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경탁 기자] 모바일 게임 트렌드의 변화에 밀리고, 게임사들의 수수료 부담으로 추락하고 있는 카카오 게임이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

“카카오는 올해 하반기 카카오프렌즈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을 출시하고, 파트너사와 협력을 통해 지속적으로 게임 콘텐츠를 발굴해 모바일 게임 플랫폼 입지를 공고히 할 것이다.” 지난 12일 카카오가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최세훈 카카오 재무총괄최고책임자(CFO)가 전한 말이다.

카카오(대표 임지훈)는 현재 ‘카카오 게임하기’ 플랫폼으로 200 종이 넘는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 카카오 게임 플랫폼을 통해 발생한 매출은 3분기 기준으로 카카오 전체 매출의 약 22%(매출 510억원)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는 지난 3분기와 비교해 매출이 약 130억원 줄어든 수치다.

▲ 카카오 게임 매출은 지난 3분기와 비교해 약 130억원 줄어들었다 (자료=카카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해 출시한 게임이 최근 3년 새 급감했다. 지난 2012년 국내 모바일 게임 중 카카오 게임하기 플랫폼을 통해 출시한 비율이 78%에 달했으나 올해 6월 기준으로 49%로 약 30% 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카카오가 게이머들과 게임사에 미치는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 

■ 캐주얼 게임 하락세와 수수료 부담에 휘청

카카오 게임 플랫폼이 부진하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모바일 게임의 트렌드 변화다. 그동안 PC에서만 즐길 수 있던 고사양 RPG(캐릭터 역할 수행게임) 장르를 스마트폰의 스펙 향상으로 스마트폰에서도 손쉽게 즐길 수 있게 됐다.

현재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의 게임 부문 매출 순위를 보면 상위권에 RPG 게임들이 포진해있다. 스마트폰 게임 초기 시장이 ‘애니팡’, ‘드래곤플라이트’ 등의 간단한 케쥬얼게임들이 인기를 끈 것에 비해 대조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게임사 한 관계자는 “근래 출시한 게임 중 카카오 게임하기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하는 게임은 없다”며 “카카오 게임 대부분은 지인들과 경쟁하는 재미로 하는 캐쥬얼 게임들이다. 지인들과의 경쟁보다는 캐릭터를 통한 개인 만족 요소가 더 큰 RPG류의 모바일 게임이 대세인데, 굳이 카카오 게임하기 플랫폼을 통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 최근 모바일 게임 트렌드는 RPG다 (사진=구글 플레이)

두 번째는 수수료 문제다. 게임사들이 카카오를 통해 게임을 등록하려면 수수료를 내야 한다. 카카오 관계자가 “모바일 인기 게임 주기가 평균 2~3주마다 바뀌고 히트 게임의 수명도 길어봤자 3달이다”고 말한 만큼 게임사 간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게임사들이 구글 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에도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는 상황인데, 카카오를 통한 소셜 기능 추가만을 위해 추가적인 수수료를 내기에는 게임사들에게 큰 부담이다.

■카카오의 돌파구, 그러나...'게임사들 의견 분분'

카카오는 이 위기를 돌파하고자 올해 말 모바일 웹보드(고스톱류) 게임 4종을 출시하고 카카오톡 이모티콘 캐릭터들을 활용한 ‘프렌즈팝’의 후속 IP(지적재산권) 게임도 선보일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덕, 문화부)가 웹보드 게임이 도박과 유사하고 사행성이 높다는 이유로 지난해 2월 시행한 ‘웹보드 게임 규제안’이 완화될 전망을 보이고 있어 카카오에게는 희소식이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웹보드 게임은 정부의 웹보드 게임 규제 전 연간 6000억원의 시장규모를 형성했다.

문화부는 지난 16일 웹보드게임 규제를 완화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월 결제 한도가 3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상향되며 한 판당 배팅 금액이 2500원 이하일 때 예외적으로 상대방을 선택해 게임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카카오는 카카오게임 파트너사들을 위한 ‘게임 마케팅 플랫폼’도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카카오의 게임 마케팅 플랫폼은 게이머들의 게임 이용 패턴을 정밀하게 분석해 게임별 맞춤형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서비스다.

▲ 카카오가 카카오톡 이모티콘 캐릭터들을 활용한 ‘프렌즈팝’의 후속 게임을 선보일 계획이다.(사진=카카오)

카카오의 게임 마케팅 플랫폼과 관련해서 게임사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넷마블(대표 권영식) 관계자는 “카카오 게임 마케팅 플랫폼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반면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대표 장현국) 관계자는 “아직 카카오 게임 마케팅 플랫폼이 구체적으로 어떤 메리트가 있는지 잘 모르겠으며, 상황을 더 지켜봐야겠다”고 말했다.

카카오가 ‘국내 서비스에 집중하는 우물안 개구리’라고 지적받고 있는 점도 카카오 게임 플랫폼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국내 게임사들이 한국시장을 넘어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상황인데 카카오가 계속 국내 시장에만 머무른다면 게임사들로서는 카카오를 외면할 수밖에 없다.

컴투스(대표 송병준) 관계자는 “최근 컴투스는 카카오를 통한 게임 서비스가 거의 없었다”며 “국내시장에만 특화된 게임이라면 카카오 게임 플랫폼을 통해 들어갈 수 있지만 현재 컴투스의 사업 방향은 글로벌 서비스다. 전 세계 원빌드로 게임을 출시하고 있는 상황에 카카오 게임 플랫폼을 통한 서비스는 회사의 전략과 맞지 않다”고 말했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가 “카카오는 앞으로 여러 게임사업 파트너들과 협력해 게임사업을 더욱 강화하여, 모바일 게임을 무기로 카카오 실적을 정상화해 경영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겠다”고 밝힌만큼 카카오 게임 플랫폼이 여러 악재를 넘어 과거의 전성기를 회복할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