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구혜림 기자] 알파고(Alphago)의 고(go)는 일본어의 바둑(ゴ)이 영어로 정착된 보통명사다. 애초에 바둑을 위한 게임으로 개발된 인공지능(AI)인 것이다.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8일 기자회견에서 게임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하기 위한 완벽한 플랫폼이고 현재 아타리, 3D 게임 등을 통해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효과적인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바둑일까? 서림문화사의 '바둑용어사전'에 따르면, 바둑은 두 사람이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아 흑백의 돌을 번갈아 한수씩 바둑판의 임의에 점에 벌여 가며 재주를 겨룬다. 그 결과 차지한 집의 많고 적음으로 승패가 결정된다.

바둑을 훈련할 때, 한 번 두고 난 판국을 다시 처음부터 놓아보는 복기의 과정이 중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승리와 패배로 나아가는 수를 놓는 계획 수립 능력과 그 패턴을 인식하는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딥마인드가 알파고를 통해, 전 세계 최고의 이세돌 9단을 통해 얻고자 하는 바로 그 능력이다. 데미스 하사비스는 바둑은 연산능력 보다는 직관이 더욱 작용하는 게임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많은 경우 세계 최강의 기사들은 자신들만의 직관을 이용해 창의적인 플레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빠른 연산을 원한다면 스마트폰 속 계산기만 봐도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개발은 궁극적으로 무엇을 원하고 있는 것일까?

데미스 하사비스는 딥마인드의 범용 AI 계획을 말했다. 범용 러닝 머신은 사전 프로그래밍 없이, 가공되지 않은 데이터를 입력해 자동으로 배우는 것이다. 딥마인드의 목표는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범용 AI다. 머신 러닝을 통해 유연하고, 어떤 상황에서건 적용 가능하며, 창의적인 인공지능을 지향한다.

데미스 하사비스가 밝힌 딥마인드의 미션은 인간의 지능을 풀어내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활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대국 이후의 인공지능에 대한 정보를 의료 보건 분야, 기후 예측, 로봇, 스마트시스템 등 현실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사진 왼쪽부터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CEO, 이세돌 9단, 에릭 슈미트 알파벳 회장.

딥마인드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여러 자회사들을 통해 이러한 미래 기술을 실현하기 위해 ‘프로젝트X-문샷’을 진행하고 있다. 의료 보건 분야의 캘리포니아라이프컴퍼니(캘리코)와 베릴리, 로봇 개발의 보스턴다이내믹스, 인터넷 개발의 프로젝트 룬, 대체 에너지 개발의 마카니 등 이번 대국을 통해 얻게 된 지식은 구글과 다른 알파벳 자회사들이 활용하게 될 것이다.

알파고는 비공식적으로 판 후이 2단에게 불계패를 선언했다고 한다. 집 수의 차이가 커 차이를 셀 필요도 없이 돌을 던지는 패배인 것이다. 알파고에게는 '패배를 인정하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언젠가 튜링테스트를 통과해 인간과 구별할 수 없는 감성을 가진 ‘강한 인공지능’이 등장할 것이다.

현재까지의 인공지능 개발의 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언캐니 벨리도 뛰어넘을 것이다. 그때 다시 심화되는 질문은 인간은 무엇이고, 어디서 기쁨을 느끼는지 가장 본질적이고도 인문적인 생각일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도전한다는 것의 의미는 인간의 운동 능력, 지력에 대한 것이라기보다, 인간만이 대답할 수 있는 질문에 충분히 숙고하고 있는가일 것이다.

에릭 슈미트 알파벳 회장은 8일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대국의 승패를 떠나 인류의 승리를 축하하자고 말했다. 백욱인 교수의 '컴퓨터 역사'에 따르면, 인공지능이란 용어는 1956년 다트머스 회의에서 처음 제기됐다. 클로드 섀넌과 마빈 민스키가 참석한 이 회의에서 튜링의 ‘생각하는 기계’를 구체화하고 논리와 형식을 갖춘 시스템으로 이행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이 회의에 참석한 초기 학자들은 인공지능의 가능성에 대해 높은 신뢰와 확신을 내비쳤다. 1960년대 인공지능에 대한 희망이 컸던 시기를 거쳐 30년간 인력과 비용이 부족했던 혹한기를 지나, 마침내 인간의 직관을 모방하는 알파고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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