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김효정 기자] 최근 국내 ICT 업계에서는 제4이동통신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 두가지 사안이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업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먼저 제4이통에 대해 살펴보자. 여러 차례 고배를 마신 제4이통의 출범은 올해 초 또 한차례 사업자 선정이 무산됐다. 이를 두고 우리나라 통신시장에서 제4이통은 가능성이 없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제4이통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과 알뜰폰 시장에 폭탄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추진했던 제4이통이, 현재 같은 목적으로 시행 중인 단통법 및 알뜰폰과 상충한다는 것이다. 기자 역시 이에 동의했고 지적한 바 있다.

그렇지만 제4이통이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이동통신 3사를 직접 견제할 수 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 착시현상이 아닌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통신비 인하 효과를 기대하려면 제4이통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이미 잘 드러나 있듯이, 단통법으로 인해 이통사가 손해 본 것은 없다. 마케팅 비용이 대폭 줄어들었다. 통화 보다 데이터 중심으로 흘러가는 트렌드와도 잘 부합이 됐다.

알뜰폰의 경우 기존 이통사의 망을 빌려 쓰는 것이다. 제약 조건이 있지만 알뜰폰 사업자들의 목줄은 이통사가 쥐고 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알뜰폰 시장의 상위 사업자 역시 이통사 계열사가 주를 이룬다.

사진=픽사베이

여기서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들여다 보자.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해 SK브로드밴드와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는 결사 반대를 하고 있다. 이동통신 시장에서 SK텔레콤의 시장지배력이 전이된다는 이유다. 미래를 위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겠다는 SK텔레콤과, 건전한 시장경쟁을 위해 반대하는 KT-LG유플러스의 입장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물론 CJ헬로비전과 관련해, 알뜰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SK텔링크-CJ헬로비전 합병도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다만 이 사안은 CJ헬로비전 논란의 중심에서 다소 벗어나 있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겠다.

중요한 것은 CJ헬로비전 논란 역시 기존 이통3사의 밥그릇 싸움 내지는 기득권 싸움에 국한돼 있다는 점이다. 이들 기업은 표면적으로는 시장 안정과 소비자 혜택 강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에 수긍하는 소비자가 얼마나 될까.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단통법과 알뜰폰은 그다지 성공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늘상 반복되는 정치권의 통신비 인하 공략 때문에 어찌보면 기형적인 정책이 나온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자율경쟁 시장에서 정부가 기업에 지나친 참견을 하는 모양새다.

그나마 가계통신비를 줄이기 위한 공약을 지키려면 제4이통의 출범이 나을 수 있다. 시장 경쟁 활성화로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제4이통 출범에는 시장포화, 자본력 부족 등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그렇지만 좀더 유연한 눈으로 이를 쳐다보면 해결책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제4이통이 출범 초기부터 막강한 이통사와 정면대결을 펼칠 수는 없다. 알뜰폰 사업자를 위한 더욱 저렴한 망임대와 통신약자를 위한 틈새시장 등을 공략할 수도 있다.

통신서비스는 시장논리에 맞게 제공되야 한다. 다만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통신서비스가 공공재 성격을 갖고 있고, 주파수 역시 공공재이기 때문에 정부의 간섭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를 계속 논한다면 제4이통의 출범을 쉽게 포기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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