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김효정 기자] LG전자의 신제품 ‘G5’를 지켜본 중국 현지 언론이 LG전자의 향후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 휴대폰 시장에서 적지 안은 고충을 겪어온 LG전자의 ‘재기’ 가능성에 기대가 모였지만 가격과 혁신 등의 요인에 대해 이 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란 여론이 팽배하다. 고가 제품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에 밀리고, 저가 제품에서 중국 현지 제품에 밀리면서 설 곳없는 형세가 됐다는 것이 현지 언론의 평가다.

그동안 LG전자는 중국 시장에서 철수 시기가 논의될 정도로 입지가 약화된 상황이었다. 중국 언론 베이징샹바오(北京商报)는 “지난 1년간 LG전자의 모바일 사업은 엄청난 손실을 입은 동시에 중국 시장에서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고, 업계에서 ‘LG 휴대폰의 중국 시장 퇴출 시점’에 대한 논의를 불러 일으켜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G5를 발표한 LG전자에 대해 시장의 반응은 ‘담담’했으며, 가격과 모듈화 설계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고 묘사했다. 베이징샹바오가 인용한 중국 내 휴대폰 업계 관계자는 “LG전자의 휴대폰이 하이엔드급에서는 애플과 삼성전자, 화웨이 등에 밀리고 중저가 급에서는 넘치는 중국산 휴대폰 기업에 밀리고 있는 형국”이라며 “실패의 핵심은 바로 혁신적인 기술과 가격 책정, 그리고 유통 채널 등 방면의 오점에 있다”고 분석했다.

LG전자의 최신 플래그십 제품인 G5는 스탭드래곤820 CPU, 1600만 화소와 800만 화소의 카메라, 메모리 4GB와 32기가의 저장 공간을 보유하고 중국에서 4888위안(약 86만4784원)에 출시됐다. G5의 정가는 이전의 G4나 G3보다 높은 것이며 중국 현지 업계 인사들은 LG전자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인식하고 있다.

▲ LG G5에 대한 중국 언론의 반응이 냉담하다.

LG전자가 내놓은 2015년 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56조5000억원으로 전년대비 4.3% 떨어졌다. 영업이익은 1조2000억원으로 전년대비 34.8% 떨어졌다. 이 가운데 휴대폰 사업은 회사의 발목을 잡고 있으며, 회사의 모바일 사업은 지난해 3분기 780억원의 영업손실을 본데 이어 4분기 440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영업 손실을 기록함과 동시에 LG 휴대폰은 판매량 차원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무보고서에 따르면 LG전자의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은 5970만 대로 2014년과 비교했을 때 애플 등 기업과 격차가 벌어졌으며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기업에도 뒤졌다. 시장연구업체 트렌드포스의 2015년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LG 스마트폰 출하량은 6위를 기록해 2014년 보다 한 계단 떨어졌다. 시장 점유율도 전년 대비 줄어들었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LG전자의 글로벌 출하량이 더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베이징샹바오는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이 2010년 이후 고초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샹바오는 “사실 2010년 2분기 LG 휴대폰 사업은 1200억 원의 손실을 입었으며, LG의 남용 전 CEO가 사직한 이후에도 LG의 휴대폰 사업은 줄곧 어려움을 겪어 오며 손실과 이익을 오갔다”고 설명했다. 베이징샹바오와 인터뷰한 한 중국내 소비자 가전업계 전문가는 “이는 최근 몇년간 LG전자가 끊임없이 휴대폰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 주요 원인”이라며 “지금에 이르기까지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LG전자가 스마트폰이 아닌 다른 업무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고 밝혔다.

■ 중국 시장 방치한 LG전자

베이징샹바오는 LG전자가 글로벌 판매량이 하락하고 지난 몇 년간 삼성전자, 애플, 화웨이 등 기업과 격차가 벌어진 것이 중국 시장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샹바오는 “중국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전자, 애플, 화웨이 등 시장 주요 브랜드와 달리 LG전자는 변방의 비인기 브랜드로 전략해버렸다”며 “이는 LG전자의 글로벌 유명 브랜드 이미지에 상당한 약점이 됐다”고 평가했다.

