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C 스노우캠프에 참석한 학생들이 팀별로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2월 21일 오전 10시, 서울 삼성동 테헤란로. 평년보다 따뜻했던 올 겨울 날씨와는 다르게 매섭게 찬바람이 불었다. 테헤란로 중심에 자리잡은 엔씨소프트의 건물로 젊은 대학생들이 줄줄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토요일인만큼 한산한 주변 빌딩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엔씨소프트의 오픈마루 스튜디오가 주최하는 윈터오브코드(WoC)의 세 번째 행사였다. 지난해 12월 250여명이 참석했던 첫 번째 행사와는 다르게 대부분 노트북 PC를 챙기고 들어오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WoC는 예비 개발자인 대학생들과 현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선배 개발자를 하나로 묶어주는 행사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내걸고 선배 개발자는 멘토로, 예비 개발자는 멘티로 참석해 2개월간 함께 공동 작업을 벌인다.

이미 지난 1월 34개 프로젝트에 대학생 100여명이 참석하는 것으로 선정작업은 마무리됐다. 21일 열린 ‘WoC 스노우캠프’는 멘토와 멘티가 만나 집중적으로 개발 중간평가를 하는 자리인 셈이다.

100여명의 학생과 20여명의 멘토는 이번 행사에 참석하며 각각 멘토와 멘티로서 만족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끈다.

오전에는 멘토와 멘티들이 한 자리에 모여 코드와의 싸움을 벌였다. 멘토와 멘티간에 서로 노트북PC를 앞에 두고 논의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출됐다.

멘티로 프로젝트에 참석하고 있는 학생들의 반응이 뜨겁다. 동덕여대 컴퓨터공학과 황희원(24)씨는 “평소 개발자를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WoC 행사를 통해서 선배 개발자에게 직접 물어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학교에서 배우는 짜여진 커리큘럼보다 실제적인 부분들을 배울 수 있어 가장 기쁘다고 했다.

WoC에 참석한 홍정민(23, 동덕여대 컴퓨터공학과)씨도 학교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보다 WoC프로젝트를 열심히 하게 된다고 귀띔한다. 공개적으로 외부에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에 못하면 안되겠다는 동기가 부여된다는 것이다. 그는 “스스로 프로젝트 주제를 찾아서 할 수 있다는게 WoC 참여를 통해 느끼는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아이폰 애플리케이션 개발 프로젝트의 멘토를 맡고 있는 박진형(27, 산업기능요원)씨는 2006년 WoC 행사에 이어 두 번째로 참가했다. 맥 개발자 동호회에서 활동하며 멘토로 뽑힌 그는 오프라인 만남이 부족한 것이 조금 아쉽다고 했다.

박진형 씨는 “멘토를 하다보면 초보자가 어느 부분이 힘든지 파악할 수 있어, 어떤 것을 도와줄 수 있는 지를 알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나중에 개발을 하게 될 때 튜토리얼에도 포함시킬 수 있고 업무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멘토를 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다.

그는 “WoC와 같은 행사에 참여하면서 인맥을 넓힐 수도 있고, 멘티들도 알다보면 서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대학생들이나 현업 개발자들이 WoC 행사에 참석했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김준기(23, 카이스트 전산학과)씨도 1회에 이어 이번에도 멘토로 참석한 경우다. 그는 현재 구글코리아와 파트너를 맺고 텍스트큐브에 플러그인으로 탑재해서 블로그 포스트에 넣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텍스트큐브 코드를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에 후배 개발자를 양성하고자 WoC 행사에 참석했다고 한다.

김준기 씨는 후배 학생들에게 “수업 뿐만 아니라 본인이 시간을 투자해서 큰 시스템을 들여다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날 WoC에 참여하고 있는 멘토들은 별도로 모여 멘토로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도 논의했다. 모두 후배들과 함께 개발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으며, 무엇보다 스스로도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OK JSP의 대표운영자로 유명한 허광남씨는 “현재 프로젝트 멤버가 3명인데 협업도 잘되고 즐겁다”면서 “1주일에 한번 만나야 할 정도로 스케줄을 빡빡하게 잡아 후배들이 직접 개발에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멘토인 이연복씨는 “멘토도 헤매는 모습을 보이면서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준석씨는 “학생이 끝까지 할 수 있도록 기운을 복돋아주는 것이 기술을 알려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해 다른 멘토들의 공감을 샀다.

이날 행사에는 예비 개발자들이 귀담아 들을 만한 강의도 진행됐다. 루비커뮤니티의 김정현씨가 ‘루비 입문’에 대해, 위자드웍스의 조영운씨는 ‘간단한 위젯 만들기’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번 WoC 스노캠프의 클라이막스는 모든 행사가 끝난 뒤 열린 ‘피자&맥주&콜라 타임’으로, 테이블에 음식들을 올려놓고 참석자들이 먹으면서 대화를 하는 자리였다. 구글이나 야후 본사에서 개발자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노트북을 옆에 두고 일을 하는 모습을 재현했다는 게 오픈마루 측의 설명이다.

