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MID를 제조·판매하는 삼보, 빌립, 유엠아이디 3사가 최근 실시한 첫 예약판매에서 예정 물량이 모두 판매되는 등 대체로 MID에 대한 호응도는 기대 이상으로 나타나, 향후 시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다. 

실제 구입자들의 반응도 비록 짧은 사용기간이긴 하지만 성능면에서는 만족한다며 ’성능’ 자체에는 대체로 합격점을 주는 분위기다. 휴대성을 강화하기 위해 와이브로나 HSDPA 등을 내장했으면 좋겠다는 건설적인 비판과 제언 등 긍정적인 반향이 나오고 있는 것도 고무적인 신호다.

하지만, 일부 제품의 외관 마감에 대한 불만제기로 시작하자마자 리콜 사태가 벌어지는 등, 비록 시작시점임을 감안하더라도 메이커의 대응이 소비자의 호응을 못 따라간 점은 적지 않은 아쉬움이 되고 있다.

◇빌립, S5 1000대 다 팔고... 엠북, M1 전량 리콜하고

빌립 S55일 업계에 따르면, 빌립의 ’S5’는 1000대의 예약판매 물량이 모두 소진되는 큰 인기를 얻은 반면, 유엠아이디의 엠북 ’M1’은 ’예약판매 제품 전량 리콜’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삼보컴퓨터 ’루온모빗’은 지난 1월 150대라는 상대적으로 적은 양을 한정 판매한 데 이어 2월부터 정식 판매를 시작했으나, 회사 측은 아직 정확한 정식 판매현황은 집계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빌립은 지난달 24일 포켓PC의 강점을 모두 갖춘 MID ‘S5’ 시리즈 총 3종(F-Log, I-Log, S-Log) 예약판매 이벤트를 시행한 결과, 판매 시작 15분만에 가장 고급사양인 ‘S5 F-Log’의 온라인 준비물량 300대가 모두 판매된 것을 비롯, 전체적으로도 총 8시간 30분만에 예정물량 1000대가 다 소진되는 큰 호응을 얻었다고 밝혔다.

당초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반반씩을 배정했는 데, 특히 온라인에서 단 4시간 만에 준비 물량이 모두 동나고 신청자들이 줄을 이어 오프라인 물품 중 일부 제품을 온라인으로 추가배정할 정도로 온라인의 반응이 뜨거웠다는 설명이다.

반면 유엠아이디에서 야심차게 내놓았던 MID 엠북 ’M1’은 예약판매 제품 전량을 리콜한다. 유엠아이디는 지난 25일 사이트 공지를 통해 이번 예약판매를 통해 구매한 고객에게 3월 안에 순차적으로 제품 교환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500대 한정판으로 22일까지 예약판매에 들어갔던 엠북은 구입했던 사용자들로부터 제품의 마무리가 부실한 점을 지적받아왔다. 제품의 부품과 부품 사이에 유격이 있고 배터리와의 접합부분이 막혀있지 않아, 먼지가 그 사이로 들어갈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유엠아이디 관계자는 "소비자들과 약속한 판매 날짜를 지키기 위해 다소 무리하게 일정을 진행했던 게 사실"이라고 문제소지를 시인하고, "점점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제품 기본 성능은 대체로 만족"…"와이브로 모뎀 내장해 휴대성 강화해야"

이번 3사의 엠북 M1MID 예약판매는 국내 시장 첫 출시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PMP와 비슷하지만 윈도XP를 탑재한 소형 PC 개념이기 때문에 넷북도 무겁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에게 휴대성과 함께 PC의 성능을 보여 주는 제품으로서 MID는 주목을 받아왔다. 

