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김효정 기자] 최근 경쟁이 치열해진 중국 휴대폰 시장을 묘사하는 현지의 주요 키워드는 ‘기해전술(机海战术)’이다. 한국인에게 생소할 수 있는 이 기해전술이란 단어는 한국어로 풀이하면 기해전술은 이른바 ‘인해전술(人海战术)’ 즉 ‘수적 우세로 승부한다’는 뜻의 핸드폰 버전이다. 한 기업이 동시에 많은 핸드폰을 출시해 시장에서 승부를 내는 모습을 비유한 것이다. 하이엔드급부터 로엔드급까지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갖추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 경쟁이 치열해진 중국 시장에서 휴대폰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택하는 방편이 되고 있다.

기해전술의 반대어도 있다. 바로 ‘대작모델(大片模式)’이다. 나머지 한 단어인 대작모델의 뜻은 그 반대다. 상당한 기간 동안 플래그십 모델 즉 대작(大片) 1~2개만 출시해 1년 가량 이 모델의 판매 효과를 누린다는 의미다.

이 두 개 단어가 바로 최근 중국 휴대폰 업계에서 기업 전략을 양분할 때 쓰인다. 중국 언론이 꼽는 ‘기해전술’의 대표적 기업은 HTC와 삼성전자이며 대작모델의 대표적 기업은 애플, 샤오미 등이다.

▲ 삼성전자가 중국 휴대폰 시장에서 HTC 등과 함께 수적 우세로 시장 공략에 나선 반면, 애플, 샤오미 등은 프리미엄폰 위주의 대작모델 중심의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삼성의 갤럭시S 시리즈(왼쪽)과 애플의 아이폰.

■ 기해전술이 주류...주요 모바일사 4월 출시 모델 20개 근접

최근 중국 휴대폰 업계의 주류는 단연 ‘기해전술’ 전략을 쓰는 기업들이다. 베이징상바오(北京商报)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시장 환경에서 휴대폰 기업들은 제품의 라인업 범위를 하이엔드 급으로 넓히면서 ‘기해전술’을 택하고 있다”고 묘사했다.

베이징상바오에 따르면 4월 메이주, 화웨이, ZTE 등 중국의 주요 기업이 출시한 새 핸드폰 모델만 20종에 가깝다. 기업의 신제품 출시가 봇물을 이루는 이같은 기해전술의 성행 배경에 대해 중국의 전문가들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사용자들의 심리를 탐색해 시장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전략’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선봉에 선 메이주를 보면, 4월 마지막 주 메이주는 ‘메이란(魅蓝)3’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일체화된 폴리카보네이트 바디를 사용했으며 MT6750 옥타코어 프로세서, 500만화소+1300만 화소 카메라에 3대 통신사 VoLTE 고음질 통화기술을 모두 지원한다. 이같은 성능 대비 가격은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16GB 버전의 판매가가 599위안, 32GB 버전이 799위안이다.

하지만 이는 메이주가 4월에만 벌써 3번째 내놓은 신제품이다. 이달 초 메이주는 메이란 ‘노트3’와 ‘프로6’를 출시한 바 있으며 이 제품의 가격은 각각 799위안과 2499위안 이었다. 이렇게 ‘고빈도’의 신제품 출시에 대해 메이주의 리난저(李楠则) 부사장은 “올해 메이주의 발표회는 지난해 보다 더 많아질 것”이라고 단언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 기해전술의 주요 원인은 ‘기선잡기’

4월 신제품을 발표한 기업은 메이주뿐 아니다. 메이주를 비롯해 화웨이, LeTV(乐视), ZTE, 쿨패드, 레노버 등 기업들이 모두 20종에 가까운 신제품을 출시했다. 베이징상바오에 따르면 중국 현지 업계 전문가들은 “휴대폰 기업들은 3~4월에 신제품을 내놓는 것이 업계 관례이며, 그 주요 이유는 5월 1일 노동절 연휴 이전에 제품을 출시해 상반기 기선을 잡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중국의 전문가는 “스마트폰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시장의 신증이 줄어드는 시장 모델로 바뀌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휴대폰 기업들은 ‘기해전술’을 구사해 치열한 시장경쟁 속에서 파이를 차지하면서 소비 심리를 탐색한다”고 말했다. 이에 최근 발표되는 휴대폰들은 단순히 기능을 업그레이드 하는데 그치지 않고 외관 디자인, 사용 체험 등 측면에서 사용자들의 요구를 중시하고 있다.

휴대폰의 신제품이 단순히 기능적인 측면을 강조하지 않는 다는 점은 기업의 마케팅 전략과 연관이 있다고 분석하는 전문가도 있다. 메이주가 열었던 세 번의 발표회도 그랬다. 베이징상바오에 따르면 메이주는 메이란 노트3를 발표할 때는 게스트로 중국의 인기 가수 ‘위첸(羽泉)’을 초청했으며 프로6를 발표할 때는 락(Rock) 가수 쉬웨이(许巍)를, 메이란3를 발표할 때는 SNH48을 초청했다.

이른바 ‘다층 포지셔닝’ 전략이다. 각기 다른 게스트가 메이주 제품의 서로 다른 사용자군을 위한 포지셔닝을 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메이주의 전략은 저가 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할뿐 아니라 동시에 하이엔드 시장에서 보폭을 넓혀가겠다는 것이다.

■ 시장 포화 속 약 300개 제조사 ‘난립’ 현상이 주 원인

현지 업계 전문가는 “휴대폰 가격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최근 ‘결정적’인 플레이어가 없다”며 경쟁이 치열한 배경을 지적했다. 지난해 중국산 휴대폰 전쟁은 주로 1000위안 이하의 저가 스마트폰 시장 모델에서 치열했으나 올해는 로우-하이엔드 전 모델에서 경쟁하는 양상이다.

사실 최근 모든 휴대폰 업계가 생존 경쟁에 직면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으며 성장률은 2011년 150%에서 2015년 3%로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휴대폰 제조사는 300곳이 넘으며 이미 포화상태를 지났다. 향후 절반 이상이 퇴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해전술’은 최근 휴대폰 기업 발전에서 빠질 수 없는 전략이 됐다. 기업들 역시 자신의 포지션을 정확히 인지하면서 제품에는 혁신을 더해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베이징상바오는 “메이주는 분명 이 문제를 스스로 인식하고 있다”며 “비록 한달 동안 세 모델을 출시했지만 상품을 갈고 닦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음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메이주의 바이용샹(白永祥) 총재는 “메이란3는 본래 2월에 발표 예정이었으나 메이주 창업자 황장(黄章)이 더 나은 프로세서를 요구하면서 두달 가량 출시가 지연된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상바오는 “급속도로 바뀌는 시대에 맞서는 기업들이, 정확한 브랜드 포지셔닝과 우수한 제품의 질을 유지하는 것이 ‘기해전술’을 벗어날 수 있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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