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경탁 기자] “이불 밖은 위험해” 사회에 사건사고 넘쳐나고 자신의 방 밖에 있는 것은 아무것도 믿을 수 없음을 풍자한 최근 유행어다. 특히 최근에는 한파가 오며 서울 날씨가 러시아 모스크바 기온보다 더 떨어지는 등 주의가 요구된다.

▲ 좌(사진=클리퍼스), 우(사진=만화 '원한해결사무소' 캡쳐)

기자도 이불 밖이 무서워 주말동안 밖에 나가지 않고 ‘방콕(방안에서만 생활)’해보기로 했다. ‘O2O(온오프연계)’ 시대인 만큼 스마트폰 앱 하나로 많은 것들이 해결 가능했다. 팩트는 없지만 기자 기준에서 아마 한 달 정도는 방안에서 안 나가고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총알(돈)’만 충분하면 말이다.

토요일 오전 9시~12시

전 날 금요일 밤, 피곤해서 저녁 9시에 잠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오전 9시 정도에 일어났다. 아마 12시간 정도는 잔 것 같다. 주말이라 알람도 맞추지 않았는데 고시원 창문이 덜컹덜컹 거리는 소리에 그만 잠에서 깼다. 기자는 ‘흙수저(경제적 상황이 빈곤한 자)’라 직장 근처 고시원에서 살고 있다. 고시원이라 난방도 잘 안 돼서 항상 춥다.

일어나자마자 예전에 사은품으로 받은 손난로 팩을 찾지만 이미 다 써버리고 없다. 요즘 별의별 앱들이 있는 만큼 ‘구글 플레이’에서 손난로 앱이 있나 해서 찾아봤다. 역시 있다. 스마트폰 온도를 강제로 올려서 손을 따듯하게 해주는 앱이다. 바로 다운을 받아 작동시켜봤지만 스마트폰 온도가 5분 동안 15도에서 20도로 겨우 5도 상승했다. 별로 쓸모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앱을 삭제하고 따뜻한 배속에 손을 넣은 체 명상에 잠겼다.

▲ 손난로 앱 캡쳐

명상을 마치고 노트북을 켜 회사 업무를 봤다. 시간이 어느덧 10시 30분 정도가 돼서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저번 주에 사놓은 매운치즈볶이 맛 컵라면을 주섬주섬 뜯었다. 브런치 타임을 가지고 이불 속에 누워있다 빨래건조대 옆에 쌓여있는 빨래거리들이 보인다.

세탁기에 빨래를 돌리고 나서 빼먹은 옷들이 있는지 옷장을 살피자 한동안 입지 않은 때가 낀 정장이 있다. 정장을 들고 세탁소까지 가기에는 역시 밖은 춥다. 예전에 O2O 앱 관련 조사를 하다 세탁 수거부터 배달까지 해주는 세탁앱이 있는 것을 알고 앱을 다운 받았다. 살펴보니 일반 세탁소와 마찬가지로 이불, 운동화, 와이쳐스 등 모든 의류 상품 세탁을 서비스한다.

특히 정장 한 벌에 5000원대이니 근처 세탁소에서 받았던 9000원보다 훨씬 저렴하다. 드라이크리닝 서비스를 이용해볼까 하다 다음 주로 기약한다. 화장실 거울을 보니 2달 째 자르지 않은 머리가 덥수룩하고 지저분해 보인다. ‘헤어 커트 O2O’ 서비스도 있으면 괜찮을 텐데 라고 잠깐 망상을 하다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오후 12시~3시

시에스타(낮잠)를 한 시간정도 자고 일어났다. 침대에 누워서 보니 바닥에 평소보다 많은 머리카락이 뭉쳐있다. 순간 스트레스성 탈모인가 하는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물티슈를 꺼내 머리털들을 치우고 바닥을 대충 닦았다. 청소를 마치니 물티슈도 다 떨어져가는 것을 발견했다. 물티슈 하나 사러 밖에 나가기에는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다.

▲ 11번가 캡쳐

11번가 앱을 켰다. 기자는 인터넷 쇼핑 시 11번가만 사용한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부모님이 자주 사용하는 것을 보고 따라서 사용했고 누적된 포인트가 많을 뿐이다. 어쨌든 가성비 좋은 물티슈를 찾아 구매를 한다.

