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스마트폰은 안 되는 걸까..."

지난해 말 삼성전자 T옴니아로부터 시작된 스마트폰 열기가 최근 급랭조짐을 보이는 등 ’이상징후’를 나타내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말 출시된 삼성전자 T옴니아는 4개월여 만에 6만여 대가 팔려나가며 국내 스마트폰 판매 기록을 경신해왔으나, 최근 들어 판매량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출시초기에 하루 1000여대 이상 개통되는 날도 있는 등 큰 인기몰이를 했지만 최근에는 절반 이하로 줄었다. 햅틱2와 햅틱팝이 매일 2000대 안팎의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LG전자가 지난달 중순 국내시장에 첫선을 보인 스마트폰 ’인사이트’은 "차마 말하기 민망할 정도"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인사이트 판매량을 말하지 않을 정도로 잘 안 팔리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안 팔리니까 물량도 적게 공급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출시한 쿠키폰이 물량이 부족할 정도로 잘 팔리는 것과 비교하면 초라하다.

◇왜 안팔리나..."수요 자체가 작고 사용도 어려워"

 스마트폰이란 단어가 이제 어색하지 않은데도, 왜 시간이 갈수록 안 팔리는 걸까.

업계에선 "이제 살만한 사람은 다 산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기존 스마트폰 마니아층과 얼리어댑터가 대기수요를 어느 정도 흡수했기 때문에 서서히 판매가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고가 제품 수요층이 과시용으로 구입한 면도 없지 않았다"며 "한국에서는 아직 스마트폰 시장이 열리지 않았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사용이 어렵다는 것도 판매 감소의 큰 윈인으로 꼽힌다. 스마트폰은 PDA와 휴대폰을 합쳐 놓은 제품이다. PDA를 써본 적이 없는 사용자에겐 너무 어려운 휴대폰인 것. 국내 PDA 사용자가 그리 많지 않았음을 떠올려 보면, 대부분의 스마트폰 사용자가 생소한 환경에 접하게 되는 것이라는 사실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일반 휴대폰은 전화와 문자, 그리고 휴대폰에 내장돼 있는 프로그램을 사용하기만 하면 됐지만, 스마트폰은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스스로 내려받아 설치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간단하지만 처음 접하는 사람으로서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하루, 이틀은 마음먹고 배워야 어느 정도 사용에 익숙해 진다.

문제는 어려운 데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아무래도 일반 휴대폰에 비해 국내에 출시된 윈도 모바일 기반의 스마트폰은 다소 느리고 불편하다.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자유자재로 설치하고 즐기는 사용자에게는 그 정도는 문제되지 않겠지만, 전화를 주로 사용하는 일반 사용자에게 휴대폰 본질의 기능인 전화나 문자가 느리다면 큰 문제인 것이다.

휴대폰 판매점에서도 스마트폰을 파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고 있다.

한 휴대폰 판매점 직원은 "손님이 스마트폰을 달라고 하면 차라리 풀터치폰을 살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사간 사람들이 불평을 쏟아 내기 때문이라는 것. 

◇적응 못해 매물로 내놓거나 일반폰과 함께 사용하기도

스마트폰을 쓰다가 다시 예전의 폰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늘고 있다.  

휴대폰 전문 커뮤니티인 세티즌의 중고품 쇼핑몰에서 지난 2월 한 달 동안 등록된 T옴니아 매물은 130여대였으나, 3월들어서는 19일부터 26일까지 일주일 사이에만 100여대가 매물로 나올 정도로 ’포기’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중고장터에 T옴니아를 매물로 내놓은 한 사용자는 "스마트폰이라는 이름에 이끌려 구입했는데, 너무 어렵고 복잡해서 내겐 과분한 폰이라고 판단했다"고 다시 일반폰으로 돌아가려는 이유를 밝혔다.

휴대폰을 2대씩 들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서초동에 사는 박모씨는 "스마트폰의 사용 방법은 어느 정도 익혔지만 전화나 문자 기능이 불편해서 예전 휴대폰을 다시 사용하고 있다"며 "스마트폰도 PDA용으로 함께 들고 다니니까 휴대폰 2대를 들고 다니는 셈"이라고 말했다. 

◇발달된 인터넷 인프라와 미비한 요금제도 한몫

스마트폰이 국내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는 이유를 발달된 인터넷 인프라 때문으로 분석하는 이들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스마트폰이 자리를 잡은 데에는 휴대폰으로 이메일을 확인하는 등 인터넷 욕구를 충족시켜준 부분이 컸다. 그러나 한국은 스마트폰이 아니더라도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에 특화된 데이터요금제가 없기 때문에 마음 편히 이용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않게 나오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해외에 비해 국내 시장에 스마트폰 출시가 적은 이유는 아직도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팬택계열 관계자도 "올해 국내에는 스마트폰 출시 계획이 현재 없다"며 "국내는 스마트폰 시장이 너무 작기 때문에 우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고 밝혔다.

해외와 달리 국내에선 아직 갈길이 먼 스마트폰. 하지만 HTC의 터치다이아몬드와 소니에릭슨의 엑스페리아 등 해외 유명 스마트폰이 최근 시장에 첫선을 보였고, KTF와 SK텔레콤이 연내에 윈도 모바일 보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리눅스와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선보일 방침으로 있는 등 스마트폰 열기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호재도 적지 않다.

스마트폰 진영이 시장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개선하고 이같은 호재들을 적극 활용, 멀어지고 있는 소비자들을 다시 끌어 모을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송영록 기자 syr@it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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