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동네 빵집이 많았지만, 대형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회사들이 등장하면서 지역 빵집이 사라졌다. 이번 인수합병 건도 대형 마트에서 빵집을 인수하는 경우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건에 대해 상지대 김경환 교수가 25일 국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개최된 '방송통신 융합에 따른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이번 인수 건이 SK텔레콤의 신규 고객 유치에 따른 수익이 더 이상 힘들기 때문에 기존 사업체를 인수해 수익을 얻으려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인수로 인해 유료방송 시장에서 불공정 경쟁 발생 가능성에 주목했다.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SK텔레콤과 유료방송 콘텐츠 사업자로서의 CJ의 전략적 제휴라는 점에서 향후 유료방송시장의 불공정 경쟁에 대하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김 교수는 "합병 후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었으면 한다. 새로운 형태의 유료방송 서비스를 방송하거나 소비자 편익을 높일 수 있다면 긍정적 측면이 많을 것”이라면서 “규제의 미비점, 제도의 보완 등 충분한 논의 끝에  인수합병에 관한 승인이 이뤄지면 더 좋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두고 격론이 벌어진 '방통통신 융합에 따른 제도개선' 토론회 전경.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통신방송 융합에 따른 플랫폼 사업자로의 변화를 위한 기업의 새로운 도전이라고 응수했다. 포화된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가입자 빼앗기' 경쟁을 벗어나 위기를 타개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드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SK텔레콤 이상헌 상무는 "국내 통신사의 위기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무한경쟁 속에서 사업자들은 제로섬 게임을 하고 있는 중"이라며 "SK텔레콤은 창사 이례 최초로 매출이 감소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문제는 매출 감소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ICT시장 경쟁이 글로벌화 하면서 통신사업자의 위상이 위축되고 있어 미래가 어둡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이 국내 통신사들을 이용해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국가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힘겨운 변화를 추구하고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한 기업의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해외통신사업자들의 경우 활발한 인수합병을 통해 융합을 적극 준비하고 있듯이,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은 기업이 사업을 재편하기 위한 일반적 방법으로 경영활동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경쟁사업자인 LG유플러스의 생각은 달랐다. LG유플러스 박형일 상무는 "OTT(통신망 기반의 인터넷 서비스)의 글로벌한 추세와 인수합병을 혼동하면 안 된다"라며 "타당한 검토 없이 글로벌한 트렌드를 따라 간다고 하기엔 너무나 단순한 논리"라고 지적했다.

박 상무는 이어 "이 인수가 인정된다면 국가적 재앙이라고 본다. 자사 중심의 인수합병이라고 본다"라고 비난했다.

한편, 이 날 토론회선 최양수 연세대 교수가 사회를 맡고 중앙대 이광훈 교수와 상지대 김경환 교수가 주제를 발표했다. 김경만 미래창조과학부 통신경쟁정책 과장, 선중규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과장을 비롯해 SK텔레콤 이상헌 상무, LG유플러스 박형일 상무, KT경제경영연구소 김희수 부소장, CJ헬로비전 탁용석 상무도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 후 달라지는 것

CJ헬로비전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로 CJ그룹 내 엔터테인먼트 및 미디어 부문 업체다. 현재 케이블TV 업계 최다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N스크린 서비스 티빙과 알뜰폰 헬로모바일 사업도 같이 진행 중이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할 경우, 그에 따른 SK텔레콤의 이익은 예상치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 후 SK텔레콤은 이동통신 1위, 알뜰폰 1위, 유료방송 2위(케이블티비 1위), 초고속 인터넷 2위가 된다.

우선 알뜰폰 업계 1위인 CJ헬로비전과, 알뜰폰 업계 2위인 SK텔레콤의 알뜰폰 자회사 SK텔링크가 합병돼, 알뜰폰 시장에서 3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게 된다. 이에 따라, 올해 초 줄곧 이동통신 점유율 49%대를 기록해온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이 독과점 수준에 이르게 되는 것은 아닌지 논란이 일고 있다.

KT측은 합병 후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점유율이 50%가 넘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SK텔레콤 측은 “알뜰폰 업체인 CJ헬로모바일의 고객 중 거의 대부분이 KT망을 이용하기에 점유율이 50%를 넘지 않는다”고 밝히는 등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처럼 CJ헬로비전의 알뜰폰 가입자 중 90% 이상은 KT의 망을 사용하고 있는 점도 논란거리다. CJ헬로비전이 SK텔레콤에 인수되면, KT의 망 이용자를 SK텔레콤이 관리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한다. SK텔레콤은 알뜰폰 인수와 관련한 상황에 대해,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IPTV를 보유한 SK텔레콤이 1위 케이블 업체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하게 되면서 휴대폰과 인터넷 및 TV가 결합돼, 케이블이 그간 유지해온 지역적 특색과 지역 간 경쟁 구도를 벗어나 새로운 국면이 펼쳐진다. 이에 따라 결합상품 등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구 사업체인 SK텔레콤이 지역권 업체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함으로써 지역별 권역 제한의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불공정경쟁 아니냐는 논란이 생기는 등 논란거리도 계속 끊이지 않고 있다. 사실상 전국 사업자가 지역채널 및 직사채널을 우회 운영이 가능하다는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이다.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은 IPTV사업자의 직사채널을 금지하고 통합방송법에서도 직사채널을 가이드채널로 전환해 전국 사업자의 유사 보도채널 운영을 금지할 방침이었기 때문에 이에 위배되는 것이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계획을 발표하자, KT와 LG유플러스는 즉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업계 1위끼리의 결함이 공정경쟁을 방해한다는 주장이다. 각각의 역할을 유지해온 케이블티비와 인터넷티비, 위성방송의 질서가 어지럽혀지고, SK텔레콤의 무선통신 지배력이 전체 시장의 공존을 헤친다는 것이 주된 논리다.

SK텔레콤은 통신과 방송의 융합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세계적 흐름 안에서 고객의 편의를 증가시킬 것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국내 이동통신사 간 입장 차에 따른 대립 간극이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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