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 아이패드는 훌륭한 비즈니스 머신이 될 수 있을까? 아이폰6 출시 이후 애플이 발표한 IT 공룡들과의 협력 내용을 보면 엔터프라이즈 영역에서도 애플의 영향력이 막강해 질 것 같다.

■IBM과의 이유 있는 협력

애플은 2014년 12월 IBM과 함께 iOS용 IBM 모바일퍼스트(MobileFirst) 앱을 공개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빅 데이터 분석용 사용자 장치로 활용할 수 있도록 양사가 뜻을 모은 배경은 시장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 박창선 IT칼럼니스트
여행, 교통, 은행, 보험, 정부, 유통, 통신 등의 시장에서 태블릿은 현장을 뛰는 사용자들의 비즈니스 장치가 된 지 오래다. 우리나라에서도 태블릿을 쓰는 보험사, 병원, 소매점이 늘고 있다. 보험 계약을 맺을 때, 병원에서 수술 서명을 할 때 태블릿에 해본 경험은 이제 낯설지 않다.

소매 업계는 차세대 POS 사업을 추진하면서 태블릿 기반 장치를 눈여겨보고 있다. 이런 시장의 수요에 빠르지도, 늦지도 않게 대응한 것이 바로 애플과 IBM의 협력이었다.

한편 IBM은 기업 시장에 맥을 공급하고 지원하는 것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IBM을 빅 브라더로 묘사한 광고를 내걸던 애플의 맥을 IBM이 대놓고 밀어주는 이런 변화를 잡스는 상상했을까?

IBM은 PC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 가는 맥의 힘의 간과하지 않았다. 일단 역량을 쌓기 위해 교체 주기를 맡은 구형 PC를 맥으로 교체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기업 환경에서 대규모 배포와 관리 체계를 갖춘 경험을 쌓은 IBM은 자사의 노하우에 JAMF 소프트웨어의 관리 솔루션을 서비스 상품으로 묶어 제공한다. JAMF 소프트웨어는 iOS와 맥을 위한 장치 관리 솔루션인 캐스퍼 스위트(Casper Suite)를 개발한 업체다.

애플은 IBM과 손을 잡고 기업 시장 진출을 위한 핵심 전제 조건인 배포와 관리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리고 분석이라는 나름 시장의 호감을 느낄 응용 분야도 제시했다.

■IBM과 몸 풀고, 시스코와 달리기

애플의 기업 시장 진군은 시스코와 손을 잡으면서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다소 오래된 주제지만 꾸준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통합 커뮤니케이션과 협업(UC&C) 관련해 애플이 천군만마를 얻었다. UC&C를 잘 갖춘 기업에 가보면 직통 전화 없이 스마트폰으로 모든 음성 통화를 해결한다.

필요에 따라 메신저를 쓰거나 화상을 통해 소통한다. 시스코는 UC&C 관련해 네트워크 기반부터 재버, 스파크, 웹엑스, 텔레프리젠스 등 비즈니스 솔루션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 이번 양사 협력을 통해 일단 시스코의 막강 솔루션을 iOS 장치에서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애플과 시스코의 협력은 향후 UC&C를 한참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애플의 장치는 IT 기업 측면에서 보면 사물인터넷과(IoT)의 연결점이 될 수 있다. 시스코는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를 IoT까지 연결하는 데 있어 부가가치가 높은 장치를 우군으로 확보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새로운 금광으로 여겨지는 의료 서비스 분야를 예로 들어 보자. 애플은 리서치킷(ResearchKit)을 오픈 소스로 제공한다. 애플의 리서치킷을 활용한 연구는 천식, 파킨슨병, 당뇨병부터 시작해 DNA 데이터 수집과 분석 영역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의료 전문가들이 다양한 앱을 만들어 가능한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영역의 문을 하나씩 열고 있다.

이처럼 사람들의 손끝 장치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변화들을 소프트웨어 정의 영역으로 끌어올 수 있다면? 애플과 시스코의 협력에 무한 상상력을 동원해야 하는 이유다.

정리하자면 애플은 이제 iOS 기반 장치를 소비자 시장에서 기업 시장까지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이미 행동은 시작되었고, 거대 IT 공룡들이 애플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있다.

오픈 소스, 개방형 표준의 힘에 밀려 요즘 IT 공룡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상황에서 빅 데이터, IoT 등 다양한 방면에서 키를 잡고 있는 애플에 구애를 보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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