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정일주 기자]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이후 휴대폰을 구입한 소비자는 제품이 불량일지라도 환불을 함부로 받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사 정책상 구매한 단말기의 값을 제대로 받기도 어려운데 통신사 측에 위약금까지 내야 해 실질적으로 환불받으면 적자가 되기 때문이다.
 
24일 김중형(가명)씨는 “단말기를 정해진 공시지원금을 통해 구입한다는 단통법 시행 후 황당한 일을 겪고 있다”며 입을 열었다.
 
■제품 문제로 환불해준다더니... 환불시 오히려 손해?
 
▲ 김중형 씨는 KT서 갤럭시노트4를 95만 7,000원에 요금제에 따른 단말기 공시 지원금이 25만원을 받고 구매했다<사진 = KT>
 
그가 겪은 일은 휴대폰에 문제가 생기면서 시작됐다. 김씨는 갤럭시노트4의 블루투스 기능이 원활히 작동하지 않아 몇 번이나 제조사인 삼성전자 서비스 센터서 수리를 요구 했다. 삼성전자 측은 메인보드 교체 등 여러 가지 조치를 했지만 문제는 개선되지 않았다.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담당 엔지니어는 본사에 동일 증상으로 접수된 제품이 있으니 조금만 기다리면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답했다. 2주가 지나도 연락이 오지 않았고 김씨가 뒤늦게 전화를 걸자 해당 엔지니어는 환불해주겠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김 씨는 “삼성전자 측은 기기 교체는 안 되고 환불만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며 “KT측에 가족결합 할인을 받고 있어 환불받은 돈으로 기기변경을 하면 되겠다고 쉽게 생각했다”고 말을 이었다.
 
문제는 삼성전자 측에서 환불해주는 금액이었다. 김 씨가 휴대폰을 구입할 당시 출고가는 95만 7,000원 이었고 요금제에 따른 단말기 공시 지원금이 25만원 이었다. 이에 따라 할부원금은 70만 7,000원이 된다.
 
삼성전자는 “규정상 환불금액은 고객이 실제 구입한 금액”이라며 김 씨에게 이 할부 원금을 환불해주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사실 김씨는 단통법에 따라 단말기를 구매할 때 출고가에 구매한 것이다. KT서 24개월 사용 조건으로 제공해준 공시 지원금 19만 8,000원은 KT가 할인해준 것이지 삼성전자가 할인해준 금액이 아니다. 게다가 24개월 내 가입 해지 시 이 지원금을 위약금으로 모두 돌려줘야 한다.
 
즉 삼성전자의 방식대로 김씨가 휴대폰을 환불 받을 경우, 김씨는 환불금액 70만 7,000원으로 KT측에 단말기 할부금을 그대로 갚고 위약금 19만 8,000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적자가 되는 셈이다.
 
김 씨는 “공시지원금에 따른 위약금이 발생한다는 것은 제가 구입한 금액이 70만 7,000원이 아닌 95만 7,000원이란 의미인데 삼성이 말하는 ‘고객이 실제로 구입한 금액’이 왜 70만 7,000원이 되는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 이상한 시장구조, 책임 없다 잘못 떠넘기는 삼성-KT
 
▲ 갤럭시노트3의 출고가가 88만원이기 때문에 공시지원금을 모두 받게 되면 할부원금은 0원이 된다.
 
이 사례가 공시 지원금이 높은 단말기에 적용될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KT는 지난 2월 공시를 통해 갤럭시노트3의 지원금을 88만원으로 올렸다. 갤럭시노트3의 출고가가 88만원이기 때문에 공시지원금을 모두 받게 되면 할부원금은 0원이 된다.
 
할부원금 0원 갤럭시노트3에 개선되지 않는 불량이 있어 환불을 받아야 할 경우 기존 방식대로라면 소비자는 0원을 환불 받는다. 그럼에도 KT측에는 88만원의 위약금(지원금)을 내야 한다.
 
김 씨는 “소비자의 단순변심으로 인한 기기변경이 아니라 제품의 문제로 인한 환불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상한 결론이 나왔다”며 “위약금을 내지 않기 위해서는 단말기의 심각한 고장으로 인해 계약을 불이행할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중고단말기를 사서 계약을 유지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한탄했다. 이는 모든 피해를 소비자가 떠안고 통신사와 제조사만 아무 손해가 없는 구조라는 것이 김씨의 생각이다.
 
김 씨는 지난 12일부터 지금까지 삼성전자와 KT고객민원센터에 문의했지만 양측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급급했다. KT측은 제조사인 삼성전자의 정책문제라는 입장이었고 삼성전자는 KT가 지원해준 금액을 왜 자사가 왜 책임지냐는 태도를 보였다. 결국 김씨는 소비자보호원과 공정거래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에 민원을 넣을 수밖에 없었다.
 
미래부에 민원이 접수되자 KT측이 김 씨에게 반응을 보였다. 김 씨에 따르면 KT측은 법적으로 책임질 근거가 없는 것은 사실이나 미래부의 지시로 인해 위약금을 반만 받겠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KT관계자는 “해당 문제에 대해 법적검토를 해본 바 KT가 법적으로 책임져야 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명확하다”며 “이는 삼성전자 측의 잘못된 정책문제며 보조금 문제를 깊게 들어가 세세하게 따져봐야 분리공시 거부한 삼성전자 손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 직후 법무팀서 이런 사례의 경우 출고가가 아닌 할부금을 돌려주는 것이 맞다는 공지를 내렸다”며 “회사 입장은 고객이 구매한 가격을 환불해주고 있으며 그 가격은 통신사가 할인해준 지원금을 제한 할부금이다”라고 못 박았다.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이런 정책은 출고가보다 저렴하게 단말기를 구매한 소비자가 환불시 차익을 챙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소비자가 통신사로부터 위약금 형태로 지원금을 받아 구매했는데 왜 삼성전자가 이를 제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삼성전자 측 잘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김 씨는 이날까지 불량 단말기를 환불하지 않은 채 사태가 진전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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