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가 위띵스(Whitings)를 인수할 예정이다. 이 소식을 접한 것은 뉴스가 아니라 위띵스 제품 사용자에게 보낸 CEO의 지난 4월 27일자 뉴스레터를 통해서다. 참고로 노키아에서는 공식 보도자료를 지난달 26일에 발표했다.

■위띵스의 제품 철학

위띵스 제품을 써봤다면 디자인, 만듦새, 기능 등 모든 면에서 꽤 높은 만족을 준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일례로 필자가 1년 가까이 사용한 체중계(Smart Body Analyzer)는 체중, 체지방, 심장 박동, 공기의 질, 날씨 정보를 제공한다.

매일 측정된 기록은 주 단위 보고서로 이메일을 통해 날라온다. 웹에서 대시보드 형태로 볼 수도 있다. 모든 것이 너무 쉽고, 편하고, 자연스럽다. 기술과 기능을 앞세우기보다 실용적인 제품을 만들겠다는 나름의 철학이 느껴진다.

■커넥티드 헬스케어의 밑그림을 가진 유망주

노키아의 위띵스 인수는 과거 구글이 네스트를 흡수했을 때와 비교할 수 있다. 각각 헬스케어와 스마트홈으로 지향점이 다를 뿐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겠다는 전략은 닮았다. 위띵스 CEO는 고객에게 보낸 편지에서 노키아의 향후 계획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노키아가 주목하는 분야는 예방 의학 측면에서의 건강 관리서비스와 비만, 고혈압, 당뇨, 심혈관질환 등의 만성 질환 관리다.

노키아가 꿈꾸는 밑그림에 위띵스는 매우 잘 어울린다. 위띵스는 무선으로 앱과 서비스에 연결할 수 있는 체중계, 체온계, 혈압 측정기, 침실 조명, 스마트 워치, 가정용 CCTV, 액티비티 트래커 등의 제품이 있다. 이들 제품은 수많은 언론에서 호평을 받았고, 소비자가전쇼(CES) 등 주요 행사에서 늘 관심의 대상이었다. 구매도 쉽다. 아마존, 이베이 등 유명 온라인 쇼핑몰 검색창에 ‘Whithings’를 입력하면 제품이 쭉 올라온다. 잘 만들고, 인기도 높은 만큼 가격도 높아 많은 이들이 블랙프라이데이 위시 리스트에 올려놓는 그런 제품들이다.

▲ 위띵스

■커넥티드를 구호가 아니라 실천하는 몇 안 되는 알짜 기업

위띵스 제품은 네스트와 마찬가지로 모든 제품이 매우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흔히 스마트 건강 관련 장치를 많이 쓰면 앱도 함께 늘어난다. 처음 며칠 흥미롭게 각종 건강 기록을 살피지만 얼마 가지 않아 관심 밖이 된다. 그러나 위띵스는 다르다.

위띵스는 사용자 프로파일 정보를 토대로 자사의 각종 장치가 측정한 건강 정보를 헬스메이트(Health Mate)라는 대시보드로 보여준다. 체중계, 혈압계, 스마트 워치, 알람 등 새로운 장치를 추가하면 운동 기록, 수면 패턴, 체중 등 관련 정보가 멋진 그래프로 정리된다.

파일 공유도 쉽다. 혈압 등 의사가 정기적으로 기록해 제출하라고 요구한 정보가 있다면 엑셀로 파일을 받아 전달하면 된다. 모든 기록과 관리는 사용자 프로파일에 따라 이루어지기 때문에 온 가족이 위띵스 장치로 건강 관리를 할 수 있다.

■프로파일을 확보 경쟁은 결국 끈 길이 싸움이 될 듯
 
위띵스는 개개인의 생활 습관을 추적하고 기록하는 기업이다. 위띵스가 만드는 제품은 웰빙을 위한 보조 도구다. 위띵스의 기업 가치는 사용자 프로파일에 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위띵스에 자신의 프로파일을 생성하고, 건강 기록을 남길 것인가?

위띵스는 이번 노키아와 한가족이 되면서 더 많은 이들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텄다. 흔히 헬스케어 싸움은 더 긴 끈을 가진 기업이 시장 지배자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정보를 수집하는 끝단 장치, 통신의 구심점 역할을 할 스마트폰, 그리고 모은 정보를 한 통에 넣고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개방해 다양한 서비스와 연결을 하기 위한 뒷단인 클라우드 이 모든 것을 갖춘 기업이 더 유리하다.

위띵스, 노키아, 마이크로소프트를 이었을 때 길이 정도의 끈을 가진 기업은? 애플, 구글 등 몇 개 떠오르지 않는다. 물론 긴 끈을 가진 기업만 살아남지는 않을 것이다. 끈은 수많은 점으로 구성되는데, 존재감이 강한 점 역할을 하는 기업도 두각을 나타낼 것이다.

위띵스처럼 인정받는 큰 점은 결국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등이 그리는 긴 선에 결국 수렴되겠지만 말이다. 한국에는 분야별로 경쟁력을 갖춘 큰 점들이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는 물론이고 인바디 등 꽤 널리 알려진 기업들이 있다. 이들 기업도 점만 찍을 것이 아니라 이제 선도 좀 그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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