MID를 실제로 사용해본 사용자들은 성능면에서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분위기다. 특히 PMP 정도의 크기에 인코딩 없이 일반 PC에서 돌아가는 동영상 파일을 고화질로 재생해 볼 수 있다는 점도 MID의 큰 장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MID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선 무선통신이 잘 받쳐 줘야 한다는 데 대부분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와이브로 등을 사용하려면 외장형 모뎀을 구입 장착해야 하지만, 노트북이나 넷북 보다 훨씬 작은 MID에는 외장형 모뎀이 거추장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 MID 사용자는 "MID(Mobile Internet Device)는 말 그대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기기를 말하는 데, 지금 출시된 제품들의 인터넷 접속 수단은 무선랜 밖에 없다"며 "아이팟 터치가 아이폰과 90%이상 유사한 기기라고 하더라도 아이폰이 되지 못하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지금 MID의 경우도 HSDPA나 와이브로를 내장하기 전에는 결코 진정한 MID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관련 업계도 이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통신사들과 협의 중이지만, 논의가 원활히 진척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체 관계자는 "MID는 편의성 측면에서 HSDPA나 와이브로 모뎀을 내장한 제품으로 가는 게 맞다"며 "모뎀 내장을 위해서는 통신사 인증 절차가 필요한데, 아직 협의가 진행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우선 통신사 입장에서 와이브로나 HSDPA를 내장한 제품 출시가 수익모델로서 가치가 있을 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 데다, 이들 기능을 내장해 휴대성 문제를 해결한다손치더라도 ’MID를 MID답게 사용하는 데 따른 통신비 부담’ 문제 또한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권상준 IDC연구원은 "MID의 경우 갖고 다니면서 인터넷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매달 통신비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저변확대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삼보 루온모빗◇고환율로 인한 높은 가격과 ’중소기업’ 선입견도 부담

1600원대까지 치솟고 있는 고환율로 인한 높은 가격도 문제다. 유엠아이디의 엠북 M1의 경우 리눅스 버전 제품은 대당 69만원, 윈도 버전 제품은 대당 79만원이다. 빌립 S5는 최저사양 제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57만9000에 판매되고 있지만 최고 사양 제품은 74만9000원이다. 삼보컴퓨터의 루온 모빗도 79만9000원선에 판매되고 있다. 

이처럼 높은 가격이 지속된다면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소비자들이 아직 검증이 덜 끝난 MID에 선뜻 주머니를 열기 힘들 수도 있다.

업체들도 고환율로 인한 고민이 많다.`중소기업이 대부분인 MID 업체들이 계속되는 고환율 속에서 가격을 올리자니 소비자들에게 외면 당할까 두렵고, 그대로 팔자니 남는 게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기 때문.

한 업체 관계자는 "환율상승으로 인해 판매할 수록 밑지는 상황"이라며 "환율이 떨어질때까지는 제품 공급을 줄이는 등 소극적인 판매를 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아직까지는 호기심으로 MID를 구입하는 사용자가 많은 단계이다. 하지만 고환율로 인한 높은 가격이 지속된다면 소비자들이 MID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한 채 PMP나 넷북으로 다시 관심을 돌릴 수 있다. 그럴 경우 MID가 성장에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하다.

유엠아이디의 리콜 사태와 관련해서는 자칫 중소기업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발 빠른 대응을 격려하는 엇갈린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다.

한 사용자는 이번 리콜 사태에 대해 "회사로서는 첫 출발이 중요한데, 당장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얻는게 더 중요하다"며 발빠른 대응에 박수를 보냈다.

◇6월께 코원시스템, 내년 LG전자 가세로 ’분위기 업’ 

빌립이 올 초 CES 2009에서 선보였던 MID 신제품 S7을 상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며, 코원시스템과 LG전자도 각각 오는 6월과 내년에 시장에 가세할 채비를 차리고 있는 등 잇단 시장참여와 제품 다양화로 MID 시장 분위기는 당분간 상승세를 탈 전망이다.

코원시스템은 오는 6월쯤 MID제품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코원시스템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제품 스펙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기존에 나와 있는 MID 제품보다는 업그레이드 된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제품 출시일은 환율 등에 따라 다소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LG 전자는 지난 2월 16일 인텔과 MID의 제조를 위해 상호 협력키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LG전자가 양산하려는 제품인 인텔 무어스타운 기반 MID는 대기 전력 소모량이 기존의 아톰 프로세서 기반 MID보다 10분의 1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휴대용 모바일 기기인 MID의 또다른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배터리 사용 시간을 늘려 줄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

이 회사 MC 사업본부 이정준 부사장은 “MID 영역은 LG전자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며 "현재 인텔과 함께 순조롭게 생산 일정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송영록 기자 syr@it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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