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김문기 기자] “과속방지턱에 걸렸을 뿐이다”

아이패드 판매량 하락에 대해 지난해 팀 쿡 애플 CEO는 이렇게 대답했다. 팀 쿡 CEO는 “아이패드 시장이 포화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아이패드 미래는 매우 낙관적”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팀 쿡 CEO는 아이패드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은 점과 업그레이드 주기 변화, 아이패드가 공략할 신흥지역이 많음을 역설했다.

하지만 현실은 태블릿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과속방지턱이 생각보다 길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 1분기 전세계 태블리 시장 판매량은 5190만대로 전년동기대비 8% 감소했다. 앞서 발표한 예비보고서에서는 태블릿 시장이 지난해보다 9% 정도 역성장한 것으로 분석했다.

역성장의 주된 요인은 태블릿PC 시장을 이끌고 있는 쌍두마차인 애플과 삼성전자의 부진 때문이다. 애플은 올 1분기 1260만 대를 판매해 24.3%의 점유율을 가져갔다. 전년동기 1640만대를 판매했을 때보다 23% 판매량이 줄었다. 삼성전자는 880만대를 판매해 1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1280만대보다 떨어진 수치다.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두 업체의 점유율도 40% 대로 내려왔다.

▲ 태블릿 제조업체들이 B2B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 중이다. 사진은 삼성전자 기업 특화 태블릿 '갤럭시탭 액티브'

태블릿의 위기에 대해 업계에서는 스마트폰과 PC사이에서 뚜렷한 경쟁력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달리 교체 주기도 길 뿐더러 출처를 알 수 없는 화이트박스 제품의 강세도 성장을 막는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SA에 따르면 올1분기 화이트박스 제품은 1470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점유율 28.4%로 태블릿 시장 1위를 차지했다.

태블릿PC 시장이 위기에 봉착하면서 각 제조업체들이 해답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우선 저가형 화이트박스에 대항해 대화면 프리미엄 태블릿이 애플과 삼성전자, 소니 등 주요 업체들을 통해 출시될 가능성이 지목된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9.7인치 아이패드보다 더 큰 12.2인치 또는 12.9인치 아이패드 프로(가칭)을, 삼성전자도 13인대 갤럭시탭S를 출시할 수 있다. 소니도 10인치 대 엑스페리아 태블릿의 13인치 확대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7인치 이하 제품이 패블릿의 영향으로 시장에서 도태되고 있지만 10인치대 태블릿은 상대적으로 판매량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 대화면 태블릿 전략의 가능성을 시사해주고 있다. 지난해 10인치 대 태블릿은 전체 태블릿 판매량에 30%를 넘어섰다.

▲ (자료=SA)

프리미엄 모델뿐만 아니라 중저가 모델에 대응하는 정면돌파 전략도 올해부터 가속화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중급형 태블릿인 ‘갤럭시A’를 선보였다. 16:9 화면비를 4:3으로 바꾸고 S펜까지 더했다. 향후 더 많은 중저가 모델을 내놓을 전망이다.

각 제조업체들의 가장 눈에 띄는 행보는 B2B 시장 공략이다. 프리미엄 또는 중저가 태블릿 확대 전략은 기업간 거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교육용 시장을 겨냥한 활로 모색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애플은 IBM과 협력해 아이패드를 첨병으로 B2B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애플과 IBM은 아이패드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을 100종으로 확대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최근에는 일본우정그룹을 통해 일본 노년층에 아이패드를 제공하기도 했다. 1000대의 아이패드를 시범공급했다. 오는 2020년까지 최대 500만 대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유통과 물류, 교통 산업 분야를 대표하는 주요 기업들과 협업해 기업 특화 태블릿은 ‘갤럭시탭 액티브’를 지난 4월 국내 출시했다. 1.2m 높이에서 콘크리트 바닥으로 낙하하는 수준의 충격을 견디며, IP67등급의 방수방진 기능도 탑재했다. 외근이나 출장, 이동이 잦은 근무자들을 위한 다양한 기능이 추가됐다.

인텔코리아는 교육용 태블릿업체인 엠피지오와 교육 콘텐츠 전문 기업인 에스티앤컴퍼니와 손잡고 국내 교육용 시장 공략에 나섰다. 협력을 통해 엠피지오는 총 30만대의 태블릿을 에스티앤컴퍼인에 공급하게 됐다. 앞서 인텔은 지난 10년간 교육용 플랫폼 분야를 위해 전세계적으로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왔다. 국내서는 올해부터 결실을 맺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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