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김문기 기자] 바깥 세상을 두 다리로 걸어보지 못하고 물거품으로 사라진 비운의 인어공주.

팬택의 차기작 ‘베가 시크릿노트2’는 비운의 스마트폰으로 남게 되면서 다시한번 화제가 되고 있다. 개발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팬택이 사실상 청산 과정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상용화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 생사기로 속 팬택 직원이 게재한 것으로 보이는 ‘베가 시크릿노트2’는 팬택 회생을 바라는 누리꾼들로부터 열렬한 응원을 받아온 바 있다.

지난 4월 한 개인 블로그에는 팬택 직원이라 밝힌 한 누리꾼이 ‘베가 시크릿노트2(IM-A930)’의 실사진을 공개했다. 시크릿노트2는 팬택 제품 중 최초로 광대역LTE-A를 지원하는 모델이다. 지난해 8월 해당 단말의 개발을 완료했지만 팬택 경영난으로 인해 2년만에 다시 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 상용화가 불발됐다.

베가 시크릿노트2는 5.9인치 QHD 디스플레이, 퀄컴 스냅드래곤805 프로세서, 3GB 메모리, 3400mAh 배터리 사용량과 급속 충전 지원, 지문인식 적용 등 높은 하드웨어 스펙을 갖춘 모델이다. V펜이 내장돼 있어 펜 기능을 이용할 수도 있다. 그간의 팬택 전략을 고려했을 때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꽤 매력있는 제품으로 남을 모델이다.

▲ 베가 시크릿노트2

업계 관계자들도 팬택의 차기 제품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팬택은 생체인식과 관련해 경쟁사보다 빠른 행보를 보임으로써 핀테크 시장을 좀 더 확장시키는데 공헌했을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도 팬택 회생을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에서 시크릿노트2를 살리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어 발만동동 굴렀다”라고 말했다.

한편, 팬택의 신제품이 출시되지 않음에 따라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외산업체로는 유일하게 애플이 고군분투 중이다. 통상적으로 3월부터 6월까지 스마트폰 성수기로 분류됐으나 올해는 신제품 가뭄이 이어지면서 비수기가 빨리 닥칠 것으로 추정된다.

팬택은 매출액의 10% 이상을 꾸준히 연구개발에 투자해 최근 10년간 연구개발 투자 금액만 2조5000억 원에 이를 정도로 기술 개발에 힘써왔다.

창립 이후 24년간 이동통신관련 사업만 해온 팬택은 ICT 전문 제조 기업으로 올해 1분기 기준 등록 특허 4,099건, 출원 특허 14,810건의 R&D 중심 기술 기업으로 성장했다.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마케팅, 조달, 생산, A/S, 관리 등 전 영역에서 20년 이상 자체 운영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가진 팬택 및 협력업체의 생태계를 복원하려면 수조원 단위의 천문학적 비용과 수년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팬택이 모든 휴대폰을 국내에서 생산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생산하는 휴대폰 비중은 매년 큰 폭으로 줄어드는 추세로 지난 2007년 8400만대 수준에서 2013년 3800만대로 54.8% 줄었다.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휴대폰 10대 중 5대가 '메이드인 베트남'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국내에서 생산된 '메이드인 코리아' 휴대폰은 전체생산 물량 가운데 8% 가량인 것으로 분석된다.

즉, 업계는 팬택의 몰락이 수출·투자·고용 창출면에서 국가 ICT 산업 생태계 몰락을 가속시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팬택은 임직원 1,100여명의 직접 고용뿐 아니라 500여개 협력업체 약 7만여명의 직원과 함께하고 있다. 후방산업을 이끄는 ICT 제조기업으로 고용창출에 이바지하는 바가 크다.

팬택 파산으로 인한 대규모 연쇄 실직 발생 시 최근 증가하는 실업률 및 고용불안정 문제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한편, 팬택은 26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신청했다. 팬택 측은 “지난 10개월간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팬택의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주는 적합한 인수대상자를 찾지 못했다”라며, “ 더 이상 기업으로서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하게 되어 기업회생절차 폐지 신청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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