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데까지 가보자는 것인가..." 국회가 700MHz 주파수를 지상파 방송사 모두에 몰아주자는 막가파식 주장을 펼쳤다. 우리나라 전체 산업발전과 글로벌 트렌드에 역행하는, 말 그대로 설득력이 부족한 주장이다.

지난 22일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주파수소위에서 국회의원들은 700MHz 주파수를 KBS1, KBS2, SBS, MBC, EBS 등 지상파 5개 채널에 30MHz를 분배하자며 정부를 압박했다.

이 같은 주장은 황금주파수로 불리는 700MHz 주파수 대역 중 국가재난안전통신망에 할당된 20MHz 폭을 제외하면, 남은 700MHz 주파수를 UHD 방송용으로 모두 분배하자는 것이다.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700MHz 주파수는 이동통신용으로 할당하고 있다. 통신용으로 효율성과 활용성이 높은데다, 글로벌 시대를 맞이해 산업 표준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활용도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대세'다.

▲ 700MHz 주파수 대역을 두고 통신용-방송용 할당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 입장에서는 UHD 방송용으로 700MHz 주파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쳐 왔다. 그리고 이들의 주장에는 정치권을 움직이는 힘이 실려 있었다. 결국 700MHz 주파수 대역 전체를 통신용으로 배분하려는 정부의 계획이 바뀌었다.

지상파 방송의 힘에 밀려 정부가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 '4+1안'이다. 700㎒ 대역 주파수중 4개 채널(총 24㎒폭)을 KBS1·2, SBS, MBC에게 UHD 방송용으로 배분하고 EBS UHD 방송용으로는 미사용중인 DMB 주파수 대역에서 1개 채널(6㎒폭)을 나누어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마저도 EBS까지 주파수를 줘야 한다는 국회의 압박에 변경될 처지에 놓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이 주파수를 방송용으로 분배하자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높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기사화하기는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방송권력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정치권의 비호가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주파수는 국가의 소중한 자산이다. 지상파는 공익을 근거로 자신들의 UHD 방송에 700MHz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지상파의 직접 수신가구는 6.7%에 불구하다. 플랫폼으로서의 지상파는 위력을 잃고 있다. 국민들은 케이블을 통해 (이마저도 지상파의 재송신 요금 인상으로 엉망진창이 되고 있다.), 휴대폰을 통해 방송에 접한다.

지상파와 국회가 전가의 보도 처럼 떠드는 '공익성'의 개념도 재정립해야 한다. 지상파는 수신료도 걷고 광고도 한다. 모두 돈이다. 국민 각자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국민의 돈이다. 통신기업들이 사기업이라 '돈' 걷어 제 뱃속만 채우니 공익성이 부족하는 논리는 일면 타당하면서도 다른면에서는 그렇지 않다.

현대 사회 통신이야말로 불특정 다수 국민이 사용하는 공익적 성격을 갖는다. 지상파 보다 훨씬 많은 국민이 일상에서 소비하는 통신 플랫폼이야말로 공익성이 훨씬 높다. 통신사의 가격이 문제가 된다면 그에 맞는 해결책을 모색하고 추진해야 한다. 주파수 주면 안된다고 강압하는 것은 미운 놈 때리기와 다름 아니다. 더 많은 사람이 더 좋은 콘텐츠 소비에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진정한 공익성이다.   

그래서 지상파가 '온전히 공익을 위해' 황금주파수를 차지하겠다는 주장에는 동감할 수 없다. 또 국회의원들이 국제표준도 확정되지 않은 UHD 방송에 700MHz 주파수를 분배하려고 달려드는 이유도 공익을 위해서만이라고 해석되진 않는다. 21세기에도 70년대식 정치와 힘의 논리에 갇혀 있어서는 곤란하다. 그들의 퇴행적 사고와 밀어부치기를 보면 말문이 막힌다. 

물론 지금도 정치권은 거대 통신기업과  이들의 눈치를 보는 일부 언론의 짬짜미라고 간단히 치부할 지 모른다. 하지만 바로 그 논리로 지상파와 정치권의 한통속도 똑같이 비판 받아야 한다. 눈을 좀 더 크게 떠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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