷컴열풍’ 으로 현재 미국의 IT 기술 경쟁력 기반을 닦았다면, 부시 행정부 시절에는 IT 업계보다는 정유 및 군수 업계가 더 크게 빛을 봤다고 평가를 내린다. 이에 미국 공화당은 정통적으로 제조업, IT업계에서는 미국 민주당 지지 층이 많다.

실제 국내 행사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 한 유명 글로벌 IT 기업의 임원 몇몇은 기자와의 식사자리에서 “미국 차기 대통령으로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한다. 트럼프가 말하는게 재미는 있는데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개인적으로나 회사 입장으로서 끔찍하다”고 말한 바 있다.

더군다나 트럼프는 전통적으로 공화당의 경제 기조였던 자유무역을 반대하고, 보호 무역주의를 외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기반으로 사업으로 펼치고 있는 미국 IT 기업들이 전 세계 각지에서 독과점 등의 문제로 철퇴를 맞고 있는 상황인데, 만약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후 보호 무역 정책을 펼친다면 국가간 무역 보복전은 더욱 심해져 기업들의 사업은 더욱 비상이 걸릴 수 밖에 없다.

트럼프vs실리콘벨리... 승리의 여신은 누구에게?

빌 게이츠 MS 창업자는 지난 4월 파이낸셜타임즈(FT)와의 인터뷰를 통해 “MS는 인구 3억 명의 미국이 아니라 70억 인구의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한다”라며 “미국은 지금까지 세계화의 최대 수혜자다. 이에 소프트웨어 분야 등에서 미국은 승자가 될 수 있었다”고 말해 트럼프가 주장하는 보호무역주의를 비판했다.

국내 정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토목 산업 위주의 경제 정책은 IT 산업 경쟁력의 하락을 불러왔었다. 부동산 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트럼프는 “▲애플 제품을 미국에서 만들지 않으면 세금 폭탄을 맞게 하겠다 ▲애플은 FBI 수사를 위해 아이폰 잠금장치 해제 의무가 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워싱턴포스트를 아마존의 세금피난처로 활용하고 있다 ▲마크 주커버그의 철학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사라지게 할 것이다”고 주장하는 등 유독 IT 기업에 많은 비난과 공격을 했다.

특히 트럼프는 공화당 사우스캐롤라이나 예비경선을 하루 앞둔 지난 2월 19일(현지시각) 한 모임에서 “앞으로 아이폰 대신 삼성 스마트폰을 쓸 것이고 애플 거부운동을 제안한다”며 현재 미국을 상징하는 기업이라 할 수 있는 애플에 노골적으로 거부담을 드러낸 바 있다.

이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 엘론 머스크 테슬라모터스 및 스페이스X CEO 등 미국 IT 업계 거물들이 공화당 대선 경선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를 낙마시킬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조지아 주의 씨아일랜드 리조트에서 회동했다고 지난 3월 허핑턴포스트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 미국 실리콘벨리에 위치한 많은 IT 기업들은 반(反) 트럼프 성향이다 (사진=픽사베이)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도 지난해 12월 제프 자신의 트위터에 “아마존이 개발한 로켓에 트럼프를 태워서 우주로 날려버리겠다”는 내용의 트윗을 남긴 바 있다.

포춘지는 미국 실리콘벨리에 있는 사람 중 부동산 재벌인 도널드 트럼프를 좋아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난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실리콘벨리에는 애플, HP, 구글, 이베이, 페이스북, 어도비, 시스코, 인텔, AMD 등 내노라하는 글로벌 IT 업체들이 밀집해있다.

포춘지에 따르면 실리콘벨리 IT 기업 직원들로부터 버니 샌더스가 460만 달러(한화 약 53억원), 힐러리 클린턴이 260만 달러(한화 약 30억원)을 모금 받은 반면, 트럼프는 겨우 1만 9000달러(한화 약 2200만원)을 모았다.

정치 후원금 추적 업체 ‘크라우드팩(CrowdPAC)’에 따르면 MS 전체 직원 중 0.90%, 구글(1.48%), 애플(0.56%), 아마존(2.25%), 페이스북(1.43%), 인텔(0.47%) 비중으로 정치 모금 캠페인에 참여했다.

미국 미디어들은 트럼프가 다양한 사업경험과 TV 쇼 진행 등으로 쇼맨쉽이 뛰어나고 워낙 돌출행동을 자주 해 그의 정책이 예측 불가능하다고 평가한다. 이에 비단 IT 업계 뿐 아니라 미국 금융 업계 또한 친(親) 월가 성향인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을 바라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가 대통령 되도 마음대로 못해 vs 역사를 보면 안심할 수 없다

한편, 미국은 철저한 자본주의 기반의 연방제 국가라는 특성, 삼권분립이 워낙 철저한 정치구조 를 가져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미국의 외교 및 경제 정책기조를 마음대로 ‘신(新)고립주의’로 회귀시켜 글로벌 시장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IT 기업들의 운명을 좌지우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과거 세상을 전쟁으로 공포로 떨게 한 아돌프 히틀러도 독일 민중들의 분노를 기반으로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민주주의 체제 안에서 합법적으로 정치권력을 쟁취, 무소불위의 정책을 펼쳤다. 굳이 히틀러가 아니더라도 미국의 영웅 대통령이라 할 수 있는 링컨과 프랭클린 루즈벨트도 능수능란한 정치술로 의회를 무력화 시켜 국정을 원하는대로 이끌어갔다.

▲ (좌) 링컨, (우) 프랭클린 루즈벨트 <사진=위키피디아>

결과적으로는 대단하지만 이들의 정책을 보면 국가를 개조 시키기 위해 민주주의를 포장한 헌법유린의 독재 정치를 펼쳤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의 가치관에 따라 미국의 산업이 재편되고 수 많은 기업들이 흥망성쇠를 겪었다.

현재의 트럼프와 목적이 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루즈벨트 대통령 시절에 미국 30대 기업 절반 이상이 해체되어 사라졌다. 세상이 세계화와 기술의 발전으로 정부의 힘이 자본의 힘에 역전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관(官)의 힘은 아직 막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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