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호연 기자] 200억 규모의 재난망 관제센터 수주를 위한 통신업계의 기싸움이 치열하다. 올해 착수하는 재난망 시범 사업지역인 평창에는 재난관제센터가 포함, 사실상 이 지역을 확보하는 사업자가 추후 본사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한쪽에 치우쳐진 예산으로 업체 경쟁만 부추겨, 자칫 시범 사업 본래 취지가 퇴색될까 우려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안전처는 내일 국무회의를 거쳐 재난망 세부추진계획을 확정짓고 시범사업 공고 절차에 나선다. 재난망 시범 사업 대상은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릉, 평청, 정선 지역이다. 제1공구는 중앙 재난망 관제센터와 평창, 제2공구는 강릉과 정선 지역이다.

특히, 업계는 시범 사업 예산의 대부분이 들어가는 재난망 관제센터 수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예산 비용은 1공구 약 350억원, 2공구 74억원이다. 이 중 관제센터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만 200억원이다.

▲ 이동식 기지국을 구축하는 KT직원들 (사진제공 = KT)

이를 두고 통신사와 정보화전략계획(ISP)을 진행한 LG CNS의 대립도 심화되는 모양새다. 이번 재난망 사업은 과거와 달리 대기업 제한을 허용, 컨소시엄으로 사업자 선정에 참여할 수 있지만 그 안에서도 관제센터 구축을 누가 할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LG CNS의 경우 ISP를 담당한 만큼 매우 유리한 상황이다. LG CNS는 재난망 관제센터 솔루션은 SW사업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기존 관례처럼 예산이 가장 많이 소요되는 부분을 따진다면 재난망 사업은 SW진흥사업에 속하게 된다.

다만, 미래창조과학부나 국민안전처는 재난망 사업 성격을 쉽게 정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미래부 재난망 TF 관계자는 “현재 재난망은 복합 사업으로 보면 된다”며 “SW구축이 필요한 부분도 있고, 기지국 등 네트워크 설비가 필요한 부분이 있어 정보통신공사업으로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재난망 세부 사업의 성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이동통신사는 관제센터에 재난망 사업이 너무 치중되는 것 아니냐며 지적하고 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ISP는 정보화전략 수립이니 소프트웨어 사업으로 규정해도 무리가 없지만, 시범 사업은 실제 기지국을 세우고 연동이 잘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관제센터를 만드는 것으로 소프트웨어 사업이라고 강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관제센터 구축에는 200억에 달하는 비용이 들면서, 재난망 기지국 숫자를 줄인 것도 다시 한 번 고려되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당초 국민안전처는 시범 사업 지역에 344개 기지국을 설립하기로 했지만 예산 문제로 205개로 줄였다. 재난망 철탑 개수도 58개에서 19개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건립 비용도 65억 미만으로 감소했다.

강원도는 산간 지역이라 철탑 개수를 줄이면 이를 상쇄하기 위해서 높은 곳에 설치해야 하는데, 예산비용이 오히려 줄어든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통신사들은 기존 상용망을 사용하더라도 최소 3분의1 수준은 돼야 재난망 발생시 사용에 무리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강원도 지역 상용망이 1500~1600개를 감안하면, 최소 500개 이상의 기지국을 설치해야 원활한 통신망 이용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LG CNS측과 국민안전처는 “시뮬레이션을 충분히 돌려보고 설정한 기지국 개수로 실제 운용에는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통사들은 정부와 CNS가 205개의 재난망이 설치될 주소를 공개조차 하지 않는 것을 두고, 관제센터로 비용을 몰아주기 위해 기지국 개수를 감소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CNS를 제외한 업체가 기지국 설치 주소를 확인하려면 따로 열람신청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영업비밀을 이유로 제한을 받는다는 설명이다. 

시범 사업자 복수입찰 방식이 허용된 것도 사업자들의 경쟁을 더욱 부추길 전망이다. 정부부처는 사업자가 시범사업 수주를 신청할 때 제1공구, 제2공구 모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다시 말하면, 운 좋은 사업자는 1공구, 2공구 모두 수주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재난망 시범 사업에 되도록 많은 사업자를 참여시키게 하겠다는 기본 취지와도 맞지 않게 된다. 독식 사업의 부작용도 발생할 소지가 있다.

국민안전처는 “예산 문제로 기지국 개수는 부득이하게 조정할 수 밖에 없었다”며 “시범 사업자 선정 방식은 현재로선 복수입찰을 금할 법적 근거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달리 많은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게 규제를 풀었다는 것에 대해 의의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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