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정일주 기자]배달통과 델피넷에 특허침해로 소송을 건 비제로가 한 치 양보 없는 강경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비제로 측은 노이즈마케팅이 아니라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배달통-델피넷은 여전히 "사실무근' 이며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11일 김종철 비제로 대표는 “몇 달째 적자가 이어져 더 이상 뒤가 없다”며 “그만큼 절박한 상황에 몰려 마지막으로 빚을 내 특허소송까지 하게 된 것이다”라고 토로했다.
 
이는 비제로가 배달통‧델피넷을 자사 특허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건 것을 ‘노이즈마케팅’으로 바라보는 업계 시선에 대한 대답이었다. 비제로는 지난달 24일 법무법인 태평양을 통해 배달통 및 델피넷에 영업정지가처분신청과 특허기술 사용중지 가처분 신청을 접수했다. 이에 대해 비제로 측은 노이즈마케팅을 할 여력도 없고 할 이유도 없다는 것이 자사의 현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 비제로는 지난달 24일 법무법인 태평양을 통해 배달통 및 델피넷에 영업정지가처분신청과 특허기술 사용중지 가처분 신청을 접수했다
 
실제로 비제로측이 공개한 회사 매출현황을 확인해보니 작년 초 크게 흑자를 한 번 낸 뒤에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비제로는 결국 매달 수익보다 지출이 큰 적자상태가 지속돼 회사 문을 닫아야하는 기로에 섰다고 말했다.
 
비제로는 2009년 4월 설립됐다. 포인트로 아파트 관리비를 자동 차감해주는 서비스를 운영했다. 이를 응용해 2011년 10월 아이피 교환기를 이용한 ‘배달주문 중개를 통한 포인트 적립과 그것의 사용 서비스 제공방법 과 이를 위한 시스템’을 특허출원해 등록했고 ‘캐쉬북’도 특허출원했다. 캐쉬북은 지역별 배달업소 홍보 책자로 2013년 1월부터 발행됐다.
 
비제로 캐쉬북에 기재되는 업소의 전화번호는 050으로 시작하는 인터넷전화 회선번호이다. 해당 회선으로 비제로는 이 회선을 배달업소들에게 서비스하며 수익을 올려왔다. 이용자들은 050번호로 배달음식을 주문하고 이는 비제로가 갖고 이는 IP교환기(인터넷전화)를 거쳐 매장 번호로 연결된다. 이때 비제로는 자사 특허를 이용해 주문한 이용자들에게 해당 업소의 포인트를 자동적으로 적립해주고 쓸 수 있게 돕는다.
 
대신 비제로는 배달업소가 해당 회선을 통해 홍보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주기 위해 캐쉬북 책자와 ‘배불러’앱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배불러 앱은 가맹점들에게 수수료 없이 무료로 서비스된다. 즉 비제로의 주 수입원은 앱이 아니라 회선이다. 문제는 회선 서비스를 가입했던 가맹점들, 배달업소들이 비제로를 이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확인된 비제로 회선 가맹점은 점차 줄어들어 27곳만 남은 상태였다.
 
비제로 측은 자사의 영업이 잘되자 델피넷(콜믹스) 측이 똑같은 회선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같은 중소기업끼리 특허싸움 같은 걸 할 필요 없다고 믿었고 어디까지나 현장에서 영업논리에 의해 가맹점들이 움직이는 것이라 생각해 경쟁에서 이기면 된다고 보았다”며 “하지만 실제 특허개발비가 들지 않은 콜믹스는 더 저렴하게 서비스 영업이 가능했고 서로 대화하며 공생의 길을 모색했지만 이 상황에 이르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 비제로는 자사 특허를 이용해 주문한 이용자들에게 해당 업소의 포인트를 자동적으로 적립해주고 쓸 수 있게 돕는다
 
이어 김 대표는 “콜믹스 측은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우리도 6개월 동안 자료를 수집해 침해한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에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이라며 “배달통은 콜믹스 측 회선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다가 본사의 050 번호를 통한 포인트 적립 및 사용 특허도 침해해 별도 소송을 걸게 됐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태평양 측도 “D(델피넷)사는 인터넷 교환기를 통하여 가맹점 고유번호(050번호)로 전화한 고객전화를 가맹점 고유번호에 대응되는 착신번호를 사용하는 가맹점으로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며 “D사는 주문전화를 연결한 정보를 토대로 고객에게 포인트를 적립과 차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이는 비제로 특허의 기술적 사상과 공통된다”고 전했다.
 
■ 특허침해 여부는 법정에서 밝혀진다
 
비제로의 입장에 델피넷 측은 황당하다고 답변했다.
 
황종익 델피넷 대표는 “(비제로가)우리 기술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일축했다. 황 대표에 의하면 비제로는 이용자를 대표번호를 통해 가맹점에게 연결해주지만 콜믹스 서비스는 대표번호를 중개해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황 대표에 의하면 델피넷은 공개특허긴 해도 유사 기술의 특허출원을 2011년 1월에 했다. 당시 특허출원 내용이 너무나 일반적인 기술인 까닭에 등록이 거부됐다. 황 대표는 비제로 특허도 마찬가지로 일반적 기술임에도 사용범위를 좁혀 특허등록에 성공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 2011년 10월 아이피 교환기를 이용한 ‘배달주문 중개를 통한 포인트 적립과 그것의 사용 서비스 제공방법 과 이를 위한 시스템’을 특허출원해 등록했다
 
황 대표는 “비제로가 어려운 상황인 것은 알고 있다”며 “특허침해 등으로 로열티를 받을 생각으로 미리 돈이라도 달라고 했다면 이해라도 하지만 언질도 없이 다짜고짜 소송을 건 것은 그저 노이즈마케팅을 하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질 않는다”고 강조했다.
 
양사의 기술에 대한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양사는 13일 열리는 공판에서 직접 대면해 각사의 주장을 펼칠 예정이다. 배달통과 델피넷은 법무법인을 통해 특허소송 대응할 방침이다. 델피넷은 비제로를 대상으로 영업방해, 손해배상, 명예훼손까지 신청할 예정이다.
 
김종철 대표는 “길게 말할 것 없이 재판이 진행되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며 “진실이 밝혀지면 가장 피해가 볼 것은 회선 서비스를 이용하던 가맹점들인데 그들이 피해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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