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경탁 기자] 최근 인터넷에서는 20~30대를 중심으로 ‘헬조선’이란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 지옥을 뜻하는 ‘헬(hell)’과 ‘조선’의 합성어로 한국이 취업난, 전세난 등 젊은이들이 더 이상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없음을 극단적으로 풍자한 단어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은 의문점이 들 것이다. 왜 ‘헬한국’도 아니고 망한지 100년도 더 지난 조선일까. 이유는 바로 이 단어가 극단적인 매국-친일 사이트로 유명한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역사갤러리(이하 디시 역갤)’에서 탄생한 단어이기 때문이다. 디시 역갤러(역사갤러리 유저)들은 한국을 조선이나 조센, 한국인을 조센징이라고 부른다.

디시 역갤은 인터넷에서 편협한 의식과 논리로 지탄을 받고 있는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 ‘오늘의 유머(오유)’, ‘여성시대(여시), ‘메갈리아(메갈)’ 등에 비해 유저 및 글 리젠(새로 생성되는 글)및 글 당 평균 조회수는 50~150 사이로 매우 작지만 이들이 사회적으로 퍼트리는 신조어 등의 파급력은 높다.

▲ 헬조선은 디시인사이드 역사갤러리에서 탄생한 단어다 (디시인사이드 캡쳐)

이 파급력은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간 연계성에 있다. 디시 역갤러들이 만들어낸 콘텐츠와 신조어 등이 디시인사이드에서 상대적으로 유저 수가 많은 야갤(야구갤러리), 주갤(주식갤러리) 등의 다른 갤러리로 퍼지고 여기서 또 다시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로 퍼져나가는 순환구조다.

헬조선 뿐 아니라 인터넷 뉴스 댓글란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현인 ‘국뽕(국가+히로뽕)’또한 디시 역갤에서 탄생한 단어다. 해외에서 성공한 한국인이 나오거나 국가적으로 좋은 현상이 생겨 국민들이 흥분하고 좋아하는 현상을 비꼬는 단어다. 일반적으로 “주모, 여기 국뽕 한사발 주소”라는 표현으로 많이 쓰인다.

이들이 단순히 일본을 좋아하거나 찬양해서 문제가 아니다.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인 만큼 표현과 사상의 자유가 보장된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의 표현이 도를 지나쳤다는데 있다.

일본은 갓본(갓+일본)이라 지칭하며 위대한 국가로 표현하고 국가 헌법에서도 정신을 계승한다고 나와있는 3.1운동을 폭동이라고 폄하한다. 이들의 시각에서 한국의 해방은 잘못된 역사였기 때문에 독립운동가는 테러리스트다.

최근에는 독립운동가 김구를 '킬구(kill+김구)'라고 별명을 지어 무고한 사람들 희생시킨 테러리스트라는 주장을 펼친다. 이런 논리는 정체성이 형성될 시기의 10대 들에게 여과없이 투영될 수 있다. 실제 10대들이 주로 활동하는 유명 게임 커뮤니티 등에서 킬구와 관련된 단어와 키워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 한국이 독립을 못하고 계속 일본제국(일제) 식민지로 남았으면 지금보다 훨씬 살기 좋은 사회와 세상이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IF놀이(가상 역사 창조)를 하며 관련 콘텐츠를 생산한다. 그러면서 한국은 지금이라도 위대한 국가인 일본에 합병 되어야 된다는 주장도 서슴치 않게 펼친다.

▲ 디시 역갤은 유저 및 글 리젠이 크지는 않지만 이들이 사회적으로 퍼트리는 신조어 등의 파급력이 높다 (사진=디시인사이드 캡쳐)

이는 국가보안법 7조에 나와 있는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이나 그 지령을 받은 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을 받는다”, “사회질서의 혼란을 조성할 우려가 있는 허위사실을 날조, 유포하거나 사실을 왜곡, 전파한 자 및 이러한 목적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한 자도 처벌을 받는다” 등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의 논리나 주장들이 평범한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어이가 없어 웃고 넘길 수 있다. 하지만 히틀러의 수하이자 선동가였던 괴벨스는 “거짓말도 100번하면 진실이 된다”고 말했다.

1930년대 소수 마이너 정당에 머물러 있던 독일 ‘나치’도 1차대전 패전 후 어려운 경제상황에 있는 독일 대중들에게 끊임없는 패배감과 증오감을 각인시켜 인기를 얻어냈다. 헬조센 같은 단어도 국내 사회-경제적인 상황과 맞물려 급속도로 퍼진 복합적인 배경이 있다.

디시 역갤이 과거 독일 나치처럼 정치세력화 할 일을 전혀 없겠지만 이들의 주장과 논리가 인터넷을 기반으로 계속 널리 전파 된다는 것이 문제다. 현재도 그들이 만들어낸 콘텐츠는 계속 퍼져나가고 있다.

▲ 디시 역갤은 한국이 독립을 못하고 계속 일제 식민지로 남았으면 지금보다 훨씬 살기 좋은 사회와 세상이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IF놀이를 하며 관련 콘텐츠를 생산한다 (사진=디시인사이드 캡쳐)

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특정사이트나 커뮤니티에 차별을 둬서 심의대상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디시인사이드 역사갤러리도 시민들의 신고가 들어와 방심위 심의 대상으로 모니터링 하고 있다"며 "국가 헌법을 부정하는 극단적인 친일, 위안부 비하 등의 게시물 등은 심의를 거친 후 관련 정보를 확보해 사업자에게  삭제 및 차단 같은 시정요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디바이스의 확대로 유해 콘텐츠가 빠른 속도로 확장되어 규제를 하는데 있어 과거보다 어려운 점이 있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타율적인 규제보다 이용자 스스로 자정하는 것인데 방심위도 깨끗한 인터넷 환경을 만드는데 많은 노력을 펼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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