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김효정 기자] 중국 현지 언론이 최근 잇따라 발표되는 중국 시장 내 애플의 점유율 하락 현상의 원인을 집중 조명했다. 중국 시장은 미국 시장의 뒤를 이어 애플 매출의 주요 지지대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질 수 있으며 변화가 이미 시작되고 있음을 주시했다.

■ 착시효과가 가려준 ‘아이폰 점유율의 하락’

최근 칸타 월드패널(Kantar Worldpanel)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애플 제품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년 만에 줄어들었으며 전년대비 3.2%P 떨어졌다. 텅쉰커지(腾讯科技)는 “왜 하락했는지 살펴보려면, 가장 먼저 애플의 스타 상품인 ‘아이폰’부터 봐야한다”며 “최근 아이폰은 애플의 전체 매출 과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익률도 더 높다”고 지적했다.
 
텅쉰커지에 따르면 중국 시장에서 아이폰이 애플의 모든 상품 중 사용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애플이 2014년 공개한 데이터를 보면 중국에서 판매된 아이폰 대수는 미국 본토를 처음으로 뛰어넘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2015년 지속되지 않았다. 트렌드포스(TrendForce) 데이터를 인용하면, 2015년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의 점유율 순위에서 애플은 15.4%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해 2위를 놓치지 않고 있었지만 시장 점유율은 줄어들었다.

▲ 아이폰SE. 중국 네티즌의 70%가 아이폰SE를 사지 않겠다고 답했다. (사진=애플인사이더)

텅쉰커지가 장기간 관찰해 보니 아이폰6S/플러스 판매량이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이 주요 원인 이었다. 텅쉰커지는 “비록 판매량 측면에서 그 이전의 기록을 깨긴 했지만 이는 중국이 첫 발매국이면서 판매 기간이 연장됐다는 점 등 요인에 기인한 것”이라며 “결국 판매량은 전년의 아이폰6에 미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6S와 플러스 통계가 일종의 ‘눈가림’으로 애플의 실적과 중국에서의 상황에 대한 착시효과를 줬다는 것이다.

텅쉰커지는 “이 점은 지난해 애플의 재무보고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며 애플의 재무보고서를 언급했다. 텅쉰커지가 인용한 지난해 애플의 1분기 회계분기 재무 보고서에 따르면 중화권 매출이 161억4천400만 달러인데, 2분기는 169억2천300만 달러, 3분기는 132억3천만 달러, 4분기는 125만1천800억 달러였다. 텅쉰커지는 “2분기 이래 중화권 지역의 매출은 전 분기 대비 지속적으로 하강 추세에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의 성장 속도가 탄력을 잃은 점은 주가에도 반영됐다. 올해 초 아이폰 판매량의 성장세가 지속되지 못하면서 애플의 주가는 100달러 폭락했고, 2014년 10월 20일 이후 처음으로 10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 중국산 제품의 ‘하이엔드 시장’ 잠식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일까? 품질이 높아진 중국산 제품의 ‘하이엔드 시장’ 잠식이다.

텅쉰커지는 “애플의 점유율 하락 원인과 중국산 휴대폰 돌풍 간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다”며 “지난해부터 시작해 중국에서 아이폰 판매량은 잠식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칸타 월드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화웨이는 중국 도시에서 가장 많이 팔린 브랜드로 우뚝 올라섰으며 시장 점유율은 24.4%를 차지하면서 22.2%인 애플을 눌렀다. 이외 비보(vivo), 오포(OPPO), 메이주(魅族) 등도 일제히 점유율이 늘었다.

1000위안(한화 약 17만9천원) 짜리 기기 등 가성비가 높은 모델에서 오는 이익의 압박, 그리고 갈수록 많은 사용자들이 고품질의 사용자 경험을 요구하면서 하이엔드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더 좋은 제품을 고르려고 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하나둘 맞춰가고 있다.

사실상 2015년 하반기부터 이미 점점 많은 중국 제조사들이 하이엔드 시장을 침투하기 시작했다. 화웨이의 메이트8, ZTE의 AXON, 오포의 R7 플러스, 비보의 X6 등은 모두 하이엔드 모델이다. 최근 발표된 화웨이의 플래그십 모델 P9 플러스 정가는 심지어 아이폰 6S 보다 비싼 749유로(약 98만3천700원)다.

▲ 화웨이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P9. 아이폰6S 보다 비싸지만 중국산 제품들의 질이 좋아지면서 애플 등 기존 스마트폰 강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데이터에 따르면 2015년 3분기까지 2000~3000위안 가격대의 중국산 제품 비중이 2014년 28%에서 88%로 뛰어올랐다. 3000~4000위안 가격대의 제품 비중은 2014년 8%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분기 77%에 이르렀다. 텅쉰커지는 “중국산 휴대폰의 하이엔드 시장이 애플과 삼성전자의 시장 영역을 침투해 들어가고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중국 시장의 경쟁 열기는 그 어느 시장보다 뜨겁다. 사용자가 포화 추세에 있는 상황에서 아이폰의 점유율을 유지하려는 애플의 상황은 결코 녹록치 않다. 텅쉰커지는 “이 때문에 애플이 최근 내놓은 아이폰SE의 가격을 보면, 중국산 제품의 돌풍을 저지하면서 가격 때문에 아이폰 구매를 포기했던 소비자를 잡으려고 했다는 의도가 보이지만 최근 판매 상황을 보면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최근 조사 데이터에 의해 밝혀진 바에 의하면, 약 70%의 중국 네티즌은 아이폰SE를 구매하지 않겠다고 답했으며 50%가 넘는 네티즌이 아이폰SE가 ‘대화면으로 향하는 스마트폰의 추세’를 바꿔놓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의 한 애널리스트는 5S의 외관 및 6S의 스펙과 유사하다는 점을 비유해 “아이폰SE는 ‘오래된 술잔에 오래된 술을 담은 것’이라며 이 점이 사용자들이 구매를 꺼리는 주요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아이폰SE의 주요 타깃은 ‘인도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세금과 유통 마진의 영향으로 애플의 인도 판매 가격은 결국 600달러(약 69만2400원)에 가까우며 이러한 점은 인도에서의 판매 전망에 조차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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