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와 엔비디아가 가상현실 구현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본격적인 생태계 확장에 돌입한다. PC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플랫폼과 기술 재정비를 이룬 두 업체는 최근 VR관련 개발자 도구를 배포하며, 여세몰이에 한창이다.

지난 2일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15에는 GPU 관련 양대 산맥인 AMD와 엔비디아가 각각 가상현실 구현을 위한 자신들의 노하우를 첨병으로 내세웠다. PC와 모바일 게임 등에 등장하는 거리감 있는 가상현실이라기 보다는 글래스 등의 디바이스를 통해 진짜 현실을 가상현실로 덧씌우는 방법에 대한 모색이다.

VR기기들을 통해 가상현실을 경험케 하려면, 기본적으로 그래픽 성능이 높아야 한다.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극강의 능력이 필요하다. 작은 크기의 모바일 기기보다 PC가 가상현실 구현에 보다 유리한 기기이며, 또한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노하우를 쌓아왔던 AMD와 엔비디아에게는 기회로 작용한다.

■ AMD, 지연속도 제로 도전 ‘리퀴드 VR’
AMD가 가상현실에서 중요시 여기는 요소는 지연속도다. 사용자의 빠른 움직임에 반응할 수 있는 속도가 필수라는 설명이다. 사용자의 시선에 맞추지 못하고 뒤쳐진다면 가상현실이 곧 거짓임을 알게되고, 몰입도도 반감된다. 심하면 어지러움까지 동반할 수 있다.

샤샤 마린코비치 AMD 글로벌 제품 마케팅 담당 이사는 “가상현실은 사용자가 가상현실이라고 알지 못할 정도로 현실과 동일해야 한다”며, “VR기기를 착용한 후에는 가상과 현실 구분이 어렵게 느껴져야 하며, 단순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 등 모든 감각이 가상현실에 실제적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 AMD 비동기식 쉐이더

AMD는 가상현실 구현을 위해 ‘리퀴드VR’이라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사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최신의 트래킹 데이터를 사용하는 ‘최신 데이터 래치’, VR단말에 맞게 화면을 재가공해 지연 시간을 줄여주는 ‘비동기식 쉐이더’, 양쪽 눈에 맞게 화면을 2개의 GPU로 나눠서 랜더링하는 “연계형 멀티GPU’, VR기기에 그래픽 데이터를 출력해주는 ‘다이렉트 투 디스플레’이’ 등이 플랫폼에 초함됐다.

이 중 핵심은 ‘비동기식 쉐이더’다. 이 기술은 기존 CPU와 GPU가 일을 할 때 입력 순서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것과는 달리 중간에 또 다른 일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음으로써 여러 일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도록 해준다.

비동기식 쉐이더 기술은 AMD 그래픽카드의 GCN아키텍처 내 비동기식 컴퓨트 엔진(ACE)을 활용한다. 랜더링 작업과 컴퓨팅 작업을 동시에 처리함으로써 스케줄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를테면 중간중간 놀게 되는 GPU에게 계속해서 작업을 전달해 멈추지 않게 하는 셈이다. 46%의 프레임 향상이 가능하다.

이미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리퀴드VR SDK가 배포됐다.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협력도 줄을 잇고 있다. SDK에서는 가상현실 콘텐츠와 사용환경 및 호환성 부분에 대한 여러 요소들을 관리 및 조정할 수 있다.

■ 엔비디아, 실감나는 게이밍 경험
엔비디아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조화를 통해 가상현실 구현에 집중하고 있다. 최신 그래픽카드 지포스 GTX980ti의 출시와 VR 지원 기술, 게임윅스 VR SDK 배포 등은 엔비디아가 VR 시장에 뛰어들 준비가 모두 끝났음을 알려준다.

엔비디아는 컴퓨텍스 현장에서 관람객들이 직접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도록 지포스 GTX980ti 장착 노트북과 오큘러스 VR 헤드셋을 구비했다. 헤드셋을 착용한 채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관람객들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엔비디아 VR 기술의 핵심은 ‘멀티 해상도 쉐이딩’이다. 평면의 디스플레이와는 달리 VR 헤드셋은 광학 렌즈를 사용하는 데, 이 때문에 왜곡현상이 벌어진다. 엔비디아는 왜곡된 화면을 다시 왜곡시키는 작업을 통해 다시 평면으로 복귀시킨다. 다중 해상도 뷰포트 기술을 통해 중앙 및 하부 이미지 등을 분할해 사용자가 특정 시점에 초점을 맞출 때마다 렌더링을 달리해 표현해준다.

거리를 두고 바라보게 되는 모니터와는 달리 VR 헤드셋은 바로 눈앞에서 디스플레이가 표시된다. 그만큼 프레임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지연속도가 ‘0’여야 한다는 AMD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 엔비디아 부스에서 VR 게임을 즐기는 한 관람객

엔비디아 관계자는 “보통 PC에서는 60프레임을 기준으로 삼지만 VR의 경우에는 90프레임을 유지해야 눈이 피로하지 않는다”라며, “이를 위해서 더 높은 GPU 성능을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가 지원하는 게임웍스 VR에는 멀티 해상도 쉐이딩과 함께 렌더링을 가속화하기 위한 VR SLI, GPU 스케줄링을 제어할 수 있는 우선 순위, 가산현실을 위한 플러그앤플레이 직접 모드, 전면 버퍼 렌더링 등이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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