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와 구글이 ‘크롬북’의 기업 시장 개척에 뜻을 모았다. 최근 HP는 크롬북 13(HP Chromebook)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인텔 6세대 코어 m 프로세서를 장착한 프리미엄 모델이다. 알루미늄 몸체, 12.9mm의 얇은 두께, 1.2kg의 가벼운 무게, 급속 충전이 가능한 배터리, QHD+ IPS 디스플레이(3200X1800), 뱅앤룹슨이 튜닝한 내장 스피커, USB-C 포트 등 뭐하나 빠지는 것 없는 사양이다. 크롬OS에 좀 과분한 제품이 아닐까?

■ 별다방 보다는 사무실 책상 위가 더 어울리는 제품

HP 크롬북은 일반 사용자에게는 낯선 환경이다. 크롬OS는 쓰기 쉽지만 누구에게나 익숙하지 않다. 그렇다면 HP는 무슨 생각으로 프리미엄 크롬북이라는 새로운 범주를 만들었을까? HP와 구글은 모바일 근로자(mobile worker) 지원에 애를 먹는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HP 보도자료 원문을 보면(http://www8.hp.com/us/en/hp-news/press-release.html?id=2228896#.VydUgWPIUcg) 제품 제원 소개보다 크롬OS의 보안, 관리 기능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 가능성은 인정받았지만, 학생용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크롬OS

문서 작업, 이메일 확인 정도를 하는 모바일 근로자가 쓰는 데 있어 크롬OS는 모자람이 없다. 구글 앱스(Google Apps)를 구독하는 기업이라면 크롬OS가 업무용 장치로 훌륭하다.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포토샵 등 주요 업무용 도구도 쓸 수 있다.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앱도 돌릴 수 있다. 구글 행아웃 외에 스카이프 등 화상 회의 도구도 많고 슬랙 등 비즈니스 메신저 역시 선택의 폭이 넓다. 오프라인 모드를 지원하기 때문에 통신이 안되는 곳에서도 노트북 쓰듯이 작업할 수 있다.

이런 특징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다만 이것만으로는 기업의 관심을 못 끌었다. 이번 HP 크롬북 13은 크롬OS 장치가 기업 환경을 위해 나름의 준비를 마쳤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 HP 크롬북 13

■ 엔터프라이즈 수준의 보안, 관리 기능 도드라져

HP는 크롬북 13 보도자료에서 크롬OS의 주요 특징을 비중 있게 소개했다. HP가 추려 소개한 크롬OS의 특징은 빠른 부팅, 간편한 동기화, 다계층 보안, 정보 접근과 공유의 용이함, 원격 지원과 관리의 편리함이다. 이중 보안과 관리 기능은 꽤 유용해 보인다. 크롬OS의 다중 보안 체계(https://support.google.com/chromebook/answer/3438631?hl=en&source=genius-rts)에는 자동 업데이터, 샌드박싱, 안전한 부팅, 데이터 암호화, 시스템 복구가 포함된다. 기업에서 사용자 장치 유지보수와 관리를 위해 쓰는 패치 관리 시스템, 백업 및 복구 툴 등을 구글이 기본으로 제공한다고 보면 된다.

실제로 보안, 관리 기능은 꽤 쓸만해 보인다. 크롬OS 관련 패치는 자동으로 전달되고, 샌드박스로 앱 실행 환경이 격리되어 있어 특정 앱의 문제가 시스템 전체에 영향을 주지 않고, 맬웨어가 부트 영역을 침투해도 부팅 단계에서 조작이나 수정되지 않았다는 유효성 검증이 이루어지고, 크롬OS에 저장되는 모든 파일은 암호화되고, 만에 하나 크롬북에 이상이 생기면 가장 안전한 최신 시점으로 복구된다.

사실 이 정도 수준으로 모바일 장치 보안 체계를 세우려면 비용이 꽤 든다. 이 모든 것이 무료다. 여기에 원격 장치 관리 역시 크롬 디바이스 매니지먼트 기능을 통해 중앙집중적으로 외부에 나가 있는 모든 장치를 통제할 수 있다. 상용 MDM(Mobile Device Management) 툴만 하지는 않겠지만, 보안부터 관리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 월 16달러 구독 서비스로도 구매 가능

구글이 크롬OS를 학생용이 아니라 모바일 근로자용으로 쓸 수 있도록 보안과 관리 부분에 공을 들였다면, HP는 기업을 위한 제품 공급 모델을 제시했다. HP 크롬북은 499달러에서 시작해 1천 달러 초반대까지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다.

HP는 소매점을 통한 판매뿐 아니라 월 16달러에 이용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HP Subscription)로도 크롬북 13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 기업 입장에서 여러모로 유리하다. 사용자 장치를 자산으로 잡을 필요 없이 비용처리를 하면 된다. 운영체제 라이선스 관리도 필요 없다. 감가상각 따져가며 일정 주기로 사용자 장치를 교체해야 하는 부담도 없다.

유지보수 역시 구독 서비스에는 3년간 지원(Care Pack Service)이 포함된다. 심각한 문제로 고장이 나면 HP에서 해당 장치를 거둬, 수리해준다.

■ 선택의 폭 넓어질 수록 기업에 이득

HP 크롬북 13이 과연 크롬OS가 기업 시장으로 진격할 수 있는 진입로를 확보할 수 있을까? 최근 맥OS가 기업 시장에서 작지만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데, 크롬OS까지 가세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나쁠 것 없다. 경쟁은 늘 더 조건을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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