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경탁 기자] ‘일베저장소(이하 일베)’. 극단적인 주장과 논리로 사회적으로 큰 비판을 받고있는 인터넷커뮤니티 사이트다. 최근 유명 연예인들이 일명 ‘일베충(일베 유저)’이라고 낙인을 받으며 큰 논란이 일고 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일약 스타로 발돋움 한 배우 류준열은 지난 1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글 하나 때문에 일베 유저로 의심받으며 아직까지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해당 사진은 류준열이 암벽 등반을 간접적으로 하는(실제로는 바닥에 누워있으나 사진을 회전시킨) 모습이다. 류준열은 이 사진과 함께 “엄마 두부 심부름 가는 길”이라는 글을 함께 남겼다.

▲ 배우 류준열은 지난 1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글 하나 때문에 일베 유저로 의심받으며 아직까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네티즌들은 이 게시글을 보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암벽에서 투신해서 머리(두부)를 부딪혀 사망한 것을 희화화 했다며 류준열을 일베 유저로 몰고 갔다. 실제 일베 유저들은 고 노 전 대통령을 ‘두부’, ‘암벽’등의 단어를 자신들의 콘텐츠에 개그 코드로 활용하고 있다.

류준열은 자신이 예전에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두부와 콩나물을 가끔 갔었고 절대 일베를 하지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아직까지 류준열을 비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동양대학교 진중권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아무한테나 ‘일베’ 딱지 붙이는 짓 좀 그만 했으면”이라는 내용의 글을 지난 2월 24일 남겼다.

류준열 만이 아니다. MBC 예능 '진짜 사나이'에 출연 중인 인기 걸그룹 시크릿의 멤버 전효성도 지난 2013년 SBS 라디오 ‘최화정의 파워타임’에서 ‘민주화’란 단어를 나쁜 의미로 썼다가 일베 유저로 낙인 찍혔다. 일베에서는 민주화란 단어가 반대, 폭력 등의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 일베 유저들은 인기 걸그룹 시크릿 멤버 전효성을 ‘일베 여신’이라 칭송하고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쳐)

논란이 일자 전효성 소속사측은 민주화가 유행어 인줄 알았지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2년이 훨씬 지난 지금 일베 유저들은 전효성을 ‘일베 여신’이라 칭송하고 있다. 이에 네티즌들은 전효성이 일베 유저라며 계속 의심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걸그룹 크레용팝도 트위터에 “오늘 팬들 여러분 노무노무 멋졌던 거 알죠”란 글을 남겼다 네티즌들은 고 노 전 대통령의 이름을 모욕했다며 거센 비난을 했다. 실제 일베에서는 ‘너무’란 단어 대신 ‘노무’란 단어를 흔하게 사용한다.

‘만물 일베설’이란 표현까지 생겼다. 많은 인터넷 유행어들이 일베에서 탄생해 퍼지다 보니 이를 모르고 사용하더라도 누구나 일베 유저가 된다며 비꼬는 이야기다.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대학 졸업생 박 모씨(29세)는 “취업 스터디 모임에서 마음에 드는 여성을 재미있게 해주려고 게임 롤(리그오브레전드)을 하며 팀원들에게 배운 단어나 드립(언어유희)을 했는데 일베충으로 의심받았다”며 “일베는 이름만 많이 들어봤지 실제 해 본적도 없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게임 커뮤니티나 초중고 학생들 사이에서는 일베에서 탄생된 ‘씹선비’, ‘김치녀’, ‘홍어’, ‘민주화’, ‘운지’ 등의 용어들이 여과 없이 유행어처럼 사용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네티즌들도 일베의 사회적 파급력이 너무 커지자 이제 누가 진짜 일베 유저인지 아닌지 헷갈리고 있다.

일베가 가지는 사회적 파급력 매우 커.. 무엇이 청년들을 일베충으로 만드나?

일베의 파급력을 얼마나 될까. 트래픽 통계 서비스 업체 시밀러웹에 따르면 일베는 지난해 국내 인터넷 사이트 방문자 순위에서 네이버(1위), 구글(4위), 페이스북(6위), 인벤(13위)에 이어 14위를 차지했다. 이는 네이트(17위), 인스타그램(20위), 11번가(24위)보다 앞서는 수치다. 네이버가 발표한 2015년 ‘네이버 검색어 결산’에서도 모바일 검색어 순위 중 7위를 차지했다.

일베 유저들은 “일베충은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다”라는 우스개 소리를 한다. 지인 중 누군가는 일베 유저이지만 실제로 자신이 일베를 한다고 당당히 밝히는 사람은 없다는 이야기다. 이들은 일베 내에서 사회적으로 비상식적인 주장을 펼치지만 공개적으로 자신이 일베 유저라는 사실을 밝히면 사회에서 매장당할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실제 KBS 기자, 초등학교 선생님, 소방 공무원 등이 일베에 자신의 신분을 인증했다가 임용이 취소되거나 해임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일베는 인터넷 커뮤니티 중 유해물 적발 건수에서 2907건으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현재 일베 동시접속자 수는 평균 2만명에 달한다. 이런 일베의 원동력은 어디서 나올까.

▲ 일베 유저들은 “일베충은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다”라는 우스개 소리를 한다 (사진=일베 캡쳐)

최근 정치활동을 시작한 유명 범죄심리학자 표창원 전(前) 경찰대학교 교수는 일베에 대해서 “이들이 공유하는 근본적 일탈 동기는 '분노'와 '인정받고 싶은 욕구' '소속감 및 친밀감에 대한 강한 갈구로 인해 사회적으로 금기시된 장난과 자극을 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청년논객인 박가분은 자신의 저서 '일베의 사상'을 통해 일베를 분석한 바 있다. 일베의 대표적인 이념은 모두가 평등한 병신이라는 사상과 “나는 너를 혐오할 권리가 있다”로 함축된다.

박가분은 책에서 “일베는 혐오 문화를 기반으로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정체성, 세계관, 상호인정의 질서를 만들어낸 인터넷 커뮤니티다”며 “일베는 ‘누군가를 혐오할 권리’ 위에서 유저들 간의 고유한 상호인정의 질서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고 설명했다.

또, 일베는 ‘촛불시위의 쌍생아’라고 주장하며 “일베는 우리 사회에서 기득권으로 변해버린 운동권 출신의 기성세대에 대한 반발"이라며 "인터넷을 그들만의 자율적인 공론장으로 전유할 수 있으리라 믿었던 계층에 대한 반동에서 일베는 시작됐으며 앞으로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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