엔씨소프트 오픈마루 스튜디오 측은 “WoC 행사가 스노우 캠프로 인해 본격적으로 불 붙기 시작했다”면서 “WoC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이후에도 개발자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록 기자 syr@ittoday.co.kr

<현장 인터뷰>

황희원(24, 동덕여대 컴퓨터공학과)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또 다시 참석하고 싶다.”

멘 티로 WoC에 참가하고 있는 황희원씨는 현재 마인드맵 검색시스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텍스트로 검색을 하면 텍스트나 링크가 나오는데 현재 개발중인 것은 가지가 뻗어나가는 것과 같은 마인드 맵 형식으로 검색결과화면이 뜬다고 설명했다.

“과연 할 수 있을까 생각도 들지만 완성되면 멋질 것 같다”고 말하는 그는 개발이 좋기 때문에 꼭 개발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WoC 행사 참여도 그에게는 개발자의 꿈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한다.

“성공한 개발자를 보면 어렸을 때 꿈꿨던 모습이 보인다. 이왕할거면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하고 싶다.”

 

홍정민(23, 동덕여대 컴퓨터공학과)

“WoC 프로젝트를 위해서 밤에 학교 실습실에 모여 있다가 경비 아저씨한테 쫓겨났던 경험이 있다.”
홍정민 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웃었다. WoC 프로젝트가 다양한 소속의 학생,개발자가 모이기 때문에 학교 입장에서는 값비싼 기자재의 도난을 우려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정해진 일정대로 진행하는 WoC프로젝트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 주변에 친한 사람들끼리 하다보면 ‘힘들면 그냥 그만두자, 일주일 쉬었다 하자’는 등 불평들이 나와 제대로 프로젝트가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WoC 프로젝트는 일정대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개발의 책임감을 배우는 시간이다.

“프로젝트 제안서를 제출할 때도 여러 명이 모여서 1~2주 준비했던 것이 재미있었다.”

홍정민씨는 아직 개발 전문가가 아닌만큼 이번 프로젝트를 완벽하게 하기보다는 완성하는데 일단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웃었다. 열정으로 프로젝트를 완성하겠다는 각오다.

“여자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싶다. 여대에 다니기 때문에 여자는 못할거라는 인식이 많다. 친구들 이야기 들어보면 공학에서는 여학생이 남학생한테 이것저것 과제도 부탁하고 한다는데 우리는 경쟁이 심하다. 도와주고 그러는 게 없다. 컴퓨터등 기자재도 스스로 나른다. 어떤 남학생은 심지어 우리한테 컴퓨터 포맷은 할 줄 아느냐고 물어본 적도 있다.”

그는 여성 개발자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박진형(27, 산업기능요원)

편의성을 강조한 아이폰용 RSS 리더기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박진형씨는 WoC에 두 번째 참가하는 멘토다.

개발 5년차에 접어든 그는 개발자도 기획, 영업 등에게 귀를 여는게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자기 코드에 대한 애착만 가질 것이 아니라 아닌 것은 인정할 줄도 아는 것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개발할 때 힘들게 알아낸 것을 잘 안 알려주려는 경향이 있다. 구글 검색 등을 통해 하려는 것을 습관화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물론 멘토에게 물어보는게 가장 빠르다.”

WoC는 멘토의 중요성을 알게 해주는 중요한 행사라고 그는 말했다. 누구나 초보자로 시작하는 만큼 개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멘토와 멘티간의 대화는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기(23, 카이스트 전산학과)

1회 때도 멘토로 참석했던 김준기씨는 2년만에 다시 멘토로 돌아왔다. 그가 생각하는 개발자의 덕목은 무엇일까.

“개발자는 영어로 된 레퍼런스를 읽는데 어려움을 느끼면 안된다. 또 해외 오픈소스프로젝트에 참여한다든지 해외트렌드를 알려면 영어는 필수다.” 스웨덴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던 것도 이러한 평소 지론 때문이다.

그는 카이스트 ’스팍스’ 동아리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이 동아리는 카이스트 학우를 위한 웹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아리다.

“다른 사람이 코드 짠 것을 뜯어보는 것이 취미다. 기술적으로 먼저 알고리즘 해결능력을 보이기 보다 호기심을 갖고 참여하는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는 성공하는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코드를 볼 줄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팀 내부에서도 코드에 관한 리뷰 등에 도움이 된다는 것.

WoC 행사는 자기 자신 뿐만 아니라 팀워크를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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