한 친한 친구에게 같이 밥이나 먹고 놀자고 전화를 했다. 하지만 그 친구가 다른 약속이 있다고 한다. 주말 동안 밖에 나갈 일이 없다는 것을 직감한 기자는 이 기사를 쓰기로 결심한다. 시무룩하게 이불 속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넷플릭스’와 ‘유튜브’ 앱을 켜 영화와 드라마, 걸그룹 영상을 감상한다.

오후 3시~6시

금세 배가 고파져 고시원 옆 편의점에 가서 간식거리를 사려고 나가려다 만다. 최근 그 편의점에는 예쁘장한 외모의 여자 알바생이 주말동안 일을 하고 있다. 수면바지를 입고가기에 부끄럽다. 기자는 주말 내내 수면바지를 입고 교통수단을 이용해 멀리 나가지 않는 이상 절대로 갈아입지 않는다.

대학 졸업 이후 맥도날드 햄버거를 못 먹은 지 한참 된 것 같아 맥도날드 배달 서비스 앱 ‘맥 딜리버리’를 다운 받아 ‘빅맥 올인원 팩’을 배달 시켰다. 햄버거, 너겟, 감자튀김, 치킨 스냅랙, 콜라가 포함된 세트라 대식가인 기자를 만족시키기에는 충분했다.

▲ 맥도날드 '빅맥 올인원 팩 세트'

하지만 웬걸, 앱으로 주문조회를 해보니 배달이 오지도 않았는데 ‘배달 완료’ 상태로 떠있는 것 아닌가. 순간 심장이 덜컹거려 당장 맥도날드 고객센터로 전화해보니 안내원이 “해당 지점에서 배달 완료 처리 해놓고 배달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한숨을 돌린 후 기다리니 30분 만에 배달이 왔다. 밖에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음식이 다 식어 배달 상태가 좋지는 못했다.

식은 햄버거를 먹으며 티비를 켰다. 연예인끼리 가상부부를 맺고 그들의 결혼 생활을 보여주는 ‘우리 결혼 했어요(우결)’ 방송이 나온다. 외국의 어딘지는 모를 따뜻한 해변 가에서 아이돌로 보이는 한 커플이 껴안고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금세 기분이 상해 바로 티비를 껐다. 기분도 우울해졌다.

▲ '밀크' 앱 캡쳐

음악으로 기분을 달래고자 무료 음악 감상 앱인 ‘밀크’를 켰다. 삼성 스마트폰 유저는 모두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빅뱅의 ‘루저’ 트랙을 재생시킨 후 눈을 감고 얼굴을 이불 속에 묻었다. 마치 이 순간만큼은 어느 콘서트 현장도 부럽지 않았다.

저녁 6시~12시    

스마트폰을 보니 문자가 하나왔다. 국민안전처에서 보낸 ‘긴급재난’문자다. 내용은 “1.23. 18:00 서울지역 한파경보, 동파방지, 화재예방 등 피해없게 주의바랍니다” 라는 ‘한파 경보’였다. 5년만의 한파 경보다. 역시 밖에 나가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 긴급재난문자 캡쳐

뉴스를 보려 티비를 다시 키니 내일 서울 온도가 영하 18도로 15년만의 초절정 한파가 온다고 전한다. 일요일에도 역시 방에만 있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뉴스에서는 ‘AFC U-23 챔피언십 8강 한국vs요르단’ 전이 밤 10시에 중계한다고 보도했다.

축구하는 날은 역시 치킨이다. 고시원 근처 15분 거리에 이마트 치킨이 가성비가 좋기는 하지만 한파 경보가 내린 만큼 밖에 나가기에는 역시 리스크가 크다. 요기요 앱을 켜 치킨을 시켰다. 식은 맥도날드 햄버거와 달리 치킨은 매우 따끈따끈했다. 축구가 시작하기도 전에 치킨 한 마리를 다 해치웠다. 최근 트렌드가 ‘1인 1닭’인 만큼 뼈 조각들만 남은 것을 보니 만족스러웠다.

▲ 배달앱 요기요를 통해 시킨 '치킨'

축구가 시작하기 전 최근 연재를 시작한 웹툰 ‘미생 part2’를 본다. 미생 시즌 2는 중소기업과 주인공 장그래의 썸타는(관심가는 이성과 잘돼가는) 이야기가 주제라 개인적으로 더욱 공감가고 재밌었다. 아직 연재되지 않은 다음 회차 내용이 궁금해 카카오페이지에서 ‘카카오 페이’로 결제해 몰아봤다.

이 정도면 꽤 알차고 즐거운 하루 아닌가. 다들 추운 날 밖에 나가 고생하지 말고 스마트 한 생활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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