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호연 기자] 이동통신3사가 월 2만원대 음성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알뜰폰(MVNO, 이동통신재판매)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2만9900원부터 음성통화와 문자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 선택 요금제가 나오면서, 저렴한 요금을 내세운 알뜰폰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 알뜰폰, 가격 경쟁 상실

지난 7일 KT는 음성과 문자는 무제한이고 데이터는 사용한만큼 지불하는 ‘데이터 선택 요금제’를 출시했다. 기존에도 망내외 무제한 요금제가 있었지만, 월 2만원대에서도 음성통화가 무제한인 요금제는 처음이다. 데이터 사용량만 보고 요금제를 선택하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는 알뜰폰 업체에게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 대상은 음성통화량이 많고 데이터 사용량이 일정한 고객이다. 이는 다량의 음성통화를 저가에 공급해왔던 알뜰폰과 타겟이 겹친다.

실제 CJ헬로비전의 요금제와 KT의 월 2만원대 음성 무제한 요금제를 비교해보자. CJ헬로비전은 KT망을 빌려쓰는 알뜰폰 업체이다. KT ‘299(월정액 2만9900원) 요금제’는 음성통화 무제한(월 1만분 제한), 문자 무제한(하루 500건 제한), 데이터 300MB를 제공한다.

CJ헬로비전 ‘헬로 LTE29(월정액 2만9000원)’요금제는 음성 60분, 문자200건, 데이터 500MB를 제공한다. 비슷한 요금제 구간에서 ‘조건없는 유심 LTE 21(월정액 2만1000원)'은 음성 200분, 문자200건, 데이터 1.5GB를 제공한다.

데이터를 소량으로 사용하고 음성통화를 많이 사용하는 소비자라면 CJ헬로비전보다 KT를 이용하는 것이 더 이득이다. 이통사가 음성수익을 통째로 포기하면서 알뜰폰 업체로선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게 됐다.

▲ 사진제공 = KT

■ “동일한 요금제 알뜰폰에서도 나와야”

데이터 중심 요금제 출시로 타격을 받는 업체는 LTE를 위주로 하는 알뜰폰 업체들이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우선 LTE 가입자를 대상으로 출시된다. KTIS, 미디어로그 등의 이통3사 자회사들과 CJ헬로비전, 에넥스텔레콤 등의 사업자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외 저가 요금제 위주로 사업을 진행했던 중소 알뜰폰 업계는 별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1만원 미만의 기본료 위주의 저가 알뜰폰 요금제는 데이터 중신 요금제와 근본적으로 겨냥하는 고객층이 다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차후 알뜰폰 성장세를 고려하면 알뜰폰 사업자의 차별화된 서비스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알뜰폰에서 LTE 비중을 높여 전체 이통시장 점유율을 10% 이상 끌어올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기존 이통사들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 출시는 알뜰폰의 우량 가입자 확보를 어렵게 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알뜰폰 시장은 가입자 500만명이 넘었지만 주요 업체들은 적자 상태다. 수익성 지표인 가입자당 평균매출액(ARPU)는 이통사는 3만6404원이지만, 알뜰폰 가입자는 1만5721원에 불과하다.

이러한 이유로 알뜰폰 업체는 동일한 상품이 빨리 출시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알뜰폰 업체는 동일한 망을 빌려쓰는 이통사와의 협의를 통해 신규 요금제를 그대로 출시해오고 있다. 과거 데이터 무제한, 망내외 무제한 요금제를 각 사 특징에 맞게 내놓은 바 있다.

업체 관계자는 “통신비 인하를 위해 육성한 알뜰폰이 제 구실을 하기 위해서라도 월2만원 음성 무제한 상품이 알뜰폰을 통해서도 나올 수 있도록, 이통사들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어 “LTE 가격 경쟁력을 가져가려면 망 도매대가도 기존보다 최소 30%이상 낮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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