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기성 기자] ICT 산업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본격화되고 있다. 양국의 갈등으로 국내 ICT 업계도 서둘러 대안 마련에 나섰고, 신시장 개척이라는 실마리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모습이다.

최근 수개월 동안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와 산업정보기술부는 중국은행들에 당국이 "안전하고 통제 가능한" 것으로 평가한 IT 장비만 구매하도록 하는 새로운 규제들을 내놨다. 중국 정부는 은행들에 오는 2019년까지 보유 IT 장비의 70%를 새로운 규정에 들어맞도록 이행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중국의 행보는 외국 장비를 걷어내고 자국 장비로 내수 시장을 채우겠다는 목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중국이 지난 2013년 미국이 개정한 '정부지출법안’에 맞불을 놓겠다는 목적으로 풀이하고 있다.

 
2013년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의회가 안보를 문제로 입안한 중국 정부와 관련된 업체에서의 IT시스템 구입을 전면 금지한다는 내용의 정부 지출 관련 개정 법안에 서명했다. 이것은 사실상 미국에서 중국 ICT 기업의 퇴출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처럼 양국의 대립은 표면적으로는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사실상 자국 ICT산업 육성을 위한 밥그릇 챙기기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이런 관점에서 놓고 봤을 때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미국과 중국의 행보가 우리나라 ICT산업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자국 ICT 기업들의 활약이 전 세계에서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에 중국 ICT기업이 세를 넓히지 못하도록 계속 견제하는 움직임을 가져갈 것”이라며 “미국은 동맹국에 공공연하게 중국 기업이 국가 사업에 참여할 경우 안보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 위기를 기회로, 국내 ICT 산업 신시장 진출 가시화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견제는 실제로 중국 ICT 기업이 해외로 진출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게도 기회가 생기고 있다는 점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국제협력팀 최형경 팀장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반사이익을 노릴 수도 있게 됐다”면서 “아시아권에서는 중국 ICT 기업이 배제되면서 국내 ICT 기업이 파고들 여력이 생기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주관한 글로벌ICT파트너십 프로그램에 참여해 계약을 체결한 대만,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 5개국의 주요 15개 통신사(사진=KAIT)
이는 중국 ICT 기업이 진출하지 못하는 시장에 우리나라 ICT 기업의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는 국내 ICT 기업의 개도국 시장 진출을 위해 ‘글로벌 ICT파트너십 프로그램’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 행사는 개발도상국 및 아시아 지역 주요 통신사 등의 메인 프로젝트 이슈를 파악하여 우리 기업 수요에 맞는 통신사 및 협력사를 선별·초청하며, 국내기업과 1:1 비즈니스 매칭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국내 ICT 산업의 신시장 개척에 주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협회는 기대하고 있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김승건 본부장은 “역량 있는 우리 ICT기업과 4G LTE 서비스를 시작하는 개발도상국과의 ICT 신시장 창출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미래부와 KAIT가 게이트 키퍼 역할을 수행하겠다” 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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