SINO(赛诺)가 발표한 2016년 2월 중국 오프라인 시장 데이터에 따르면 화웨이, 애플, 삼성전자의 판매량은 각각 200만~400만대에 이르러 5순위권에 들었지만 LG전자의 판매량은 30위에 불과했으며 시장 점유율은 0.3%, 판매량은 10만 대에도 못 미쳤다.

베이징샹바오는 “사실 LG 휴대폰을 중국 시장에서 이토록 어렵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은 LG전자가 중국 소비자들을 중시하는 데 있어 소홀하고 성의 역시 부족했던 것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가 인용한 중국의 업계 관계자는 “G5든 아니면 이전의 제품이든 LG전자는 중국에 발표하는 시간이 항상 한국과 미국보다 늦었으며 이런 방식은 중국 시장을 중시하는 기업들의 행보와 다르다”고 말했다.

비록 LG 휴대폰이 최근 중국 시장에서 애플, 삼성전자 처럼 환영받지는 못하지만 잘나가던 시절도 있었다. 10년전 한국의 김태희가 광고 모델로 나선 ‘초콜렛’이 발매됐을 때는 중국 시장을 포함한 전 세계가 열광한 바 있다. 모던한 디자인에 힘입어 당시 LG 휴대폰의 중국 시장 점유율도 상승했다.

이후 LG전자의 중국 시장 사업은 호전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으며 2012년 직원을 삭감하기 시작해 중국의 많은 사무직이 ‘퇴직’ 통보를 받았다.

■ 중국 시장에서 재기 가능성? ‘갸우뚱’

중국인터넷협회 인터넷 마케팅 전문위원 훙스빈(洪仕斌)씨는 베이징샹바오와 인터뷰를 통해 LG 휴대폰 사업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은 제품의 혁신 및 새로운 기능과 새로운 사용자 체험이 결여되고 제품의 특색이 불분명한 것과 연관이 있다고 봤다. 그는 “LG 휴대폰이 지난 몇 년간 발전해 오면서 ‘LG 브랜드’ 이외에 제품 관점에서 사용자들에게 특별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막 G5를 발표한 LG전자는 가격 측면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S7 엣지, 화웨이의 P9과 비슷하지만 이들 제품과 비교했을 때 특출한 점은 없으며 배터리 교체가 가능한 모듈식 설계는 큰 매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모듈화를 통해 G5가 일시적으로 관심을 끌긴 했지만 제품이 발표된 이후 많은 관계자들은 반신반의하고 있다. 베이징샹바오가 인용한 한 관계자는 “최근 스마트폰의 평균 교체 주기가 18개월이며 많은 사용자들이 휴대폰이 망가져도 수리하지 않으려는 상황인데, 부품을 바꾸려고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G5의 가격 역시 높지도 낮지도 않다는 것이 현지 업계의 반응이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가격은 4888위안인데, 이 가격이 LG 캠 플러스와 B&O 플레이 이어폰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 캠 플러스와 이어폰을 제외하면 G5의 가격은 2700위안이다. 베이징샹바오는 “안타까운 점은 소비자들이 이 2700위안의 가격으로 LG G5를 구매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업계 전문가들은 LG 휴대폰이 앞으로 중국 시장에서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내다 본다”고 밝혔다.

하이엔드 시장에서 애플, 삼성전자, 화웨이에 밀리고 최근 몇 년간 중국의 미들-하이엔드 시장에서는 오포(OPPO), 비보(vivo), 메이주 등 업체들이 사용자 군을 늘리면서 중국 온오프라인 시장 유통을 장악하고 있어 LG전자의 설 자리를 좁히고 있는 형세다.

화웨이, 샤오미, 메이주 등 중국산 제품이 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확장하고 있는 것과 달리 LG전자는 온라인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새롭게 취임한 LG전자의 중국 지역 책임자는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G5를 오프라인에서 출시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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