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구혜림 기자] 인텔이 증강현실(AR) 웨어러블 헤드셋 개발에 새롭게 뛰어든다. 

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인텔은 이번 증강현실 헤드셋 개발에 자체 3D카메라 기술인 리얼센스(RealSense)를 이용할 계획이다. 현재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의 구글, 여타 스타트업의 물결로 붐비고 있는 이 시장에서 인텔 관계자는 잠재적으로 인텔만의 독보적인 영역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강현실, 때로 합성현실(Mixed Reality)로 불리는 이 기술은 안경, 스마트폰 등과 같은 기기의 디스플레이를 이용해 사용자가 있는 현실 위에 정보나 이미지를 덧입힌다. 가상현실(VR)의 사용자들이 컴퓨터가 만들어낸 장면만 볼 수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증강현실 프로젝트는 인텔이 보유하고 있는 시각 관련 기술을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퍼스널 컴퓨터 프로세서 시장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이다. 인텔은 자체 모델을 내놓기보다는, 다른 제조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헤드셋 디자인을 공급할 것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어떤 제조사가 파트너가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리얼센스의 부사장이자 인텔의 인지컴퓨팅 관리자인 아친 보믹(Achin Bhowmik)은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되기 전 단계에서 개발 노력에 대해서 언급하기를 꺼렸다. 하지만 그는 인텔은 노트북과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프로토타입의 전통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고객들이 인텔 부품을 쓸 수 밖에 없도록 “우리의 생태계를 확신하기 전에 우리는 우리 자신만의 전체 체험을 만들어야 한다” 보믹은 말했다.

인텔의 최고경영자(CEO)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지휘 아래 인텔은 새로운 시장인 웨어러블 피트니스트래커, 스마트 주얼리, 드론 등의 부품을 개발하고 있다. 증강현실은 더 많은 기회를 제시한다. 이는 지금까지의 인텔 마이크로프로세서뿐만 아니라 특별한 목적의 이미지 처리 칩 및 3D카메라 부품 개발을 요구한다.

▲ 인텔 리얼센스 기반의 3D카메라(사진=플리커)

인텔은 적어도 증강현실 기술과 관련된 5개 회사를 인수하면서 다른 회사들에 투자하고 그들과 행동을 같이 해왔다. 인텔은 지난해 6월 리콘인스트루먼트를 인수했다. 리콘의 스포츠마니아를 위한 고글은 쓰고 있는 사람의 오른쪽 눈 가까이에 있는 작은 디스플레이에 지도, 거리 등과 같은 정보를 비춰준다.

월트스리트포렌식의 수석 분석가인 매트 마골리스는 이와 같은 인텔의 인수와 투자가 현재 3억 달러(한화 약 3천 661억원)를 초과했고, 앞으로 5억 달러(약 6천 103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인텔은 자체적인 추정치를 내놓지 않았다.

인텔의 파트너사 중에는 로스엔젤레스의 스타트업인 다큐리(Daqri)가 있다. 다큐리는 산업 현장에서 쓰이는 증강현실 기술이 접목된 첨단기술 안전모를 판매한다. 다큐리는 헬멧에 열 감지기를 적용해서 파이프와 밸브의 위험한 과열을 감지한다. 이를 통해 근로자들은 위험을 미리 피하거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다큐리는 최근 인텔의 부품을 이용해 다시 디자인한 헬멧을 소개했다.

▲ 다큐리의 증강현실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헬멧(사진=다큐리)

“인텔 내부에는 인텔이 스스로 원하는 만큼 모바일 공간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있다”고 다큐리의 최고 경영자인 브라이언 멀린스(Brian Mullins)는 말했다. “인텔은 웨어러블, 증강현실, 가상현실이 다음 세대의 거대한 플랫폼이 될 것임을 잘 이해하고 있다.”

리얼센스와 함께, 인텔은 시각적인 능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초기에 리얼센스의 3D 모듈은 개인 컴퓨터의 가치 증대를 목적으로 시장에 나왔다. 사용자를 마주하거나, 게임에서 몸짓을 컨트롤하기 위한 제스처를 이용하는 목적 등이다. 혹은 실제 세계에서 물체를 추적하고 거리를 측정하는 것 등을 목적으로 했다.

하지만 최근에 보믹과 크르자니크는 인텔이 드론과 로봇과 같은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데 리얼센스 팀에 도움을 요청했다.

인텔은 다양한 종류의 헤드마운티드디스플레이(head-mounted display, 머리나 눈에 장착하여 현장감을 얻을 수 있도록 한 소형 이미지 표시 장치의 일종)에 3D비전을 추가하는 것의 효용을 설명한다. 사용자들에게 움직이지 않도록 요구하는 경향이 있는 가상현실의 적용에서는, 전면 카메라들이 과열되는 장애물 없이 움직일 수 있도록 사용자들을 도와준다.

지난 1월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 인텔은 리얼센스와 아이온브이알(IonVR)로 불리는 스타트업의 스마트폰 기반 헤드셋의 조합을 시연했다. 사용자들은 그들의 팔과 손에서 이미지를 볼 수 있다. 시뮬레이션된 물체를 만지기 위해 손을 뻗기도 한다. 인텔은 3월 말에 있을 컨퍼런스에서 모바일 가상현실 경험을 소개할 계획이다.

이러한 콘셉트를 밀고 나가는 것은 인텔만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홀로그램과 유사한 3D이미지를 비추는 홀로렌즈 헤드셋에 대한 계획을 발표해왔다. 인텔 헤드셋에 대한 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와 협업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이에 대한 코멘트를 거부했다.

무어인사이트앤스트래티지의 애널리스트 패트릭 무어헤드는 인텔이 자체적으로 헤드셋을 디자인함으로써 개발자들에게 나아갈 길을 보여줌과 동시에, 인텔 부품 기반의 더 큰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는 중요한 목표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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