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김효정 기자] 중국 메이디의 일본 도시바 백색가전 부문 인수 소식이 나온 지난 주말, 일본과 중국의 가전 산업을 대조하는 뉴스가 중국 현지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생존의 고비에 선 일본 가전 기업이 중국의 ‘막대한 자금력’과 ‘세계화 전략’의 먹잇감이 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시바는 중국 메이디(Midea) 그룹과 협의를 진행 중이며 도시바 산하의 백색가전 자회사의 상당 부분 지분을 메이디에 매각할 계획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양도’ 계획은 올해 여름 안에 완료된다. 메이디는 공식적으로 “글로벌화는 메이디그룹의 3대 전략 중 하나”라고 강조하고 있으며 중국 내 전문가들은 이 소식의 현실화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나섰다.
■ 이르면 이주 공식 발표...현지 언론 “현금 넘치는 메이디 인수 여력 충분”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시바는 올해 여름 이전에 자회사 도시바의 백색가전 사업을 맡고 있는 ‘도시바라이프스타일’의 대부분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협의에 따르면 거래 금액은 수백억엔에 달한다. 도시바는 이번 매각을 위해 터키 가전 대기업 아르첼릭(Arcelik)과도 협상을 진행했으나 메이디그룹이 가격 등 측면에서 월등한 조건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양청완바오에 따르면 도시바는 이미 일본 국내의 백색가전 매각 모델과 직원 고용 등 문제에 관해 메이디와 협상을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이르면 이주 내에 공식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소식에 대해 메이디그룹은 지난 주말 중국 양청완바오에 “메이디는 줄곧 ‘개방’과 ‘긍정’의 태도로 메이디그룹의 글로벌화 기회를 찾아왔다”며 “메이디그룹은 ‘실용’과 ‘안정’에 기반한 발전 원칙을 지키고 있으며 투자자와 소비자에 대한 책임을 갖고 각종 중요한 글로벌 사업을 결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번 도시바 매각 소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일시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소식”이라고 덧붙여 이른 시일내 공식 발표를 점치게 했다.
양청완바오는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이번 소식은 신뢰도가 높다”며 “도시바는 자금을 수혈하기 위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해왔으며 가전 업무와 의료 업무 매각인 이러한 커다란 청사진의 일부분”이라고 전했다. 메이디는 일본과 동남아 지역에서 업무 확대를 꾀하고 있으며 글로벌 전략 추진에 한창이다. 도시바가 보유한 우수한 판매 네트워크에 기반해 판로를 확장하고 글로벌화 전략을 강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이어 “도시바의 손실 규모는 심각해지고 있으며 메이디의 현금은 충분하기 때문에 양측의 협력 잠재성이 풍부하다”며 협력 가능성을 확신했다.
도시바의 가전사업은 불어나는 손실액과 자금 부족으로 고난의 길을 걸어왔다. 도시바의 재무보고를 보면 2014년 회계연도에 가전 판매액은 2200억엔(약 2조2982억원)으로 2015년 손실이 예상된 이후 대규모의 변화를 꾀했다. 이어 도시바는 2015년 재무회계연도 실적 예상을 하향 조정했으며 이전에 예상한 5500억엔(약 5조7456억원)의 손실액을 7100억엔(약 7조4170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양청완바오는 “하지만 메이디의 2014년 매출액은 2만7000억엔에 달하며 일각에 따르면 700억위안(약 12조5713억원)의 유동성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며 “매각 가격으로 예상되는 10억 달러(약 1조1625억원) 가량은 메이디에게 문제가 되지 않는 수치”라고 덧붙였다.
■ 중국 자본의 해외 기업 인수 봇물
사실 도시바가 중국 자본에 매각된 첫 기업은 아니다. 지난 몇 년간 실적과 성장의 압박으로 일본 가전업계 3대 대기업인 도시바, 마쓰시타, 샤프가 잇따라 관련 업무를 매각하게 됐다. 그리고 인수 주체는 바로 중국 가전기업이다.
예컨대 2012년 마쓰시타가 산요전기를 중국 하이얼그룹에 매각한 이후 지난해 말 도시바는 3010.59만 달러 가격으로 인도네시아의 TV 공장을 스카이웍스에 매각했으며, 올해 2월 말 일본의 샤프는 홍하이가 약 62억 달러에 인수키로 했다. 홍하이가 지분을 가지며 만약 거래가 이뤄지고 나면 샤프는 홍하이의 자회사가 된다.
메이디의 경우 최근 몇 년간 적극적으로 글로벌화 전략을 펼쳐왔다.
지난해 해외 매출이 메이디그룹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했다. 메이디그룹의 팡훙보(方洪波) 회장은 지난해 말 중국 언론 인터뷰에서 “유럽, 미국, 일본, 한국의 가전기업이 생산, 연구개발은 이전되고 있으며 중국의 가전기업이 수용 가능하다”며 “자가브랜드(OBM) 단계를 지나고 있다”고 직접 말하면서 환경 변화와 인수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양청완바오는 “브랜드 확장은 인수합병을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선진국 시장에 진입하는 무기가 되고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