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김효정 기자] 중국에 울고 웃는 ‘애플’, 아직 중국인 마음은 못 얻었다. 애플의 희노애락과 숙제를 정리한  블로그 뉴스 바이두 바이지아의 기사가 중국 바이두의 IT 카테고리 상위를 차지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대륙 내 매장을 두 배 이상 확장하며 현지 소비자 공략을 강화한 애플이지만 앱스토어 접속 문제와 미흡한 본토화 등은 여전히 미제로 지적됐다. 가장 큰 문제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시장’ 차원에서 중국에 온 느낌을 주는 애플과 대조해 ‘사람’을 생각한 노키아의 기업 정신을 그리워하는 중국인들의 목소리가 높다는 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날 현지 포털 바이두 바이지아의 IT 추천뉴스 카테고리 1위 기사 제목은 ‘이래서 많은 이들이 노키아의 컴백을 바란다’ 였다.

■ 중국 공세 강화 애플, 1년간 매장 두 배 넘게 확장

애플은 중국에 뜨거운 애정 공세를 펼쳤다. 지난해 애플이 중국 시장을 얼마나 중시했는지 보는 여러 가지 지표 중 대표적인 것은 바로 매장의 확장 정도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애플의 중국 대륙 내 직영점은 총 50개 이며, 2015년 초 이 숫자는 불과 21개였다. 2008년 애플이 중국에 첫 번째 매장을 연 이후 7년 만에 매장 수는 두배 이상 확장됐다. 중국 대륙 소비자를 거머쥐겠다는 야심이다. 스티브 잡스와 달리 팀쿡은 중국 대륙을 여러번 다녀갔다는 점도 눈에 띈다.

중국 대륙은 점차 미국을 대체하는 애플의 주요 시장이 됐음을 모두가 알고 있다. 아이폰 6s 판매는 가히 폭발적이었으며 이는 애플에게 기쁨을 안겨다 줬다. 하지만 이면에서 걱정이 하나 늘긴 했다. 애플의 중국 내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애플 직영점인 중국 서호점 (사진=애플)

 
■ 애플 협력업체에 불어닥친 한파가 몰고 온 ‘나비효과’

애플이 만면에 미소를 띄고 펼친 애정공세 뒤켠에는 차가운 바람도 불었다. 2015년 하반기, 중국의 휴대폰 업계에는 ‘남모르는’ 지각변동이 있었다. 상품과 브랜드가 아닌 무대 뒤 협력업체 업계에서다. 일부 중국인은 ‘중국에서 생산되는 휴대폰 성장의 역사는 사실상 ’OEM 공장들이 흘린 피와 눈물의 역사‘라고 일컫는다. 바로 중국 내 휴대폰 협력업체 공급망이 겪는 비극을 말한다. 협력업체들이 연달아 줄도산하고 있는 사태를 꼬집은 것이다. 현재 진행형이다.

통계에 따르면 1년간 중국 내에서만 최소 16개의 OEM 회사가 문을 닫았다. 휴대폰 브랜드 업체의 얼굴을 빛내준 기술이 아이러니 하게도 협력업체들을 문닫게 하는 촉진제가 됐다는 점에 현지 언론은 비통해 한다. 애플도 예외는 아니었다.

최근 애플 아이폰 터치스크린 OEM 업체 둥관마스터와 롄셩은 이미 생산 중단을 선포했다. 같은 일은 중국 이외 나라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예컨대 현지 언론이 ‘애플에 의해 버려진’ 업체라고 표현한 GT-Advanced는 이미 파산 신청을 했다.

바이지아는 “협력업체들의 체력 약화 나비 효과는 애플 스스로의 장기적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며 “2014년 새로운 협력사 명단으로 진입한 업체들은 상장한 건실한 회사들인데 만약 (애플이) 협력업체를 바꾼다면 (이들은) ‘위기의 씨앗’을 품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으며 이는 애플을 중국에서 ‘만인의 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삼성전자 협력업체들을 학습한 한국 언론에 있어서는 낯설지 않은 광경이다.

■ 불량한 앱스토어 접속 여전히 골칫거리

8년째 중국 내에서 애플의 앱스토어 서비스가 안정적이지 않다는 점은 중국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제기하는 고질적 문제 중 하나다. 중국 내에서 앱스토어 서비스 불량 문제는 ‘길게는 12시간까지 끊기는’ 서비스로 불릴만큼 악명이 높다.

바이지아에 따르면 애플이 손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중국 시장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갖가지 시도를 했다. 2013년 3월 애플은 앱스토어 서비스 개선을 목표로 한 CDN 속도 개선을 위해 하루에 12만 위안씩 쓰기도 한 사실이 유명하다.

결국 애플은 이후 협력사를 바꾸기도 했지만 아직 근본적인 처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사용자들의 평가다. 이 점은 애플에게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 시장은 얻었지만 ‘마음을 얻지 못한’ 애플, 떠났지만 ‘마음을 얻은’ 노키아 

애플은 최근 2년간 일련의 ‘본토화’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중국의 문화에 발맞추려 부단히 애썼다. 광고 등에서 중국의 명절을 전면에 내세워 염두에 두는 식이었다. 이외에도 중국 소비자 입맛을 맞추기 위해 최근 2016년 춘절 한정판 애플워치를 내놓은 것도 그 예라고 중국 언론은 인식하고 있다.

바이지아는 “하지만 중국의 ‘명절’을 기회삼은 본토화 노력이 애플의 브랜드 광고와 마케팅으로 비춰질 뿐 진정하게 중국 대륙 시장과 소비자에 녹아들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중국인들이 ‘노키아’에 대해 느끼는 감상과 대조된다고 매체는 비교했다. 며칠 전 중국의 한 언론은 ‘많은 이들이 노키아의 컴백을 바란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 뜨거운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언론이 전하는 중국 여론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노키아가 중국에 온 것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함‘만은 아니라고 여긴다. ’진정한 마음‘이 있었다는 느낌을 갖는 것이다. 노키아의 슬로건 ’커넥팅 피플(Connecting People)‘도 중국에서 ’사람을 근본으로 하는 기술‘이란 뉘앙스로 번역돼 중국인들의 마음을 파고든 바 있다.

결국 애플이 중국에서 극복해야 할 문제는 ‘데이터의 경신’이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 즉 소비자들로 하여금 중국 대륙이 애플에게 단지 하나의 시장이라고 느끼게 하는 문제라고 바이지아는 지적했다.

1985년 노키아가 베이징에 진출한지 30년이 흘렀고, 영영 떠났지만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 속에는 노키아가 깊이 새겨져 있다. 단순히 ‘상품’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인들은 2008년과 2013년 잇따라 일어난 비극적인 큰 지진 발생 당시를 기억한다. 2008년 전성기의 노키아는 중국 지진이 발생하자 구호에 나서 5000만 위안의 현금과 물자를 지원하고 향후 재건에도 함께했다. 이어 2013년에 회사 사정이 크게 어려워졌을 때임에도 불구하고 100만 위안의 물자와 자금을 지원했다는 점을 깊이 새겨두고 있다.

‘많은 이들이 노키아의 컴백을 바란다’는 제목의 이 기사는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계약이 만료된 지난해 연말을 지났으니, 올해 이후 핀란드의 노키아가 다시 자사 브랜드로 휴대폰 업계에 진출할 수 있다는 실낱같은 기대를 품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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